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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곡예사 - 황금알 시인선 270

김병택 저 | 도서출판황금알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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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150546 / 144쪽 / 187g / 1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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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미세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로 구축해낸 이미지 형상 ‘일상에서 마주친 작은 울림의 풍경화’에 이어 김병택 시인의 시편들이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 중 하나가 ‘미세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로 구축해낸 이미지 형상’이다. 한 편의 시작품을 그 시의 구조 전체로 밝힐 때, 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은 이미지다. 시를 ‘말로써 이루어진 그림’이라든지, 심상(心象)이라는 한자어 번역처럼 ‘마음속에 그리는 언어에 의한 그림’이라고 말하는 것은 곧 이미지를 지칭하는 것이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이 시작품 속에서 개성적이고 구체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그 작품 속에서 만의 독특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은 바로 이미지를 통해서 가능해진다. 그만큼 관념의 구체화로서의 이미지는 대상과 서정의 시적 조응을 통해 시작품에 표상된 시인의 미적 경험이다. 독자는 바로 이 시인의 미적 경험이 응축된 시어나 이미지와 소통하면서 공감하고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김병택 시인은 이미지가 담당하는 이러한 특질과 작품 속에서의 기능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지가 그려내는 의미조형을 자신만의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구사력으로 시작품 속에 구축해내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미세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에 대한 열중과 역량에서 온다. 그 결과물을 다음의 부분들을 통해 확인해 보자. 한 떼의 바람이 수채화 가득한 가을 하늘을 가로지른다 작은 새들도 부리에 아침을 문 채 아슬하게 비끼며 날아간다 ― 「흩어지는 저녁」 부분 엎드린 자세로 가을이 다가왔다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는 이 시간에 여름의 흔적을 지우는 풀벌레 소리 긴 바람이 일으키는 물결 소리가 꿈속의 노래처럼 아득하게 들렸다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라 흔들리는 여린 가지의 나뭇잎들 사이로 미끌어지듯 날아가는 작은 새들의 몸짓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엎드린 자세로 가을이」 부분 바다에 누운 섬이 하얗게 바뀌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고 파도의 진폭은 억울한 사람의 생애처럼 고비마다, 마디마다 자주 달랐다 좌초한 영혼이 숨을 쉬고 있는 듯했다 ― 「작은 섬」 부분 「흩어지는 저녁」에서 만날 수 있는 ‘수채화 가득한’ 가을 하늘과 ‘부리에 아침을 문’ 작은 새들은 묘사 자체로도 매우 신선하고 이채롭다. 여기에 두 대상의 절묘한 상호조응, 즉 바람이 가로지른 가을 하늘을 작은 새들이 “아슬하게 비끼며 날아간다”라는 표현은 미세한 관찰과 섬세한 교직(交織)의 시적 역량을 잘 보여준다. 「엎드린 자세로 가을이」에서도, “엎드린 자세로 가을이 다가왔다”라는 표현이라든지 “여름의 흔적을 지우는 풀벌레 소리” 등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입한 수식어구들은 그 자체로 김병택 시인의 독창적인 수사기법을 여실하게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풀벌레 소리→물결 소리→꿈속의 노래’로 이어지는 과정은 물론, ‘흔들리는 여린 가지의 나뭇잎들’과 ‘날아가는 작은 새들의 몸짓’으로 이어지는 접속은 이미지들의 상호조응과 흐름까지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어서 「작은 섬」에서는 또 다른 모습의 이미지 조형을 보여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섬에 부딪히는 ‘파도의 진폭’을 ‘바다에 누운 섬을 하얗게 바꾸고’→‘억울한 사람의 생애처럼 고비마다 자주 달랐으며’→마침내는 ‘좌초한 영혼이 숨을 쉬고 있는 듯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섬→생애→영혼’으로 넓고 깊게 펼쳐나가고 있다. 이는 원관념인 ‘파도의 진폭’에 대한 보조관념의 확산이며, 의미의 풍요로움을 더하는 이미지가 그려내는 의미조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작품 이외에도 김병택 시인이 미세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로 구축해낸 이미지 형상들을 그의 작품 도처에서 얼마든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만큼 개성적 이미지 조형이 시의 구성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시인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에서 이미지를 주목하는 것은 신선하고 창의적인 이미지 형상 자체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지의 진정한 가치는 시의 전체적 문맥과 구조를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다. 아무리 새롭고 참신한 이미지 구사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시의 구조 속에서 이미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그 가치를 얻는다. 다시 말해서 의미융합을 통한 의미론적 변용이나 새롭게 구축된 의미망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결코 시적 이미지라고 할 수 없다. 시인의 말 시집 『벌목장에서』를 발간한 이후부터 최근까지 여러 매체에 발표한 시들과 틈틈이 써서 서랍에 넣어 둔 시들을 꺼내 한데 모았다. 세상의 어느 시집에서도 완벽한 시를 읽을 수는 없었다. 다만 그런 시를 쓰려는 시인의 노력이 숨 쉬고 있을 뿐이었다. 2023년 유월 김병택

저자 소개

  • 저자 : 김병택
저자 : 김병택
제주시에서 태어나 1978년 7월호 현대문학에서 문학평론이 천료되어 문단에 데뷔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86년에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한국 초기근대시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김수영·김춘수 등의 시와 시론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30여 년 동안 시인론·시론·작가론·비평론·지역문학론·지역문학사·지역예술사·비교문학 등의 분야를 천착했다. 저서로 『바벨탑의 언어』 『한국 근대시론 연구』 『한국 현대시론의 탐색과 비평』 『한국문학과 풍토』 『한국 현대시인의 현실인식』 『제주 현대문학사』 『제주예술의 사회사』(상,하) 『현대시의 예술 수용』 『시의 타자 수용과 비평』 등이 있다. 다시, 2016년 『심상』(시)으로 등단하여 시집으로 『꿈의 내력』 『초원을 지나며』 『떠도는 바람』 『벌목장에서』 등이 있다.

목차


1부

달·12
멀구슬나무의 희망·14
밤의 달맞이꽃·16
녹나무 가지·18
마주하기 드문 아침·19
조팝나무 꽃잎의 내력·20
아침에 내리는 비·22
작은 섬·24
후박나무의 바람·26
흩어지는 저녁·28
엎드린 자세로 가을이·30
우리의 단풍놀이·31
두 가을을 다 붙잡았다·32
밤바다 물결은·34
겨울 수목원·36

2부

독경 소리·40
등산 소묘·41
시간에 대한 혼잣말·42
색다른 안경·43
이런 운명론·44
날마다 침묵한다·46
다시 집으로·47
마음의 안개·48
이사하는 날·50
오름을 오르내리며·52
관습이라는 굴레·54
내가 열중하는 작업·56
안구건조증·57
새 안경을 쓰면서부터·58

3부

만나지 못한 얼굴·62
소풍 전후·64
오일장·66
유년의 잦은 출몰·67
어둠 앞에서·68
깨어나는 집·70
사월, 기억들·72
귀가 이후·74
하찮은 기억의 항아리·76
오래전 이야기·78
은밀한 고백 ― ­추사 김정희 ·79
삼신인의 목소리 ― 제주박물관에서·80
입소기 ― 로빈슨 크루스에 빗대어·82
백중날 밤·84
닻을 내리면·86
옛날을 찾아가다·88

4부

대장장이의 망치질·90
소멸의 확인 1·91
소멸의 확인 2·92
산 계곡의 출렁이는 물결·94
사막을 걸으며·96
용의자 관찰·98
하얀 웃음·100
‘사랑한다’는 말·101
퇴원 이전·102
낯익은 그림·104
무대 막이 내릴 때·105
겨울 부두·106
극장 객석에 홀로 남아·108
타이태닉호·110
투시 ― 찰리 채플린·112
서투른 곡예사·114
줄광대 1·116
줄광대 2·118
시든 꽃잎 하나·120
바람, 풍경·121

해설 | 백운복_섬세한 이미지들의 아름다운 합주合奏·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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