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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20859 / 144쪽 / 187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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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어릴 적부터 유난히 여름을 탔다. 늦은 봄부터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맥을 못 췄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름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은퇴하고 고향인 전주로 돌아와 아침 연꽃을 만난 뒤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여름 내내 새벽같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덕진연못으로 달려갔다.
연못에서 연꽃이 자취를 감출 무렵 먼발치에서 가을이 서성이고 있었다. 연꽃과 가을의 교환은 최대 교역이었다. 연꽃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시를 한 편씩 썼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을 떠나보냈다. 여기에 모아놓은 연꽃 시편들은 그 고맙고 황홀했던 시간의 흔적들이다. 이 일곱 번째 시집을 연꽃과 자전거에게 바친다.
책 속에서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 덕진연못까지는
자전거로 십오 분 거리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연꽃은 눈 세수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신호등에 한 번도 안 걸린 날은
연못 입구에서 조금 서성이다 간다
연밭을 둘러보니 어제 꽃봉오리 그대로다
아,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한 것을
<목숨 건 꽃들>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연꽃 보러 간다
아침에 눈 뜰 이유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고작 연꽃 보러 가는 것이
눈뜰 이유라니?
생을 무겁게 생각하는 이가
던질 만한 물음이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
연꽃 보러 가는 일에도
목숨을 건다
오늘처럼
안개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 쓰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
비바람에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들
연꽃밭에는
목숨 건 꽃들이 많다
<밥>
참새 한 마리
연밭에서 해묵은 줄기에 매달려
아침 식사 중이다
그 장면을 딱 잡았다
헌데, 나도 목덜미를 잡힌 것처럼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아, 볼품없이
깨지고 상처 난 연밥들이
죄다 새들의 밥이었던 거네
그 꾀죄죄한 것들이
밥 멕이고 남은 흔적이었던 거네
아, 구순 장모님
축 늘어진 난닝구 속이었던 거네
시인의 말
제1부
첫 /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 당신 / 환대 / 곁 / 연잎 쟁반 / 개화 / 결핍 / 오솔길에서 / 숨은 꽃 / 너를 피운 것이 여럿이듯 / 있다 / 연꽃과 리어카 / 너 / 운다 / 올 때 필 때 / 문득, 연꽃에게 미안했다 / 고요하면
제2부
칠월의 신부 / 도둑과 장물 / 아름다운 협연 / 고요한 일 / 오늘 / 꽃은 피면서 향이 날까 지면서 향이 날까 / 가슴에 핀 꽃 / 연꽃과 손님 / 일 / 만개 / 십 분 먼저 / 연꽃과 발코니 / 면목 / 꽃이 웃을 일 / 길 / 아침 연꽃 / 비유 / 쉼 / 변명 / 연꽃과 아내
제3부
꽃신 / 절정 / 연서 / 목숨 건 꽃들 / 밥 / 법화경 / 다짐 / 탱탱 / 안부 / 어미 / 바람의 얼굴 / 철없는 사랑 / 너를 만나러 가는 일이 / 집 / 선물 / 후드득 / 꽃시 / 사흘은 없는 날 / 연기론
제4부
어떤 교역 / 정 / 나의 천국은 / 먹고살아야 하니까 / 고요 연습 / 밥 / 할머니와 연꽃 / 팔월의 연꽃 / 고맙소 / 오늘은 꼭 좋은 하루가 되어야 한다 / 연잎과 잉어 / 연밥 / 연밥 할머니 / 연잎과 여인숙 / 꽃잎 / 적막 / 충분해요 / 작별
작품 해설 : 애련(愛蓮), 연꽃과 사랑에 빠지다 - 권순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