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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는 또 피었는데

박경희 저 | 지구문학(한누리)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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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982060 / 163쪽 / 323g / 154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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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잃어버린 겨울 봄인가 착각할 정도로 포근한 아침이었다. 하루가 한 시간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얼어붙은 겨울은 구경도 못해 보고 1월을 보내는 것 같다. 어릴 적의 겨울은 몹시도 추웠는데 포근해서 좋긴 해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좋다. 겨울을 대비하고 준비해 둔 모피도 한두 번 입을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지나가는 겨울도 아니건만 참으로 멋이 없는 듯하다. 꽁꽁 언 손과 발을 녹이던 일은 추억이 되어 버리고 봄인지 가을인지 참으로 야릇한 겨울의 나날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무심히 지난날 겨울을 생각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겨울나기가 고통이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지구가 몸살을 하고 있으니 아름다운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할지 의심스럽다.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로 세상의 변화를 본다. 무기력해진 사람들은 점점 쉬운 것만 찾게 되고 복잡한 건 생각하지 않는다. 3분도 길다, 1분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보가 빨라야 살아남는다. 오늘은 머리 손질하러 평소 다니던 미용실에 들러 다듬고 오면서 옛날 생각을 하다니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미용실도 앉아서 손님 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예약과 정보, 검색 빠른 움직임만이 살아남는 듯하다. 변해 버린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면 처질 수밖에 없고 말도 알아듣지 못한다.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철모르게 피어나는 꽃들도 있다. 버스창가로 따사한 햇빛을 맞으며 졸았다. 바깥구경을 하다가 지금 나는 행복한지 자신에게 물으며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며 누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였다. 바람 쌩쌩 불어 춥고 옷을 껴입던 겨울이 옛날이라면 지금은 겨울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겨울은 없어진 것 아닐까 하여 괜히 걸어둔 털옷을 만져 보았다. 사실 오늘은 여고동창들의 만남이 있는 날이었다. 동창친구들의 일정이 아파서, 일이 생겨서, 명절을 준비해야 해서 등등, 절반 이상이 불참이어서 모임이 취소되었다. 두 달에 한 번의 모임도 몇 번 빠지면 일 년이 후다닥 간다. 갈수록 점점 더하겠지, 마음은 아직 소녀 같은데 이젠 내 마음대로 약속도 지켜내질 못하는 것이다. 보고 싶은 얼굴도 자주 못 보면 멀어져 가는 것일까, 추워서 그래! 이젠 말할 수 없게 되었지만 모두가 마음같이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힘들게 화장하고 옷 차려입고 두 시간 만나 수다로 소식 주고받는 일이 즐겁게 생각하는 동창들이 따뜻한 겨울임에도 잘 만나질 못하고 있다. 한 동창이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좋은 일이 많아야 따뜻한 겨울이다. 졸다가 깨어 보니 저녁인지 하루의 시간은 잘도 간다. 관심이 어디로 쏠리든지 뉴스감각도 험한 뉴스에 익숙해지고 산사태가 나서 실종되고 수없이 많이 쏟아내는 하루였다. 겨울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실종된 겨울을 찾습니다! 하늘에다 말해야 하나? 덜덜 떨어도 좋으니 춥게 해 주세요. 겨울이 도망갔어요! 잃어버린 겨울 추억 찾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루가 긴 듯 착각하며 오늘이 가기 전 짧아진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봐야겠다. 지우개는 사랑이다 연필로 글을 쓰고 지우는 일에 지우개는 왕이다. 맘에 안 들면 지워 버리니까 그야말로 마음대로이니 필통 안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고 특별하다. 지금이야 컴퓨터로 모든 걸 대신해 주지만 그 옛날 초등시절에는 필수품이었다. 필통 안에 가지런히 연필과 지우개는 배열부터가 달랐다. 맨 위칸에 자리 잡았으니 왕일 수밖에…. 또 지우개란 울기도 해야 했다. 아이들은 면도날로 쪼개어 담았고 심하면 이빨로 물어뜯기도 하였으니 수난이 많았다. 지금도 지우개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양하게 활용되기 때문일까.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지우개로 지워 버려야지” 하는 노랫말도 있듯이 얼룩지거나 흔적을 없애 버리는 도구는 지우개이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지워 버리려면 어찌해야 하나? 지우개처럼 지워야 할까, 간혹 세상 사람들은 착각을 되풀이하며 산다. 내가 마치 왕처럼 모든 걸 마음대로 기획하고 또 실행하면서 실수는 되풀이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로 기억 속의 모든 영상을 지우고 싶어 한다. 사랑을 하려면 언제나 지우개가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사랑을 하려면 그 전의 나쁜 것은 잊어버리고 지워져야 하니깐 말이다. 그러고 보면 지우개를 달고 다니면서 모른다고 발뺌할 수도 있겠다. 사랑의 지우개란 아픈 기억을 없애며 흔적을 없애는 일이다. 그러나 깨끗이 지워 버릴 수 있다면 좋을 일이다. 새로 탄생하려면 자리를 비워둬야 채워지겠지만, 지우개를 들고 다니며 우리들의 아픈 기억들을 생각 안 나게 지워 버렸으면 좋겠다. 부모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판단도 흐려지고 부정적이 된다고 한다. 사랑을 받지 못하면 사랑할 줄도 모른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조건 중에 환경이란 것은 고약하게 평생을 지배한다. 피할 수 없는 환경적인 조건 속에 어떻게 성장하고 배우고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다. 내 마음대로 지우고 설정하고 정말 마음대로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를 맛본 사람이다. 실수를 거듭해야 새로운 물건이 나오듯이 창조란 실패와 실수를 수없이 해야 탄생한다. 머릿속에 지우개를 달고 다니면서 아니면 지우고 다시 저장하고 했으면 좋겠다. 여자들은 아이를 낳은 고통을 잊어버리고 다시 아이를 낳는다. 아픔과 동시에 기쁨을 보기 때문에 그런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서 모든 아픔과 고통들을 지우개로 싹 지워 버릴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삶의 고통과 흔적들을 깨끗이 지운다면 새로운 역사를 쓰듯 새로움으로 다가올 일이다. 우리가 써내려가는 일기처럼 남겨지고 또 다시 쓴다. 되풀이되는 삶속에 빛나는 일들은 빛이 날 것이고, 아픈 일은 남아 가슴속에 남겨질 일이지만 지우개가 선생님처럼 다가가 지우게 하고 새로운 살로 거듭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라짐에도 중요한 지우개는 선생님처럼 함께하고 곁에 붙어있어 늘 편안하게 해 주는 그런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지우개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문제를 해결해 주는 머릿속의 사랑 도구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 아무것도 우리의 삶에 보장된 약속은 없다. 오늘이 그러하듯 내일도 변함없이 똑같은 시간과 일이 주어져 있다. 소중하게도 삶의 연장을 찾는다면 꺼져가는 목숨을 살리는 거룩한 현장에서이다. 시간을 막연히 보내다 보면 나중에는 잡아도 있지를 않는 것이 시간일 것이다. 심심해서 돌아다닌다는 참 편안한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니 참 편안한 사람일까? 아니면 한심한 사람일까? 아직도 많은 일을 하기에 부족한 건 시간인지, 노력인지, 게으름이라 생각하면 맞을 텐데 묘하게도 변명만 늘어놓기 십상이다. 나 자신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함을 인정한다. 며칠 전 오랫동안 알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살 만하고 쉴 만하니까 병이 왔다고… 그래서 뭐라 말해야 할지 좀 난감했다. 열심히 일하고, 모으고, 가정을 위해 살았는데 자신에게 있는 건 병든 몸이라고 하며 휴양하며 자신을 위해서만 살겠다고 했다. 과연 자신만을 위한 일이 뭘까, 이미 자신을 위해 헌신하고 살았다는 것은 아니었을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허탈함은 약해져 가는 몸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릴 적의 친구를 삼년 전에 세상 밖으로 보낸 일이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의 꺼져가는 생명을 알면서도 병원에서 나가면 좋은 곳 찾아다니고 옷도 사 입고 그러자고 약속을 하였다.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할 지경이었는데도 우리는 약속만큼은 잘 지킨다는 우정으로 손을 꼭 잡곤 했었다. 어려울 때 서로 돕자며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었던 그 친구는 정말 어려워졌을 때 내가 그 말을 하며 쥐어주던 작은 성의에 눈물을 보였었다. 약속은 정말 지켜져야 하고 꼭 지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일들에 상심하고 버려지고 무심해져 가는지, 알면서도 지키지 못할 일들은 수없이 많다. 쉽게 약속하고 깨고, 다시 약속하면서 마음의 쓰라림을 맛본다.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하고 싶다 저렇게 하고 싶다 하며 보이지 않는 미래의 약속도 있다. 부부간에도 다시 태어나도 당신하고 살겠다면 그건 약속이 아니라 다짐이지만, 그 한 마디에 좋아하는 미련함도 있다. 그렇다는 마음이지만 상대는 기분 좋아한다. 우리는 어느 사이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왔고 시간을 정하고 만나며 일들을 해 나간다. 약속은 금같이 소중하며 지켜야 나에게도 좋다. 성격상의 문제로 잘 지켜지지 않는 사람들은 일조차 미루는 형이다. 두고 보자, 다음에 보자며 반복을 하면서 또 미룬다. 답답한 건 지키려 하는 사람이지만 깨는 사람은 그만큼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고, 무능한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다. 약한 건 마음이다. 나도 수없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던 일은 없었는지 뒤돌아본다. 약속을 지키지 못함은 거짓이 되고 피하지 못할 일이었다면 어김에 대한 분명한 표현이 있어야 한다. 물론 책임도 따르는 일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없이 다짐하고 약속하는 일들 그리고 지키지 못하는 일에도 약속하고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게 되고 참으로 많은 일들을 약속만큼 지켜내지 못함이다. 수없이 반성하고 또, 반성도 해 보며 자신으로 하여금 피해본 사람은 없었는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부모 자식 간에도 약속만큼 소중한 게 없다. 요즘은 재산을 나누어 주면서 노후에 병들었을 때 모시겠다는 각서까지 쓰는 일이 생겼지만, 지켜지질 않아서 부모가 자식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도 잦은 걸 보니, 지켜지지 못하는 약속은 마음이 변해서인지, 세상이 변해서인지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지켜지지 않을 약속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므로 섣불리 약속을 하며 신뢰를 깨는 일이어서 신중히 생각하고 쉽게 약속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 천천히 그러나, 판단은 빠르게 소중한 마음으로 시간을 정해 본다.

저자 소개

  • 저자 : 박경희
저자 : 박경희
서울 출생
동명여고 졸업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생태문학작가 아카데미 수료
한국생태환경연구원 협력이사
고려대학교 자연생태환경 전문가
『지구문학』 신인상 시·수필 당선
동인지 《기억의 회로》
지구문학작가회의 부회장
한국생태문학회 작악회 ‘민들레사랑’(작시) 발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대한민국 자랑스런 문화인상 수상

목차


수필집을 내면서·9

1부
14 _ 잃어버린 겨울
17 _ 지우개는 사랑이다
20 _ 지키지 못할 약속
24 _ 새로운 도전을 위하여
27 _ 짙은 초록의 세상을 기다리며
30 _ 새로움의 시작

2부
하루 보내기 _ 34
행복한 사람 _ 38
하루의 위대함 _ 41
화려한 외출 _ 45
7월의 청포도, 그리고 생각나는 것들 _ 49
10월의 기억 속에 _ 54

3부
58 _ 가을을 만나며
62 _ 오래된 이불
65 _ 겨울이 오면
68 _ 계절과 철들기
71 _ 침묵 그리고 인내심
75 _ 고물과 보물

4부
그때는 그랬지 _ 80
능소화는 또 피었는데 _ 84
마음에도 덧칠을 하며 _ 88
마음의 기로 _ 92
바람의 결을 고르다 _ 96
일상 속의 발견 _ 100

5부
106 _ 변명과 수다
110 _ 아름다운 일들
114 _ 보랏빛 인생
117 _ 빗소리가 좋다
121 _ 바람이 불었다
125 _ 사치와 집착 그리고 변덕

6부
쓸데없는 일의 조각들 _ 130
비밀과 비밀 지키기 _ 134
아름다운 마음으로 _ 137
여름날의 몽상 _ 142
열정과 분노 _ 146
열정과 침묵 사이에서 _ 149
우연과 필연의 교차점에서 _ 153

작품해설 / 수필의 문학성 제고, 혹은 생태수필의 전형 _ 김재엽·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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