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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587431 / 193쪽 / 337g / 133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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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돌신녀石神女> 지난여름 장마로 뒤꼍 언덕이 조금 무너졌다. 벌겋게 깎인 자리가 거칠어 보여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린다. 주변에 꽃을 심고 다독거려도 때깔이 나지 않는다. 포크레인을 불러서 해야 할 큰 공사도 아니고 고민만 키워 왔다. 내 힘으로 하기 엔 벅차지만 가을이면 도지는 병 이유도 없이 쓸쓸하고 허전한마음의 병을 뒤꼍에서 달래보기로 했다. 높이 1미터, 길이 6미터쯤 되는 면적에 석축을 쌓으면 어떻겠느냐 하니 말도 안 된다며 남편은 두 번 다시 말도 못 꺼내게 한다. 집을 짓고 마당을 고를 때 모아놓았던 돌도 처리 할 겸 내 손으로 석축을 쌓고 싶었다. ‘그래요, 당신이 안 하면 나 혼자라도 합니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생각으로 끝나는 거다. 일단 저질러보자 마음먹고 팔을 걷어붙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바위 만한 돌을 살살 달래고 굴려서 기초를 잡아갔다. 작은 돌은 번쩍 들어 올려 쌓기 시작했다. 평소 내가 쓰던 힘으로는 할 수없는 일이다. 어디서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지 나 자신도 놀라웠다. 돌에도 암수가 있다. 자연석은 암수만 잘 맞추면 쌓기가 수월한데 파석은 암수가 없어 쌓기가 까다롭다. 자연석만으로는 돌이 모자라서 파석을 함께 썼다. 돌을 들었다 내렸다 수없이 반복하다보니 장갑도 구멍이 나고 손목은 시큰거렸다. 처음엔 쓸데없는 일 한다고 핀잔만 하더니 며칠이 지나도 포기하지 않으니 남편도 거들기 시작했다.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재미에 아픈 것도 참을 만 했다. 혹여 허물어질까 봐 긴 돌로 중간중간에 쐐기돌까지 박았다. 우리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없는 돌은 굴리고 밀고 살살 달래면 돌도 움직여준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돌을 만지는 이치와 많이 다르지 않다. 힘에 벅찬 돌을 쌓을 때마다 그렇지 큰 것을 이루려면 그 만큼의 노력과 더 큰 고통을 인내 하는 거다. 내 몫의 무게를 감당하는 일, 고통을 견디고 살다 보면 구원처럼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토지작가 박경리 선생님도 생전에 가꾸시던 텃밭을 주변에서 나온 돌로 담을 쌓았다.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건축을 했을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도 집을 가꾸며 흙과 돌을 만지는 일을 이렇게 좋아하고 잘할 수 있었는지 놀라웠다. 요즈음 정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더운 심장으로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기와 마주 할 수 있게 된다. 석축은 보름여의 시간이 걸려 완성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도 차근차근하다 보면 완성하게 된다. 큰 돌은 큰 돌 나름대로 쓰이고 작은 돌은 그 나름 쓰임이 있다. 큰 돌이 흔들릴 때 작은 돌을 받쳐 주면 탄탄해진다. 쓰임이 다를 뿐 쓸모없는 것이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잘 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 세상은 조화로운 것이다. 완성된 석축을 보니 우리가 했다고 믿기지 않았다. 좀 어설퍼 보이지만 해냈다는 자신감과 기쁨이 크다. 기성품의 블럭이나 전문가가 쌓았다면 완벽하게 멋졌을 것이다. 그러나 엉성하지만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이 뿌듯함은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내 능력 밖이라고 생각했던 그 일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 기쁨을 어디에 비하랴. 완성된 석축에 물을 뿌려 흙을 닦아냈다. 뽀얗게 세수한 돌 하나 하나가 예쁘다. 석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남편이 나에게 ‘돌신녀’라고 부른다.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당신은 돌을 만지고 있을 때 보면 신들린 여자 같어.”라고 한다. “그래요? 내가 돌을 만지고 있으면 그분이 내 몸속으로 들어오시나 봐. 전생에 석공이었나 봐요.” 하며 웃었다. 우리는 꼭 해내고 싶은 일이나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만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돌을 쌓으며 고맙게도 내 몸속에 있던 신의 힘이 나왔나 보다. 이 가을에 큰 숙제 해결했다.
머리말 견딤의 시간 5
1부 흙내였다
돌신녀石神女 13
장화 17
남한산성 21
뜻밖의 풍경 25
숲속의 다락방 29
흙내였다 33
꽃을 사랑한다를 읽으며 37
복숭아 세 알 41
덕암골 마당놀이 45
5인분 노예로 승진했어요 49
2부 진짜 날씨 좋다(11편)
산다는 게 그런 거지 55
상흔 59
다시 걸었다 63
꽃의 정원 67
고립과 자유 71
집 정리 다 했어요? 75
날씨 진짜 좋다 79
애가 타 83
늦바람 87
2월에 찍는 쉼표 91
하루 95
3부 깊은 고요(11편)
춘천의 밤 101
깊은 고요 105
미끼 109
어떤 마을 113
이것 때문이지 117
맹물 맛을 아는 나이 121
훔칠 걸 훔쳐야지 125
열정 130
가볍게 떠나 볼까 135
승부의 세계 139
끼니 143
4부 빗소리를 들으며(11편)
서울물 149
사연 153
빗소리를 들으며 157
사람을 부르는 손짓 162
눈독 들이다 166
잘 늙은 호수 170
빈틈 174
백리향처럼 178
덤벙 주초 182
그냥 186
청주의 영원한 거리 1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