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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3412190 / 180쪽 / 180g / 12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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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권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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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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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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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칼리
- 15,120
- 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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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00
출판사 리뷰
백숙현의 시는 “온통 하얀 세상”(「특급열차」)으로 가득하다. 이 세계를 이루는 것은 차갑고 상쾌한 바람, 때로는 일렁이는 겨울의 흰빛과 닮아서, 제자리를 지키다가도 “기억 저편으로”(「커밍 쑨」) 사라지고는 한다. 마치 “겨울나무와 눈사람 위로 촛농이 떨어”(「한밤의 초코케이크」)지듯이. 다만 시 속 화자들은 “눈사람은 가야 할 곳이 있”(「겨울의 기쁨」)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작은 생을 그저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듬는다. 비가시화된 이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담담히 애쓰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사려 깊은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고요하고 평온한 세계에 다다른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자신만의 속도로 걸음을 옮기는 화자의 시야가 일순 뚜렷해지는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백숙현의 화자들이 지금 이곳에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한 까닭이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눈사람 나라」) 마음으로 “돌아갈 수도/돌아올 수도 없는”(「조각 그림 맞추기」) 길을 대면하는 순간에도, 인물들은 “날마다 해가 뜬다”(「꽃과 꿈」)는 사실을 기억하며 자신의 움직임에 몰두한다. 이때 시인의 명확한 사유로부터 생동하는 언어들은 일상적이고도 달콤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이 섬세한 시선 끝에서 부풀어 오르는 감정은 “함부로 말해지지 않기에 귀히 여겨야 할 무엇이 되어 가는 생(生)의 기록”(성현아, 해설)으로 귀결된다. 백숙현이 손끝으로 가만히 더듬어 보는 포근한 정경들, 다정함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순백의 “문장 아래에는 오롯이 씻긴 풍경과 소소한 사건들이 넘실”(장석남, 추천사)거리며, 그 풍경은 과연 “조금 슬프고 많이 아늑하다”(「오션시티호텔」). 백숙현의 시를 구성하는 작은 생들이 가진 잠재력은 존재 자체로 우리를 위로한다. “그 깊고 고요한 눈 속”(「사원 밖의 노인」)에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남겨 보려는 애틋한 마음이 여기에 있다. 그러니 가장 따뜻한 겨울의 풍경이 이곳에 고스란히 마련되어 있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풍경을 읽어 내리다 보면 “내일은 자라날까 사라질까”(「숲의 얼굴」)를 골몰하다가도, “이 재난 속에 묵묵히 살아 있다”(「전염병」)라는 진실을 기억하며, 결국 “나는 빛을 향해 손을 내민다”(「언덕 너머 마트에 가는 길」)라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게 될 테니. 문학평론가 성현아가 주목하듯, “백숙현은 자신이 기른 한 나무를 지켜내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으며 “그 옆에 나란히 선 나무들에도 다정한 시선”을 나누는 시인이다. 성현아는 해설을 통해 “이 시집에 늘어놓는 이미지는 우리가 본 적 있는 흔히 아는 일상의 소재들을 경유한 것임에도, 우리가 본 적 없는 것들이다. 독자들에게도 ‘비천하고도 거룩한, 그 모순적인 생활의 양면’(「너와 나 사이에 물방울이」)을 모두 볼 수 있게 만든다”라는 점을 짚어낸다. 천천히 잊혀 가는 것들에게 가만히 숨을 불어 넣어 주고, 세계에 존재하는 작은 것들을 새하얗게 감싸는 일을 겨울의 기쁨이라 부를 수 있다면.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이곳이 마음에 든다”(「사라진 열쇠」)라는 충만함으로 가득 차오르는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시인의 말 시가 나를 데려온 곳에 서 있다 내가 찾고 있던 당신이 나를 찾아냈다 2023년 12월 백숙현 -------------------------------------------------------------------- 추천사 거의 모든 시들이 현재 진행형인 까닭을 생각해 보았는데 답이 쉽지 않다. 모든 생은 결코 끝나지 않는, 끝낼 수 없는 여행이라는 뜻일까? 모든 시들이 살아온 내용들로, 감상 섞인 단어를 쓰자면 ‘추억’으로 이루어졌음에도(모든 시는 그럴 수밖에 없고!) 문장은 늦가을 냇물처럼 흘러만 간다. 투명하게 살아 진행한다. 문장 아래에는 오롯이 씻긴 풍경과 소소한 사건들이 넘실거린다. 한 모서리도 훼손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시공(時空)에 그러나 아무나 볼 수 없는 무늬가 있으니 백숙현 시인의 탁월한 안목이 발견해낸 무늬일 것이다. 여행자로서 그의 발길은 세계 전체로 열려 있으나 그 발자국은 내 울타리 안의 그것과 같이 실감 있다. “사막을 오래 걸어온 얼굴”(「한밤의 초코케이크」)을 알아채고 “구름을 공부하면” “더 좋은 생활을 하게 될 것 같”(「구름을 공부하면」)다는 그의 조용한 고백을 따라서 독자는 ‘구름 공부’를 해 볼 수밖에 없다. 그의 시는 ‘밤 기차’와 같아서 그는 원주에 내리지만 기차는 원주 지나 ‘좋은 곳’도 지나 ‘천년 숲’을 가로질러 갈 것이다. 이승과 환상과 음표들, 겨울과 울음과 사원들 위를 오가는 소금쟁이의 발자국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의 시를 그 소금쟁이의 발자국에 비유해 본다. 장석남 시인
1부 두고 온 사람
귤이 웃는다
특급열차
우아한 오후
아이스크림 탑
전염병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멕시코시티에서 죽었다
빨간 일요일
일본 매미
봄날의 공원
아침에는 고양이 세수를 해요
고양이 선생님
지붕에 오르기
종소리
링링
밤과 아침
2부 겨울나무 읽기
겨울나무
렌트 하우스
이렇게 멋진 셔츠는 처음이야
유령의 결혼 생활
구름을 공부하면
스노볼
조각 그림 맞추기
하염없이 하루하루
한밤의 초코케이크
사라지는 것
좋은 곳
너와 나 사이에 물방울이
망각의 의도
투명한 날
먼 곳
3부 날아가는 돌멩이
구불구불한 밤
숲의 얼굴
명동슈퍼 옥수수
안녕, 티라미수
마태수난곡
마루광
태풍이 지나가고
약속
돌멩이의 노래
손톱 깎는 밤
꽃을 찍는 사람
비자림
밤 기차
겨울의 기쁨
검은 개
4부 불씨를 품은 눈사람
눈사람 나라
아키 카우리스마키
커밍 쑨
꽃과 꿈
우울이 길다
네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사원 밖의 노인
바람개비
숨은 꽃
언덕 너머 마트에 가는 길
부서진 발자국들은 어디로 갔니?
수목원
새로운 생활
오션시티호텔
사라진 열쇠
해설
비로소 보이는 겨울
―성현아(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