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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2828299 / 264쪽 / 343g /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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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소설에서 도영과 상반되는 인물이 여자인데, 주제적인 측면에서 도영의 대위법적 존재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서로 이름조차 모르고 도영은 여자의 얼굴도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뒷모습, 그것도 목덜미의 푸른 장미 문양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도영의 남루한 분위기와 달리 여자는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다. 도영이 일상의 누추한 생활의 냄새를 묻히고 살아간다면, 여자는 그와는 다소 거리가 먼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모호한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소설은 이 같은 두 인물의 상반된 특징인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꿈 사이의 절묘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상실과 결여의 상처라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이끌고 있다. 『푸른 환영』에서 여자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목덜미에 있는 푸른 장미 문양이다. 푸른 장미의 꽃말은 기적, 환상,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다. 갈망하는 꿈의 환상을 찾아 떠나온 도영 앞에 그 같은 환영의 육화로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두 사람은 주로 전화 통화를 통해 만나는데 말하는 주체는 대체로 여자이며 듣는 쪽은 도영이다. 여러 겹의 물결 같은 은유 가득한 여자의 목소리가 전하는, 불우한 이야기에 도영은 깊이 공감하며 이입된다. 도영 역시 그 못지않은 불행한 가족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런 여자의 이야기와 도영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서사를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조화로운 선율의 절묘한 화합을 끌어내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독자들은 두 사람의 사연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도영은 여자의 말을 듣게 되면서 지지부진하던 글쓰기를 그제야 생생히 이어간다. 그 행위는 여자를 향한 공감이 깊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향한 성찰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돌이켜 보며 오랫동안 내면 깊숙이 묻어두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린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지울 길 없는 상처와 피해를 주고 떠난 어머니를 더는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을 글로 옮기면서 그간 자신이 지닌 상실과 결여를 뒤늦게 직시한다.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던 버거운 무게로 인해 무언가를 절박하게 갈망하고 있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는다. 그것이 결국 글을 쓰겠다는 열망의 바탕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결말에서 여자는 도영에게 파미르고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어떤 존재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겁게 덮어씌운 무언가를 버리기 위한 수행의 길을 가면서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짐이 실린 수레를 또 힘들게 끌고 가는 노정이 우리 삶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암시를 남긴다. 그 암시는 현생의 시간, 우주 속의 한낱 미약한 존재로 살아가는 모두에게 건네는 강렬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자는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말 저편으로 사라진다. 도영은 더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면서 깊은 상실의 좌절을 안는다. 현실인 듯 비현실인 듯 경계의 혼돈에서 아슬한 생의 조각 조각으로 흔들린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짙은 안개 속 어딘가에 켜졌을 희미한 불빛을 찾고자 한다. 그런 도영의 앞길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독자들 앞에 놓여있다. 작가의 말 안개가 짙다. 사위는 거의 분간되지 않아 불안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는 서서히 걷혔다. 일상에서의 활동 반경 가시거리는 확보되었으나 쨍하게 청명하지는 않았다. 미진함처럼 아주 미세한 연기가 퍼진 듯했다. 둘러싼 산자락 멀리 눈길을 건네면 여전히 흐릿한 윤곽이 아스라했다. 자동차를 타고 그런 날의 어느 공간을 달렸다. 길가 양쪽으로 서 있는 나무들 우듬지가 맞대다시피 울창했다. 그곳으로 햇살 무리가 집중 조명처럼 가닥가닥 비쳐 들었다. 나무들이 벗어내는 가을 색 물든 많은 이파리가 그 속을 춤추듯 날았다. 사분사분. 팔랑팔랑. 일시에 후르르 가 아닌 천천히, 꿈결같이 유영했다. 그 정경이 가슴 아리도록 쓸쓸하면서 아름다웠다. 『푸른 환영』의 도영과 여자를 생각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글 속의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도영’이었으며 ‘여자’였다. 각기 다른 그들의 세계를 오가며 함께 했던 날들은 아슬한 생의 조각 조각으로, 흐릿한 안개 속 어딘가에 켜졌을 희미한 불빛을 찾는 일이었다. 그 속에서 같은 곳을 순연하게 갈망하며 공역의 접점으로 향하기를 바랐다. 이제 내 몫을 마친 나는 그들에게서 분리된다.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와 무게로 남을지는 그들 몫이다. 만약… 어느 때 우연히 그들을 다시 만난다면 나는 심상해질까. 아마 잘 지내냐는 담백한 인사말 한마디를 툭 건네고 스치듯 그저 지나치게 될지도. 지금, 현실의 나도 꿈결처럼 떨어져 날리는 나뭇잎들 속을 그저 지나간다.
1~23 / 8
해설
환영의 대위법 _ 장두영(문학평론가) / 239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