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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821108 / 264쪽 / 343g / 146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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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길란, 남의현, 서장원, 위수정, 이미상, 함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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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진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 『소설의 유령』은 사람 사이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함께 드러나는 9편의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사정을 끈질기게 따라가며 모순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의 한 대목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문장과 탁월한 구성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의 가혹한 진실을 들여다보며 아픔을 어루만진다.
「소설의 유령을 위한 습작」에 등장하는 디지털 장의사는 죽은 소설가의 디지털 장례를 의뢰받는다. 장의사는 그 소설가의 이메일을 일일이 확인하다가 죽은 소설가와 의뢰인에 얽힌 의문의 기록을 발견하게 되고, 이야기는 교차하고 포개지면서 소설가와 의뢰인 사이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난다. 「초록 알람」은 대리모 일을 자처하는 주인공이 느껴야 했던 여러 겹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여성이 짊어지고 감수해야만 했던 정체성의 역설과 여성만이 소유해야 하는 모순적 욕구들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한편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그린 「코로나 시대의 싱글 라이프」, 가족을 거느린 아비 고양이 도도에 관한 이야기 「도도와 쭈아」도 오늘을 살아가는 군상들의 생생한 모습을 여실히 담아낸다. 평강공주와 온달의 사랑을 모티프로 한 「평강의 숲」과 백제 미마지의 애절한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백제의 악(樂), 바다 건너 꽃 피다」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 현실에 만연한 사회문제들을 비틀어 조명하는 한편,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까지 세심하게 그려내면서 작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 속 빛의 흔적을 따라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떠난다.
작품 속으로
아무래도 조금쯤 미친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정산은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비웃음을 정색시키려 애를 썼다. 소설이 무슨 생명체도 아니겠고, 소설이 죽었다느니 또 죽은 소설을 염습해야 한다느니, 이게 지금 어느 세상 이야기인가? 게다가 디지털 장례라는 건 고인이 디지털 세상에다 끼쳐놓은 자취를 찾아 영원의 침묵 속에다 묻어주는 일이지, 유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아니다. 손에 잡히는 물질로 전화되지 않았다 해도 이미 구조화된 소설이라면 유물이 아닐 것인가? \t(「소설의 유령을 위한 습작」, 70쪽)
그런데 참 묘한 일이었다. 이상하게도 여자에겐 거절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 임신일지 모른다는 미묘한 우울감이, 제왕절개 수술을 또 한 번 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니 그보다는 내 자궁이 진짜 내 아기는 한 번도 키워보지 못한 채로 성능 저하의 늪에 빠져버릴지 모른다는 냉철한 직시가 날 체념 상태로 몰아갔을지도 모른다. 여자와 내가 마흔셋이라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까지 같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감정선을 절대로 넘지 않는다는 내 철칙이 이미 흔들렸는지도 모른다. \t(「초록 알람」, 121쪽)
“마마께선 저를 온달에게 시집보내리라, 어렸을 적부터 늘 말씀하셨지요. 고구려 온 백성의 아버지인 마마께서 그동안 거짓 약속을 해왔다는 말씀이십니까?”
평강은 아버지 평원왕에게 따지고 들었다. 온달이라는 사내가 누군지, 무엇을 하는 자인지 알 순 없으나 어려서부터 그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 마치 친동기간이라도 되는 듯한 정감이 있어왔던 터다. 다만 그 이름자 앞에 붙은 ‘바보’라는 수식어가 조금 맘에 걸리긴 했다. 그렇더라도 꼴 보기 싫은 고 도령과의 혼사를 물릴 수만 있다면 바보든 멍청이든 별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한번 울음보가 터지면 도무지 그칠 줄 모르는 널 어르느라 농담 삼아 했던 말을 금과옥조로 새겼더란 말이냐?”
“어찌 아니 그렇겠습니까? 어린 시절, 귀에 못이 박이도록 새겨주셨지요. 한 나라의 지존께서 한두 번도 아니고 수없이 내리신 말씀을 손바닥 뒤집듯 그리 쉽게 뒤집을 순 없는 일입니다.”
(「평강의 숲」, 194쪽)
작가의 말
코로나 시대의 싱글 라이프
도도와 쭈아
소설의 유령을 위한 습작
우주적 사건 지평선 너머
초록 알람
은행나무 협주곡
도미노 게임
평강의 숲
백제의 악(樂), 바다 건너 꽃피다
작품 해설 : 돌봄, 지평선 너머의 언어_ 방승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