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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04924941 / 320쪽 / 401g / 131 x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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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네놈들…….” 부리가 다가오자 백문보가 두려움과 회한이 묻어나는 눈으로 부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멈춰라!” 슥! 묵천의룡단의 단주 정천보가 재빨리 백문보 앞을 막아서며 부리를 제지했다. “내가 누군지 아시오?” 부리가 정천보에게 물었다. 정천보가 의룡단주가 된 것은 전대 의룡단주 국자량이 흥안령에서 칠랑을 추격하려다가 시월에게 팔이 잘린 이후였다. 그래서 칠랑과 정천보가 직접적으로 대면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정천보는 의룡단에 속한 무인이었기에 부리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칠랑 중 부리라 불리는 자가 아니냐?” “어? 알아보네. 이전에 우리가 만난 적이 있소?” 부리가 다시 물었다. “넌 날 모르겠지만, 난 널 알고 있다. 몇 년 전 너희들이 잠룡동을 거쳐 도주할 때 나도 추격대에 있었다.” “그렇구려.” 부리가 고개를 끄떡였다. 시월의 활약으로 군자의 손에서 벗어난 후 잠룡동으로 시월을 만나러 갔다가 월문과 운중오문의 공격에 그곳을 탈출했던 기억이 씁쓸하게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이곳에서 잠룡동은 그리 먼 곳도 아니었다. “너희들이 문주님을 원망하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있는 한 문주님을 해칠 수는 없다.” “젠장, 누가 문주를 해치겠다고 했소? 그럴 마음이었으면 벌써 예전에 문주를 찾아갔을 것이오. 난 다만 문주의 상태가 어떤가 살펴보려던 것뿐이었소.” “…정말 문주님을 해칠 생각이 없느냐?” 정천보가 의심을 거두지 못하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 “이제 와서 왜 그런 일을 하겠소. 그리고 내가 죽이려 한들 죽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부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호천밀사들이 묵묵히 그와 백문보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리는 그가 백문보를 죽이려 한다면 호천밀사들이 자신을 막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부리가 호천밀사들이 내심 백문보의 죽음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문주님은 우리가 알아서 보살펴 드릴테니 넌 관심 두지 말아라.” 정천보가 냉정하게 말했다. “…알겠소. 사실 나도 얼굴 맞대고 대화를 하는 것은 꺼려지니까. 그냥… 몇 가지 질 좋은 비상약이 있어서 문주에게 쓸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짓이었구려. 내가 오지랖 넓게 나선 모양이오. 문주! 그럼 몸조리 잘하십시오!” 부리가 정천보 뒤쪽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백문보에게 큰 소리로 외치고는 훌쩍 몸을 날려 시월과 검옹 천복이 만계지마 중산을 추격하기 위해 달려간 절벽 사이 좁은 길로 들어가 금세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실수하신 것 같소. 듣자 하니 칠선문에 한 명의 노명의가 있어서 칠선문 사람들은 효능이 좋은 비상약과 신단을 늘 가지고 다닌다고 하던데…….” 부리가 사라지자 호천밀사 곡천이 다가서며 정천보에게 말했다. “믿을 수 없는 놈들입니다. 특히 문주와 관련된 일에 있어서는 더더욱!” 정천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 한들 지금은 어떤 모험이라도 해야 할 때인 것 같소만.” 곡천이 숨을 헐떡이는 백문보를 보며 말했다. 백문보는 오늘 하루 동안 수십 년은 더 늙어 버린 것 같았다. 본래 뛰어난 내공의 무인들은 그 내공의 힘으로 어느 정도 인체의 노화를 막아낸다. 그래서 실제 나이가 많은 무인도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백문보 역시 비록 그동안 월문 몰락이라는 참담한 일을 겪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순한 내공의 힘으로 노화를 막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만계지마 중산에게 진기를 빼앗기는 바람에 이제는 오히려 본래의 나이보다도 더 늙어 보였다. 아니, 늙어 보일 뿐이기만 하면 다행인데, 그는 지금 목숨까지 위태로워 보였다. 그런 백문보에게 부리가 가지고 있는 화노의 신단은 꼭 필요한 영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리에 대한 경계심으로 그 신단을 쓸 기회를 잃은 것이다. “그놈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소.” 호천밀사 곡천의 말에 월문 문도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앉은 백문보가 말했다. 그에게서 버리지 못한 오기가 느껴진다. “알겠소이다. 일단… 이곳을 떠납시다. 월문까지 돌아가시는 길, 우리가 호위하겠소이다.” 곡천이 담담하게 말했다. 백문보가 죽는다 한들 그들에게는 이제 조금의 아쉬움도 없었다. 백문보가 이렇게 초라한 몰골이 된 이상 월문이 부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1장 마련의 몰락
제2장 흥안령 깊은 숲에서
제3장 마지막 거래
제4장 오월동주
제5장 탐욕의 시절
제6장 반역의 무리
제7장 파국(破局)
제8장 유언(遺言)
제9장 귀향
제10장 거인의 걸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