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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70370598 / 192쪽 / 365g / 188 x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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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살기 위해 일하다가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윤성희가 하는 일은 산재사고로 노동자가 죽은 사건이 벌어졌던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죽음의 흔적을 치워버린 텅 빈 풍경을 바라본다. 그 과정을 통해 윤성희는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 주변을 떠도는 이야기와 싸움들, 사망사건과 관련된 기록과 기억을 수집한다. 윤성희는 살아있던 한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죽었는지, 그가 생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죽고 난 이후에는 어떤 조치와 처벌이 있었는지, 그 지난한 경과를 애써 되밟는다. 그의 사진과 글을 찬찬히 함께 따라가면 제대로 알려지거나 기록조차 되지 못한 죽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서늘해진다. 그리고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안전조치만 있었어도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 텐데, 자본의 논리와 이익의 명분은 생명까지도 무시한다는 사실에 섬뜩해진다.
출판사 리뷰
죽음이 치워진 빈자리를
힘겹게 응시하는 시선
이것은 누구나 한 번쯤 들었던 이야기다. 뉴스나 기사에서 보거나 읽었을 이야기일 테니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이야기니까. 김 군, 이 군, 박 씨, 최 씨, 정 아무개, 강 아무개 … 살기 위해 일하다가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 통계상으로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여섯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내일도 누군가는 일터에서 떨어지고, 깔리고, 끼이고, 잘리고, 빠지고, 부딪혀 죽을 거라는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를 들었던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살아 있던 한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죽었는지, 죽기 전에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죽은 후에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이 죽었는데 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는지. 결코 끝나지 않을 길고 긴 이야기에서 우리가 들은 건 기껏해야 한 줌에 불과하다. 몇몇의 이름과 숫자 몇 개, 닳고 닳은 구호들, 겨우 손에 쥔 단어와 문장들마저도 점점 희미해지고 잊혀진다. 어제 죽은 자는 오늘을 말할 수 없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은 내일을 위해 그 이야기를 어제로 묻어둔다. “이미 그렇게 된 걸 어떡하겠어,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러니까 윤성희가 하는 일이란 오늘의 빈자리를 응시하는 것이다. 내일을 위해 어제의 죽음을 치우고, 그 흔적마저 지워버린 현재의 공백들. 그곳의 텅 빈 풍경은 어제도 여섯 명이 죽었고 내일도 여섯 명이 죽을 테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변함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얼굴처럼 무심할 뿐이다. 어제의 죽음과 상관없이 내일의 삶을 준비하는 그 빈자리를 바라보며 윤성희는 의심하며 묻는다. 이 죽음들을 ‘정말 우리의 현재와 분리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윤성희가 하는 일이란 우리의 현재와 연결된 죽음들을 다시 응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의 사진과 글은 일터의 빈자리마다 묻혀 있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낸다. 그 과정에서 좀처럼 잘 알려지지 않거나 기록조차 되지 않는 존재들을, 간혹 경제발전을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은폐되는 이야기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죽음마다 드리워진 자본과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응시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안전조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 텐데, 이익을 위해 생명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무엇도 쉽게 무시한 자본과 권력의 그늘은 서늘하고도 섬뜩하다.
산재사망사고 연표.
분향소에서 나오는 길에 생각했다.
문송면은 열일곱 살에 죽었다.
길 곳곳에 봄꽃이 흔들렸다.
불은 지하 1층에서 시작되었다.
그건 무너진 채석장에서 왔다.
사람들이 떠내려갔다.
그 문만 있었어도 다섯 명은 살았을 걸요.
300kg짜리 컨테이너에 짓눌린 그를 발견한 건 아버지였다.
영정은 한 개였다가 수십 개로 늘어섰다.
그는 안전벨트를 맨 채 숨졌다.
그의 죽음은 단순 변사로 처리되었다.
그 밤은 보여줄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누구도 아닌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