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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3154182 / 378쪽 / 491g / 140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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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글 쓰는 인간 ‘호모 스틸루스’의 매혹적인 주술
“고명섭은 눈과 귀와 코로 읽어낸 세상사를 자기 심장에 새긴 뒤 모든 죽어버린 이념과 시대와 인간에 박동을 부여하는 매혹적인 주술사다. 철저히 수공업적인 ‘글 쓰는 인간(Homo Stilus)’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뇌 어렸으되 긴박한 그의 문체는 글을 읽는 내내 심장 박동을 가속화한다. 문학과 역사와 철학은 이미 경계가 녹아버리고 없다. 가히 지식 연금술이다. 거기에 광기로 얼룩진 20세기 인간 군상들이 숨 쉬고 있다. ‘천재’란 시대가 개인을 빌려 얼굴을 나타낼 때 모습이다. 《광기와 천재》는 그 광기로 우리를 안내하는 혀다. 다만 한 가지 경고를 덧붙인다. 조심하라! 또 조심하라! 침을 삼키게 하는 글의 유혹은 생각의 관절을 무시로 버근거리게 한다.” - 서해성(소설가)
책 속에서
모순과 불화의 틈새에서 솟아난 독창성, 장 자크 루소
루소의 일생은 “화해할 길 없는 모순의 드라마”였다. 문학과 예술이 사회를 타락시킨다고 성토했지만 낭만주의 문학의 포문을 연 연애소설《신엘로이즈》를 썼고, 근대 교육학의 출발점이 된 《에밀》을 썼지만 자신의 아이들은 남김없이 고아원에 버렸다. 자기 시대의 부자와 귀족과 권세가를 끝없이 공격했지만 그들의 호의와 후원을 받아 생계를 이어갔다. 그의 모순은 끝이 없었다. 그러나 그 모순, 그 불화의 틈새에서 독창성으로 빛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루소의 경험에서 특징적인 것은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윗도리가 다 젖도록 눈물을 쏟았다는 점이다. 갑자기 세상의 진실을 통찰한 루소는 학문과 예술로 치장한 이 세상이야말로 타락하고 부패했으며 그 세상의 질서에 짓밟히던 자신이야말로 순수하다는 충격적인 발견을 한 것이다. …… 이 깨달음을 기점으로 하여 루소는 “다른 세상을 보았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
--- p.43
루소가 쓴 글의 모든 내용은 당대 지식인들의 통념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볼테르를 비롯한 계몽주의 지식인 가운데 어느 누구도 학문과 예술과 지식을 부정한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이것들이야말로 진보의 동력이요 원천이라고 이들은 확신하고 있었다. 루소는 이 확신에 망치를 내리쳤다.
--- p.44
루소는 동시대 계몽철학자들처럼 인간성의 꾸준한 향상과 사회의 자연스런 발전을 믿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참으로 인간다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려면 훨씬 더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가 바로 그의 역사적 비관주의가 혁명적 의지주의로 도약하는 지점이다.
--- p.56
그는 모든 것들과 심지어 자신의 삶 자체와도 불화했지만, 단 하나, ‘자유’라는 자기 삶의 원칙과는 다투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원칙을 고수했다. …… “나는 굴종으로 얻는 평화보다 위험한 자유를 선택하겠다.” 그는 자유를 절대적 가치로 끌어올린 최초의 철학자였다.
--- p.65~66
배덕자, 배교자, 지식계의 무뢰한 미셸 푸코
푸코는 망치를 든 철학자였다. 근대 서구가 수백 년 동안 쌓아 올린 도덕의 신전을 무너뜨린 사람이었다. 어떤 도덕도 도덕적이지 않음을, 설교대 뒤에 어두운 야심이, 지배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음을 폭로했다. 자기 내부의 ‘광기’를 철학의 토대로 삼아 주체, 이성, 지식의 역사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오랜 세월 학문 세계를 통치하던 모든 권위와 상징물들은 산산이 부서지고 철거되었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 서문에서 명백하게 자신이 의사의 편이 아니라 광인의 편임을 선언한다. 의사의 언어, 다시 말해 이성의 언어에 의해 묵살당해 침묵 속에 파묻힌 광인의 언어를 되살리겠다고 다짐한다. …… 이 엄격한 학술 논문은 동시에, 스스로 광인과 동일시했던 푸코 자신의 피맺힌 외침이기도 했다.
--- p.85~86
푸코의 《말과 사물》은 좌파·우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지만, 동시에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의 강압적인 군림을 못 견뎌하던 사람들에게는 해방의 소식으로 전해졌다. 푸코는 자신을 짓눌렀던 사상들로부터 스스로 해방되기 위해 책을 썼고, 그럼으로써 비슷한 처지의 다른 많은 사람들을 정신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켰다.
--- p.92
파레시아스트란 ‘파레시아(parrhesia)’를 행하는 자를 말한다. ‘파레시아’란 “진실의 용기”를 뜻하며, 풀어 쓰면 “두려움 없이 진실 말하기”를 뜻한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을 처벌이나 후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행위”가 파레시아다. 이 파레시아를 행하는 자가 바로 푸코적 주체, 혹은 푸코적 지식인일 것이다.
--- p.108
“왜 램프나 주택과 같은 것들은 예술의 대상이 되는데 사람의 인생은 예술 작품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광기의 심연을 거쳐 저항과 투쟁의 강을 지나 그는 마침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예술로 만들고 그렇게 예술로 만드는 데 각각의 주체들이 서로 참여하는 실존의 숲에 이르렀다. 삶은 아름답다. 푸코의 고통과 승리의 삶은 그렇게 말한다.
--- p.109
도덕의 폭군, 순수의 전사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천재의 가장 완벽한 사례”였던 비트겐슈타인은 도덕의 폭군, 순수의 전사였다. 그는 철학적 안개가 걷힌 명료성의 대지를 찾으려 모험했고 정신을 편히 내려놓을 확실성의 토대를 닦으려고 노동했다. 마음 안쪽에서 자신의 나약함과 혹독한 싸움을 벌였다. 다른 사람은 전혀 몰랐겠지만 그는 자기 내부에서만큼은 절실한 문제였던 나약함, 부실함과 혹독한 싸움을 벌였을 뿐이었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 그것이 비트겐슈타인의 궁극적 목표였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 그것이 비트겐슈타인의 궁극적 목표였다. 그러므로 자기 안에서 그는 예언자도 마법사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을 둘러싼 혼돈의 세상을 견딜 수 없어 불가피하게 몸을 일으킨 반항자였다. 다만 그 반항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반역으로, 공포스러운 포효로 다가왔던 것이다.
--- p.114
비트겐슈타인의 결벽주의와 완벽주의는 자기 자신의 부실함을 견디지 못했다. 그가 논리학에 그토록 매달린 것도 논리적으로 세계를 해명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해명하고 구출하겠다는 열망과 결합해 있었다. 이제 이 열망이 전쟁터로 향한 것이다. 거기에는 ‘죽음의 충동’이라고 할 만한 것이 결부돼 있었다. 나 자신을 철저히 바꾸지 못한다면 깨끗이 죽는 것이 낫다는 바이닝거적 사고가 마음 밑바닥에 뭉쳐 있었던 것이다.
--- p.132~133
비트겐슈타인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을 압도했다. 아무도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고 그를 본 사람들은 마치 메두사의 얼굴을 본 것처럼 얼어붙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엄밀성과 정확성을 요구했다. 허튼소리를 용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숭배하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비트겐슈타인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를테면, 인격을 벌거벗고 대면하는 일이었다.
--- p.145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주변에 있으면 거의 병적인 고통을 느꼈다.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 한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는 끊임없이 지적하고 비판하고 교정하는 작업을 되풀이했다. 그가 철학에서 행한 작업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철학자들이 언어를 오해함으로써 남발하는 철학적 문제들을 뿌리에서부터 없애버리려고 했다. 철학의 안개를 걷어내는 것, 철학의 마구간을 청소하는 것이 그가 자신에게 준 임무였다.
--- p.147~148
‘지하 세계’의 어둠 속에 갇힌 소년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는 “성년의 숲을 두려움에 떨며 방황하는 미성년”이었다. 카프카의 작품 속 보이지 않는 족쇄, 보이지 않는 창살, 보이지 않는 담장에 갇혀 있는 인물들은 죄의식에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카프카 자신의 모습이었다. 현실 세계의 뛰어난 관리자, 유능한 직장인은 문학이라는 ‘지하 세계’의 어둠 속에서 간결하고 냉정한 문체로 20세기 문학을 상당 부분 규정지은 유례없는 이미지를 창조해냈다.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심판자였고 저항을 허용하지 않는 지배자였고 모든 것을 주관하는 절대자였다. 아버지의 압도적인 권위에 짓눌린 자식은 자기를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했다. …… 아버지에게서 멀어지려는 힘과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힘은 카프카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동등한 긴장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 p.166~167
이런 윤리적 결벽주의의 압력 아래서 카프카의 죄의식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워졌고, 사람들이 자신을 적발해 처벌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그만큼 커졌다. 카프카는 그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외부 세계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후퇴했다. …… 외부 세계와 단절해 자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고립과 유폐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자기만의 세계 안에 갇힌 소년 카프카는 책읽기와 글쓰기에서 출구를 찾았다.
--- p.169~170
카프카는 관찰자였다. 그는 카페의 열띤 분위기에 휘말리지 않고 그 모든 광경을 거리를 두고 살폈다. 그 심리적 거리에서 카프카 문학의 독특한 문체가 탄생했다. …… 간결하고 냉정하고 무심한 그의 문체는 세계를 정직하게 보려는 윤리적 태도의 소산이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거짓도 치장도 거부했던 금욕적 태도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투명하고도 거짓 없는 문체가 만들어낸 세계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이미지의 세계를 이루었다.
--- p.172~173
l개정판 머리말l 문제적 열정이 우리에게 던지는 것들
l머리말l ‘불행한 의식’의 모험과 투쟁
장 자크 루소 감수성의 혁명, 상상력의 저주
“나의 출생은 나의 첫 불행이었다” / 열여섯 살 무작정 길을 떠나다 / 청년 루소의 ‘황금시대’ / 다섯 아이를 버린 아버지 / “나는 다른 세계를 보았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 / 《인간 불평등 기원론》, 문명을 탄핵하다 / 《신엘로이즈》, 감수성의 폭발 / 《에밀》과 《사회계약론》 / 망상에 갇힌 불행한 망명자 / 《고백》, 전대미문의 자기 폭로 / “굴종으로 얻는 평화보다 위험한 자유를 선택하겠다”
미셸 푸코 한없이 자유에 가까운 광기
파리고등사범의 광기 어린 천재 / 정신분석학, 실존주의, 마르크스주의를 넘어 / 니체의 발견, 고고학과 계보학 / 《광기의 역사》의 탄생 / 《말과 사물》이라는 폭탄 / 쇠파이프를 든 정치 투사 / 암호문처럼 떠오른 단어 ‘권력’ /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법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천재의 의무, 순수의 열정
천재 집안의 유순한 막내 / 빈의 반항자들, 바이닝거, 크라우스, 로스 / “천재의 가장 완벽한 사례” / 전쟁터에서 쓴 《논리-철학 논고》 / 초등 교사를 거쳐 다시 철학으로 / 철학의 마구간을 청소하는 자 / “철학은 신과 화해하는 길”
프란츠 카프카 존재의 감옥, 변신의 욕망
동생들의 죽음과 죄의식 / 아버지를 향한 극단적 애증 / 간결하고 냉정하고 무심한 문체 / 문학 세계의 ‘지하생활자’ / 자기 학대와 자기 처벌의 쾌감 / 폐결핵, 비좁은 세계의 작은 해방구
나쓰메 소세키 불안의 질주, 문학의 탄생
길가의 돌처럼 치인 어린 시절 / 실존의 질병, 위궤양과 신경쇠약 / 자기 혐오에 갇힌 유학생 / 유럽과의 대결 의식, ‘자기본위’의 신념 / 소설에서 발견한 구원 / 시대의 한계를 넘지 못한 근대 비판
조제프 푸셰 가장 과격한 기회주의
수도원을 나와 혁명가가 되다 / 언제나 ‘다수파’에 선 사람 / ‘최초의 공산주의 선언’ / 목숨을 구걸하는 ‘리옹의 도살자’ / 로베스피에르와의 마지막 대결 / 테르미도르 쿠데타의 기획자 / 나폴레옹 배후의 정보정치가 / 영원한 음모가, 끝없는 배신자
세르게이 네차예프 혁명가의 교리문답
도스토옙스키 《악령》의 사악한 혁명가 / 강철같이 단단한 ‘특별한 인간’ / 음모주의와 테러리즘의 등장 / 바쿠닌을 빨아들인 마성 / 냉혹한 혁명 강령 〈혁명가의 교리문답〉 / 자기 파괴적 증오와 불타는 복수심 / ‘혁명가, 불행한 운명에 갇힌 사람’ / 혁명으로 구현된 복수의 심리학
아돌프 히틀러 르상티망, 혹은 몰락의 정치학
폭군 아버지와 도전하는 아들 / 밑바닥에 내던져진 몽상가 / 두려워 혐오스러운 유대인 / 히틀러를 구원한 전장의 한계 체험 / “내가 독일을 구하리라” / 선동가 히틀러 탄생 / 숭배받는 지도자 / 히틀러주의의 교과서, 《나의 투쟁》 / 나치당의 권력 장악 / 정치의 미학화, 정치의 연극화 / 신들의 몰락
l주석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