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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아시죠

박옥희 저 | 선우미디어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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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6587370 / 251쪽 / 486g / 154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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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작품 속에 묻어난 올곧은 작가 의식 수필집 『내 이름 아시죠』는 가족의 지난 세월을 되짚어가며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제1부로 시작하여 코로나 시대와 더불어 격변하는 사회 현상, 여행을 통해 느낀 잔잔한 감동, 자연 속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어가는 과정과 일상에서 시나브로 자신을 성장시킨 이야기 등 모두 5부로 구성하고 있다. 그랬다. 박옥희 작가의 작품집에는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공무원으로서 걸어온 길이 보인다. 사회의 변화와 주변에 대한 성찰이 묻어난다. 특히 그의 삶 속에는 가족이 깊숙이 의식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부재가,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어머니의 치열한 삶이 융숭 깊게 자리하고, 정신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의 삶을 살면서 올바르게 살기 위해 무던히 자신을 갈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눈물겹게 읽혀 애틋한 마음이 가슴 저리게 와 닿는다. 1. 가족사를 통해 본 작가의 의식 세계 나에게 생전의 아버지 얼굴은 없다. 아버지와 첫 만남은 사진 속이다. 목소리도 기억에 없다. 잊히지 않고 어렴풋이 떠오르는 모습이 있기는 하다. 아파서 안방 아랫목에 누워 계시던 모습과 윗목에 놓여있던 커다란 놋요강이 전부다. (중략) 고향 집 대청마루 찬장 위에는 늘 거무스름하고 낡은 트렁크가 하나 있었다. 아버지의 부재에도 꿋꿋이 집을 지켜왔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늘 우리를 지켜주는 아버지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 - <아버지의 언어> 중에서 고향 집 대청마루 찬장 위에 낡은 트렁크 하나, 그 속에 표지가 바스러져 가는 까맣고 두툼한 사진첩, 그것이 나이 서른아홉에 7남매와 젊은 아내, 노모를 남기고 먼 길 떠나신 아버지의 실체였다. 당시 세 돌짜리였던 작가는 아버지가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처음부터 없었던 허상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집을 개축하면서 버려진 트렁크로 인해 비로소 아버지를 여읜 슬픔을 느낀다. 3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영정사진을 만들 때 사진첩 속의 아버지 사진을 꺼내 같이 영정을 만들면서 아버지가 다시 살아난다. 반백에 쪽 찐 머리의 어머니와 청년의 아버지를 마주하며 늘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가 사무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진정 마음으로부터의 화해다. 어머니는 남편의 부재를 슬퍼할 겨를도 없이 청상으로 가장이 되어 살아왔다. 두 살배기 막내, 그 위로 칠 남매를 두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가장이 된 것이다. 서른아홉에 먼저 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는 어머니에게 큰 짐으로 다가왔다. 자식들 건사, 시어머니 봉양, 가업으로 물려받은 농사일까지 모두가 하루아침에 어머니의 몫이 되었다. 아버지는 애당초 농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서울인 경성에서 ‘경성전기학교’를 졸업했고, 결혼 후에도 사랑방에 한문 독선생을 모시고 공부를 하셨던 선비였다고 한다. 늘 그랬듯 어머니는 모든 일을 도맡았지만, 아버지가 계셨을 때와는 그 짐의 무게가 달랐으리라 -<어머니의 꽃상여> 중에서 엄마는 사계절이 무색하도록 텃밭에서 일을 하셨다. 엄마의 일은 기도 그 자체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기도가 다르지 않았다. 텃밭에 엎드려 있는 엄마의 굽은 어깨에는 어린 7남매가 배곯지 않고 무탈하기를 비는 기도문이 무겁게 얹혀 있었다. 엄마의 기도를 먹고 자란 덕에 나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엄마는 이보다 더한 것도 참아냈는데’ 스스로를 위로하면 다시 힘이 솟았다. -<엄마의 기도> 중에서 엄마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던 텃밭은 그저 푸성귀를 기르던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철 따라 열무, 상추, 푸성귀 씨 뿌리고, 오이, 호박 넝쿨 잘 오르도록 지지대를 세우며 텃밭을 가꾸는 행위는 곧 자식을 올곧게 키워가는 또 다른 표현이며, 가족을 위한 정성이다. 새벽부터 흰 적삼이 흠뻑 젖도록 호미질하는 그 마음은 올망졸망한 7남매의 터를 닦는 기도였다. 어려운 시절 우리네 부모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작가에게는 아버지의 역할까지 청상의 어머니가 혼자 짊어진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으리라. ‘촌부자, 일부자’라 했다. 살아생전에도 집안일, 농사일은 뒷전이었던 아버지, 그도 모자라 모든 짐을 어머니에게 떠안기고 홀연히 저세상으로 가신 아버지는 엄마를, 온 가족을 힘들게 한 대상이었다.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힘든 삶을 사셨다는 생각이 작가에게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는지도 모른다. 불뚝불뚝 이는 남성 위주 사회에 대한 반발이 자신만의 확고한 인생관을 지켜간 힘이 되지 않았을까. ‘뭐 하나 부족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왜 혼자 살까’ 의심의 눈초리를 숱하게 받았을 터이다. 그의 작품집을 보면 행간에 녹아 있는 의식 세계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남모르게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부분을 얼마나 힘겹게 이겨내며 오늘을 이루고 있는지 애잔하다. 한편 어머니의 삶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작가의 삶으로 이어진다. 작가 역시 한시도 허투루 산 적이 없다. 퇴직 후 수많은 자격증을 따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된 이유다.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자 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몸에 밴 습관이다. “이거 너 가져” 이모님이 갑자기 아끼던 무명실꾸러미를 내 손에 쥐여주신다. “이렇게 귀한 걸 내게 주실래요?” 따스한 손길이 이모님의 손끝에서 나에게로 전해져온다. 이모님에게도 이렇게 외할머니의 손길이 전해져 왔을 게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 외할머니의 체온이 이모님의 손끝을 통해 내게 와 닿는다. 이모님은 당신 어머니와의 마지막 연결고리였던, 하나밖에 없는 무명실꾸러미를 나에게 내어주신 것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듯 내 손에 쥐어주신 무명실꾸러미를 내 어머니의 유품인 듯 품에 안으며 나는 와락 눈물이 솟구쳤다. -<무명실 꾸러미> 중에서 작가는 천상 여성의 성품을 지녔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무명실꾸러미를 통해 외할머니의 마음이 이모를 통해 전달된다. 어머니의 유품인양 받아 안으며 작가는 모녀 3대의 대물림을 느낀다. 이들의 삶을 통해 면면히 녹아 있는 여인들의 한과 기원을 담아내며, 지난 세대의 우리 사회 여성이 걸어야 했던 길을 조명하고 있다. 작가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그의 어머니이다. 그늘 속에 가려 있는 희생적인 여인들의 삶이 이 사회를 이끌어온 한 축으로서 당당함을 함유하고 있다. 2. 사회와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선 새로운 인류가 등장했다. ‘포노 사피엔스’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말하는 포노와 호모 사피엔스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뜻한다. 그래서 포노 사피엔스를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라고 한다. 인간의 내장기관 전체를 통틀어 오장육부라고 하면, 이들은 오장칠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신인류는 스마트폰이라는 장기를 하나 더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 중에서 어느 틈엔가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등장했다.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전화의 기능으로 시작하여 메모지, 저장창고, 은행의 역할은 물론, 음악, 영화 등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주요 매체로 우리 일상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현대 생활에 발맞춰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문명의 이기는 인간의 편리에서 비롯되었지만, 이에 의존하다 보면 뇌가 퇴화하는 등 자칫 기계에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작가는 기계화에 의해 인간미가 없어질까 걱정하는 한편, 시대에 맞게 적극 활용해 나가야 함도 아우르고 있다. 설날 오후,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온 가족이 모였다. 세배를 하기 위해서다. 어른들은 쑥스러운 듯 카메라 앞에 점잖게 앉아있고 아이들은 시끌벅적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다. 평소 같았으면 오빠네 집에 모두 모여서 세배를 드리고 덕담을 나누며 세뱃돈을 주고받았을 일이다. 그렇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에서 5명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가족끼리도 5명 이상이 모이면 벌금을 내야 한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설 명절에 가까운 가족끼리도 만나지 말라는 것이다. (......) 할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온택트 세배다. ‘온택트’는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외부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을 말한다. 코로나19 이후에 사회 전반에서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가 새로운 흐름으로 변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각종 강의와 수업을 하고, 전시회나 공연 심지어 모델하우스까지 영상으로 공개한다. 학생이나 유치원생이 있는 집은 영상수업이 보편화 되어 온택트 활용이 용이하다. -<온택트 세배> 중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세시풍속까지 달라졌다. 설 명절에 각자 집에서 온택트로 세배를 하는 신풍경이 전개된다. 세뱃돈은 온라인 계좌로 넣어준다. 각종 수업, 전시회, 공연, 모델하우스까지 영상으로 전개된다. 웃으며 넘어가고 있지만, 왠지 씁쓸한 이 현상을 작가는 놓치지 않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 외 ‘코로나 블루’ ‘비대면 사회’ 등을 통해 2019년 느닷없이 이 사회에 불어닥친 전염병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회 현상을 여러모로 짚는다. 이 변화되어가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을 바로 볼 수 있는 식견이 느껴진다. 오랜 세월 공직을 수행하면서 재해, 재난 등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해온 생활 태도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어린아이와 함께 온 중국인 가족, 부부로 보이는 서양인 커플, 단체 관광객들까지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한복 일색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복을 입고 올 걸. 한국인이면서 나도 모르게 도심 속 낯선 이방인이 된 듯 차림새가 부끄러워진다. 드레스 코드는 이럴 때 맞추는 건데, 사전지식 없이 따라나선 것이 못내 아쉽다. 다음엔 꼭 한복을 입고 이 거리를 걸으며 양반 여인네 흉내라도 내보리라. -<북촌 한옥마을의 이방인> 중에서 한글날, 글 모임에서 북촌 한옥마을을 여행한 이야기다. 너무 가까운 것들에 대해 우리는 귀함을 모를 때가 많다. 한글이 그렇고 우리 고유의 한옥과 한복이 그렇다. 불편한 한옥보다는 양옥을, 아파트를 선호한다. ‘한복’ 하면 우선 불편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도심 빌딩 속의 한옥마을, 전통과 현대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북촌 한옥마을에 이르러 작가의 눈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이다. 아차 싶은 거다. 외국인도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즐기는 것을 정작 우리는 등한시했음을 느낀다. 한옥마을에서 우리 고유의 한복을 입고 골목을 누비는 이들은 우리가 아닌 이방인이다. 이들 틈에 외려 아무 생각 없이 서양의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이 이방인이 된 듯 부끄러움을 느낀다. 우리 것의 소중함에 대한 자각이 잘 드러나 있다. 한옥마을이 전통문화 예술의 거리로 부각된다는 말에 반가우면서도 남의 일인 양 한발 물러서 바라만 본 것에 대한 자책과 반성이 엿보인다. 과거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있는 듯한 거리를 걸으면서 작가는 ‘내면에 잠재된 또 다른 나를 만난다’는 말을 끝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돈암동에서 정릉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일명 ‘아리랑고개’는 구불구불 가파르다. 차 속에서도 숨이 차다. 아리랑고개를 넘어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마치 옛날 학교 교문 같은 입구가 나온다. 생경하다. 이어서 왼쪽 언덕 위에 아담하고 하얀 집이 보인다. 건물 곳곳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들. ‘간송미술관’이 긴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입고 서 있는 것이다. 80년 넘게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지켜온 산 증인이다. -<간송의 보물을 다시 만나다> 중에서 ‘보화수보?간송의 보물을 다시 만나다’ 제하의 전시회를 보고 느낀 감회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을 건립하고 한국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헌신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업적을 통해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기와집 10채 값을 지불하고 구입한 훈민정음 해례본, 잘 때도 베개 밑에 두고, 피난 시절에서는 가슴에 품었다 한다. 문화재 지키기에 전 재산과 일생을 바친 간송 선생의 일화를 피력한 행간에서 작가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시골에서 서울로 문화재 전시회를 관람하러 다닌다는 것이 녹록지는 않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문화를 지키는데 한몫을 하는 것이리라.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되다 보니 말 없는 정자까지 마스크를 썼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을 향해 항변을 하려는 모양새다. 사람들이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사이 정자는 야영객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정지역인 이곳은 그들이 바이러스나 다를 바 없다. 씁쓸하다. -<식파정 가는 길> 중에서 식파정은 조선시대 이득곤이 진천군 백곡저수지가에 세운 정자로 풍류객이 음풍농월하던 지역의 유산이다. 물결도 쉬어간다는 뜻으로 마음의 물결을 잠재운다는 의미를 지녔다. 마음의 욕랑이 일 때 가끔씩 찾아 마음을 맑히기 딱 좋을 곳인데 누군가 이곳을 훼손했던 모양이다. ‘시설물 인근에서 야영 및 취사 행위를 금지한다’ 아름다운 정자에 떡하니 붙은 경고문이 작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랫동안 외계인처럼 마스크를 쓰고 서로 경계하며 지낸 것이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자연을 함부로 훼손한 대가 아닌가. 마스크를 쓰고 조용한 곳을 찾은 식파정 역시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자연을, 문화유산을 지키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식파정 물결을 탄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인 맹꽁이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용케도 찾아와 이렇게 가까이에 살고 있다니…. 처음엔 맹꽁이 소리에 귀를 의심했다. 도심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맹꽁이 울음소리를 밤마다 집에서 듣는다. 어릴 적 듣던 고향의 소리처럼 정겹다. -<맹꽁이 축제> 중에서 충북혁신도시, 새로 조성된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맹꽁이 소리를 듣는다. 작가의 아파트 인근, 아직 아파트가 들어서지 않은 17,000여 평의 나대지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신도시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만남은 그 자체가 왠지 이질적이지만 작가에게는 축제로 인식된다. 자연이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요, 정겨운 고향의 감흥을 불러오는 고마운 소리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무대에서 ‘맹꽁’ 단 두 음절로 엮어내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애절하게 가슴을 파고든다고 했다. 가끔씩 ‘우르릉 쾅쾅’ 타악기 연주와 함께 번쩍 조명탄을 쏘아 올린다는 표현이 재치 있다. 어떤 이는 시끄러워 밤잠을 설친다고 하소연한다지만, 작가는 아늑한 방 안에 누워 즐기는 축제를 더 이상 듣지 못할까, 아니 아파트가 들어서면 맹꽁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걱정이 앞선다. 자연의 소리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자연 사랑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3. 나를 성장시킨 일상 경쾌한 음악에 맞춰 무대로 오른다. 관중석 가운데 레드카펫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워킹을 한다. 박수와 환호성 소리에 어깨가 들썩이며 힘이 솟는다.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탄다. 즉흥적으로 춤을 추거나 손을 흔드는 이도 있다. 피날레로 박수를 치며 상쾌하게 워킹을 마쳤다. 관중과 하나가 되어 그저 즐기면 되는 거였다. -<6호선 7번 출구> 작가는 6호선 7번 출구에서 난생처음 레드카펫을 밟는다. 20대 젊은 시절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패션모델, 획기적인 도전이다. 몸의 균형을 잡는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분명 새로운 시도다. 얼굴과 키, 몸매, 어느 하나 자신이 있어서도 아니다. 연륜만큼 마음에 파워가 생긴 모양이라고 했다. 그랬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 사회의 한 귀퉁이를 떠받치며 살지 않았는가. 올바르게 이순을 넘어온 인생에 당당하지 못할 게 무어냐. 자신은 물론, 의기소침해지기 쉬운 시니어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오늘도 허리를 곧추세우고 당당히 내 인생의 길을 걷는다. 어깨 펴고, 또박또박 일자 걸음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활력을 찾아 건강하게 나를 가꾸어가는 길이다. 한 글자 한 글자 깨알 같은 양식을 아낌없이 내어주던 한 생애가 속절없이 사라져간다. 하루하루 삶을 엮어 예순다섯 해를 지구상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그래도 아직은 누군가에게 소용 가치가 있어 책장 한 귀퉁이라도 차지할 수 있는가 자문해 본다. - <책장을 비우며> 중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내려놓고 비울 줄 알아야 한다. 허나 정들었던 것을 버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옷장에서, 책장에서 다시 선택을 기다리며 수년간 자리만 차지하는 것이 수두룩하다. 「책장을 비우며」를 읽노라면 아까워서, 미안해서 욕심껏 끌어안고 헉헉대는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혼신으로 집필한 작가를 생각하고, 책 속에 녹아 있는 귀한 말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 책이다. 작가는 고통스런 마음으로 질끈 눈을 감고 폐지 처분하면서 언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한다. 그때까지 만이라도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헛것은 되지 말아야겠다. 먼지 풍기지 않도록 나를 갈고 다듬으며 곱게 자리하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이름 한 자락 남기고 싶은 소망이 진솔하게 와 닿는다. 늘 모범이 되었고 가르침이 되었던 어머니의 일상을 보고 자란 나는 교과서처럼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어머니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듯, 나이가 들수록 감사한 마음이 더욱 깊어진다. 배웠다가 버리더라도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는 어머니 말씀 따라 아직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번도 써먹지 못하는 자격증이 수두룩하지만 그것들을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경험도 중요하다고 자신을 다독인다. -<훈장> 중에서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반듯하게 살아왔다. 퇴직 시 받은 훈장은 마땅히 어머니가 받아야 할 명예로 공을 돌린다. 평생을 꼿꼿한 성품으로 아버지 몫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 100회 생신날 영전에 훈장을 올릴 수 있어 한량없이 기쁘다 한다. 삶의 지표가 된 어머니에 대한 깊은 감사가 묻어난다. 작품집을 꼼꼼히 살펴보면 박옥희 수필가의 작가적 시선은 사회 현상, 자연, 문화재 등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갖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사유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남편 없이 가정을 책임지고 치열하게 살아오신 어머니가 있다. 남에게 흉잡힐세라 자신의 행동거지를 반듯하게 가다듬으며, 성실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삶이 그대로 전이된다.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온몸으로 보여준 어머니로 인해 작가 역시 끊임없이 노력하며 올곧게 살아가기 위해 무던히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글에서나 실제 생활에서나 원리원칙의 자세가 묻어난다. 그것이 때론 족쇄처럼 그녀를 힘들게 했을 것이란 생각이 때때로 가슴을 눌러왔다. 이제는 허점도 드러내며 허허실실 살아도 되지 않을까. 여느 아줌마들처럼 푼수도 떨고, 목젖이 훤히 보이도록 입 쩍 벌려 걸걸대도 좋으리. 그동안 속으로만 삭여온 가정사, 인생사를 털어놓은 글을 보면서 한결 누그러진 마음이 읽혀 흐뭇하다. 김윤희수필가

저자 소개

  • 저자 : 박옥희
저자 : 박옥희
충남 천안 출생
청주대학교 대학원 졸업(사회복지학 석사)
2021년 『한국수필』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일곱빛깔수필문학회 부회장
꿈 디자인 연구소장
녹조근정훈장 수상

목차

글집을 엮으며
김윤희 박옥희 작가의 작품 세계

1부 나의 일곱 이야기
무명실 꾸러미
아버지의 언어
어머니의 꽃상여
나의 일곱 이야기
이모님표 생일상
엄마의 기도
한 박자 느리게
어머니와 장독대
내 이름 아시죠
거울 속 여행
꿈은 이루어진다

2부 포노 사피엔스
포노 사피엔스
온택트 세배
2020, 회오리
생명의 나무
코로나 블루
We can do it
뿌리
비대면 사회
나의 히어로
누워서 세계 속으로
팬데믹이 준 선물

3부 시인의 언덕
시인의 언덕
포석의 길
향적봉의 꽃바위
북촌 한옥마을의 이방인
독서왕 이야기길
간송의 보물을 다시 만나다
식파정 가는 길
바탕화면
왜 백비일까
다뉴브강의 추억

4부 책장을 비우며
6호선 7번 출구
서각에 반하다
책장을 비우며
핸드배깅
날마다 청소하는 여자
위험한 외출
내 친구
위문편지
내비게이션
훈장
보물찾기

5부 파랑새 날다
농다리의 봄
꽃신
맹꽁이 축제
다시 봄
행복 스케치
봄이 보약이다
터무니
마음의 양식
파랑새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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