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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새 한 마리

유문자 저 | 북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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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120856 / 224쪽 / 314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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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표제작 「나를 닮은 새 한 마리」는 “엷은 황토색 비단 천에 옛날 수실로 수를 놓은 (두 폭의) 가리개”를 거론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조선 말기 어느 궁녀의 작품”인데 두 폭 중 왼편에는 살짝 굽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차지했고 오른편 나무꼭대기쪽 솔잎이 다보록한데 그 솔잎 위에 날개를 접은 매[鷹] 한 마리가 앉아 있다”고 묘사했다. 그런데 왜 궁녀는 매를 수놓았을까 의문을 갖는다. 늦은 밤 읽던 책을 덮고 작가는 환상에 빠진다. “그러고 보면 매는 궁녀인 듯도 하고, 궁녀가 은애하는 왕인 것도 같다. 그리고 어찌 보면 한세상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나를 보는 것도 같다. (…) 지금 나는 꿈을 꾸는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 꿈은 이어진다. ‘자각몽(自覺夢)’이다. (…)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숲도 얼굴을 바꾸었다. 바람의 방향도 달라졌다. 이리저리 다니던 바람은 나뭇가지 끝에서 머문다. (…) 가리개 유리가 들썩인다. 매가 날개를 퍼덕인다. 그 매가 바람을 탄다. 매야, 그 바람을 타고 저 푸르른 하늘을 힘차게 날자꾸나”라며 맺는 결미는 한 마리 매를 통해 유문자 작가의 비상(飛上)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고독(孤獨)을 이처럼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만큼 뭉클하다. 또 다른 작품 「미술과 문학의 브로맨스(Bromance)」는 얼핏 보면 일상적인 전람회 관람 글로 읽힐 수 있지만 그것은 배경일 뿐, 작가는 ‘친구와 함께한 전람회’에 초점을 둔다. “우렛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빗소리로 잠이 깼다. 사흘 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기획전인 ‘미술과 문학의 만남’을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운 좋게 예약할 수 있었다. (…) 친구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1시 40분에 만나 티켓을 끊고 입구에서 열 체크 한 후, 전시장인 석조전으로 들어갔다”로 시작되는 작품은 예술가들의 우정 어린 전시를 소개한다. 젊어서는 일하느라 바빴지만 이제는 오랜 친구, ‘선천성 우정’을 만나면 여든 나이도 금방 잊게 된다. 친구도 나도 다르지 않기에 어떤 말 필요 없이 같은 보폭으로 길을 걷는다. 그나마 건강한 몸으로 오랜 친구와 정갈한 고궁(古宮) 땅을 밟는 것도 어디에 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유문자 작가의 고독은 친구와의 우정을 고민하는 사유의 공간에서도 멈추지 않고 뚜벅거리며 걸음을 옮겨 놓는다. 유문자 작가의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게 담긴 「재가 되다」는, 살았을 적 동생들을 살뜰하게 챙겼던 큰언니를 추억하는 장면과 함께, 작가의 첫 책이 나왔을 때 언니한테 가져갔던 날을 회상한다. 작가의 언니는 동생이 다녀간 다음 날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20여 일 만에 돌아가셨다. “가족묘(家族墓)는 직사각형의 대리석 상판 밑으로 작은 유리문이 있고 그 속에는 이미 항아리 한 개가 놓여 있었다. 십여 년 전에 돌아가신 형부의 재가 담긴 항아리다. 그 옆 빈자리에 언니를 모셨다. 문득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의 생도 나의 생도 모양만 다를 뿐 결국은 같은 것이었다. 우리의 삶이 한 장의 사진처럼 정지되어 보였다. 이 세상은 다음 세상으로 가는 임시 거처일 뿐인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리도 아등바등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작가의 독백이 평생을 외롭게 걸어온 이의 회한으로 들리는 듯하다. 유문자의 첫 수필집 해설을 쓴 한복용 문학평론가이자 수필가는 “시대가 바뀌고 환경도 바뀌고 문화마저도 변한 지 오래되었다. 백세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다. 작가 유문자의 수필집은 그 해답을 작품 골목마다 배치해 친절하게 보여준다. 유문자의 두 번째 수필집 『나를 닮은 새 한 마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의 일상이 담담하게 서술되었다. 더는 ‘신파적’이지 않은, 나이를 잊은 한 작가의 살아 있는 도전으로 읽힌다. 이런저런 이유로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작가의 너른 정원을 보는 듯”하다면서 “표제작인 「나를 닮은 새 한 마리」와 「혼자 앉는 식탁」, 「여느 때와 비슷한 어느 날 저녁」 등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와 닮았다. 작가의 시간도 다르지 않기에 더 가까이 느껴진다. 공감은 최고의 위로가 된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 그 시간 안에 있는 유문자 작가의 표현법은 남다르다. 문학을 통해 이겨낼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작품으로 보여주면서 그가 걸어가는 시간의 길 위에 유문자만이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올려놓으며 그의 철학을 읽어본다”고 추천사를 써주었다. 책 속에서 ● 눈이 감긴다. 보던 책을 덮는다. 고개를 돌려 무심히 가리개 속 매를 바라본다. 긴 봄, 해가 점점 엷어지고 산그림자가 드리웠다. 어미가 가장 한가한 때이다. 만고풍상을 함께한 소나무 둥치에 앉아서 어미 새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물고기 비늘처럼 촘촘한 매의 깃털은 바늘처럼 뾰족한 솔잎과 모양만 다를 뿐 같은 색이다. 보호색이다. 지엄한 구중궁궐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궁녀의 호신 습성일까, 아니면 발톱을 감춘 매를 위한 배려일까? 그러고 보면 매는 궁녀인 듯도 하고, 궁녀가 은애하는 왕인 것도 같다. 그리고 어찌 보면 한세상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나를 보는 것도 같다. 지금 나는 꿈을 꾸는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 꿈은 이어진다. ‘자각몽(自覺夢)’이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숲도 얼굴을 바꾸었다. 바람의 방향도 달라졌다. 이리저리 다니던 바람은 나뭇가지 끝에서 머문다. 가리개 유리가 들썩인다. 매가 날개를 퍼덕인다. 그 매가 바람을 탄다. 매야, 그 바람을 타고 저 푸르른 하늘을 힘차게 날자꾸나. ― 「나를 닮은 새 한 마리」 중에서 ● 밥해먹기 귀찮을 땐 음식점에 가서 사먹어도 좋으련만 그동안 나는 너무 먹는 걸 소홀히 했다. 혼자 밥 먹는 거 흉도 아닌 세상인데 공연히 위축되어 그러지도 못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여러 해 이어온 수영도 못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면서 생활이 많이 단조로워졌다. 혼자 살면 이번처럼 갑자기 다치거나 아플 때가 문제다. 내가 건강해야 바쁘게 사는 자식들 걱정 안 시키고 나도 하고 싶은 일하면서 글도 쓰고 노후를 즐길 수 있을 텐데, 이번 일은 잘 챙겨먹고 건강에 신경쓰라는 신호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의무적으로 스트레칭과 맨손체조를 하고 제때 식사를 챙기려고 한다. 식품을 섭취할 때는 영양에도 신경을 쓴다. 휴대폰은 항상 눈에 잘 띄는 곳에 둔다. 그날 밤 불현듯 걸려온 H선생의 전화는 나에게 크나큰 위안이었다. 뜻밖의 연락도 반가웠지만 생각지도 못한 흰죽 처방은 어떤 의사의 치료보다도 훌륭했다. 요즘에 나는 종종 흰죽을 끓인다. 소화력이 약해지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흰죽 맛을 제대로 느낀 때문이다. 입맛 없고 심심할 때 간장으로 간을 해 먹는 흰죽이 나에게 별미가 되었다. ― 「혼자 앉는 식탁」 중에서 ● 쳇바퀴 돌 듯 무의미한 습관적 반복은 삶을 무료하게 하지만, 체험을 통한 긍정적인 반복은 인격을 완성시킨다. 오늘 만난 그 노인도 지하철을 이용해 젊은이들의 업무를 도와 심부름을 해주고 틈틈이 요양사 일을 하다보니 하는 일이 있어 늙을 새가 없다고 했다. 밝고 당당한 그의 삶은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은 2Y2R(Too young to retire)세대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해보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퇴직 후 한동안 나는 특별한 희망이 없었다. 뒤늦게나마 접한 문학의 길은 내가 가장 잘 선택한 일이다. 칸트도 “할 일이 있고 희망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거미 몸에서 줄이 나오듯 글이 술술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글밭에서 보고 듣고 생각하며 뒹굴다가 완성작이 한 편 두 편 쌓일 때 나는 성취감을 느낀다. 누구 말마따나 나의 이런 행위가 쓰고 버리는 볼펜이 아니라 지식잉크를 충전하는 만년필이라 생각하면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나 또한 문학동네에서 노닐며 은퇴(retire)하지 말고 타이어를 갈아끼우면서(re-tire) 인생마일리지를 쌓아가고 싶다. 유지필성(有志必成),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했다. 할 수 있다는 의지만 있으면, 상상만으로도 시공은 물론, 세상 어느 곳이든 오갈 수 있는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문학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그것에 닿아야만 내 것이 된다. 체력이 문제이기는 하나 욕심만 조금 내려놓는다면 하나하나 천천히 못이룰 일도 아니다. 더디더라도 그러고 싶다. ― 「인생 이모작」 중에서

저자 소개

  • 저자 : 유문자
저자 : 유문자
대전에서 태어났다. 대전여자중학교와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언주초등학교 외 31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했고 1996년 8월 말에 명예퇴직했다. 2004년 봄, 동아문화센터 고 임선희 선생님 강좌에서 수필 공부를 했다. 2007년 1월 격월간 『에세이스트』로 등단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몇 년간 글을 쓰지 않았다. 2017년 7월 『한국산문』에서 임헌영 교수의 인문학 강의를 들었고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이 되었다. 첫 수필집 『장미가 쏟아지는 밤』을 펴냈다.

목차

책을 펴내며 | 다시 한 권으로 엮는 ‘내가 걸어온 삶의 궤적·4

제1장 뭉클한 순간
도장‥13 | 가을 이야기‥16 | 거울 앞에서‥20 | 뭉클한 순간‥24
행운의 여신은 살며시‥29 | 여느 때와 비슷한 어느 날 저녁‥34
나의 달력‥39 | 혼자 앉는 식탁‥43 | 대[竹]처럼 때론 구리처럼‥47
오랜 친구와 하루를 보낸다는 건‥51

제2장 숟가락 이야기
나를 닮은 새 한 마리‥57 | 미술과 문학의 브로맨스(Bromance)‥61
어느 가을날의 소고(小考)‥68 | 누가 가르쳐주었을까‥71
완두콩 까는 노파‥75 | 숟가락 이야기‥79 | 코타키나발루에서‥84
훈민정음 윷놀이‥89 | 운수 좋은 날‥93

제3장 재가 되다
저무는 숲속에서‥99 | 재가 되다‥102 | 운명이 있는 걸까?‥107
한 올 철학‥112 | 시장 풍경‥117 | 우산‥120
아라크네의 후예(後裔)‥123 | 만남‥127
서인희 씨처럼 그렇게‥132 | 나의 무명지(無名指)‥136

제4장 늙음은 도둑고양이처럼
얼룩‥143 | 왼손가위‥147 | 파랑 색연필‥152 | 품위 있는 그녀‥155
구두‥159 | 도토리묵‥162 | 늙음은 도둑고양이처럼‥166
내가 기억하는 한 가지‥170 | 베개‥175

제5장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반려묘 단상(斷想)‥181 | 봄날은 간다‥186 | 파꽃‥191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194 | 길 위에서‥198
깊어가는 시월의 밤‥203 | 감자‥207 | 인생 이모작‥211
6월, 전환점에 서다‥215 | 물에서‥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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