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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1043380 / 128쪽 / 16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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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술을 만들 때 고두밥이 바람을 쐬듯 시의 체온을 냉정하게 식힐 필요가 있었다. 그 작업을 몇 번을 거쳐서 시도하고 고쳐 쓰고 했다. 시들이 다시 소집되고 복장을 갖추었을 때, 새로운 언어로 발효되기를 기대한다. 개인의 상처와 일상의 언저리에서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서성이는 마음이 일말의 보편적 공감이 되기를 바란다. 2023년 6월 강준모 책 속에서 <처서> 중랑천 족구장 그물엔 여름의 깃털들이 걸려 있다 억새는 여태 날지 못하고 바람은 매점에 잠시 머문다 물결은 햇살을 한강으로 나르고 군자교는 두 시와 세 시 사이에 놓여 있다 둔치는 오래된 물의 기억 물의 속도는 생각을 추월하지 않는다 뚝방의 아파트가 물에 비치고 오늘은 쑥부쟁이도 선명하다 홍수가 쓸고 간 화단은 공사 중이다 바람에 친절히 답하는 물결과 벤치에 잠시 쉬어가는 오후 여름을 범람했던 뉴스들은 어디로 갔나 사람들은 다시 중랑천을 걷고 왜가리는 정중하게 물을 탐색한다 <날개 달린 벽> 페인트공은 중력에 매달려 벽을 칠한다 그의 직장은 바람 위에 지은 허공 그 위로 중력을 비운 구름이 떠 있다 막대 의자는 밧줄에 팽팽히 맞서고 검은 새 한 마리, 바람을 끌며 벽 너머로 날아간다 그는 허공을 천직이라 여기고 중력을 살살 풀며 벽을 칠한다 그 아래로 여름의 시민들은 지상을 평화롭게 걷는다 작업복에 진한 노을이 물들면 그는 지상으로 조심스럽게 중력을 내린다 좀처럼 날지 않는 도시의 비둘기는 떨어진 중력들을 부지런히 쪼고 벽은 비로소 날개를 단다 <나무 인간> 그는 집에 돌아와도 말을 하지 않는다. 종일 말을 하는 직업이다. 저녁을 먹은 후 가죽 소파에 들어가 물소가 되어 티브이를 본다. 주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는데 진정한 시청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내의 잔소리가 각다귀처럼 따갑지만 너그럽게 대한다. 이미 양쪽 귀는 서로가 내통하고 있다. 감정을 표현하라는 가족들의 성화에 잠시 말을 꺼내지만 동사와 명사가 뒤바뀌면서 이내 침묵한다. 티브이에 싫증이 나면 그는 자기만의 책으로 들어간다. 문자들은 실어증에 걸려 있어 책을 읽으면 자연 잠이 온다. 밤이 되면 그는 손과 발에 푸른 잎이 돋는 꿈을 꾼다. 어둠을 호흡하는 이파리의 검은 생각이 바람에 일렁인다. 잠을 자는 동안, 그는 나무의 광합성을 꿈꾸지만 입은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뱉는다. 밤이 깊어지면 지구의 도움이 되지 못한 그의 이파리를 밤벌레들은 갉아먹기 시작한다
시인의 말
제1부 외진 곳을 찾아서
미니벨로 12
부부 세탁소 14
날개 달린 벽 15
바람의 문신 16
뼛속에 박힌 연필심 18
장인 20
여름 바둑 22
왼손으로 23
경배의 머리 24
슬픔의 단어들은 죽는다 26
달을 향해 망우터널로 28
백화점 30
건널목 31
양곤의 그늘 32
연탄 돼지 갈비집 34
유통기한 35
제2부 내가 본 풍경과 슬픔의 내력
중랑천 38
내일서 부는 바람 39
봄밤의 초과수당 40
숲속 도서관 42
고독에 모래주머니를 차다 43
채무자들 44
삼해주를 빚으며 46
까치밥 48
해당화 49
미사리 50
황금낮달맞이꽃 52
백합나무 54
서빙고 55
입추 56
꼬창 57
처서 58
명옥헌 59
제3부 사물과 내통하기
나비 62
용대리 63
거실에는 시간이 사는 어항이 있다 64
초파리와 나초칩 65
나무 인간 66
구해줘 홈즈 67
오래된 양복 68
Marking 70
러닝머신 위의 시 72
타투 74
팬데믹에 걸린 집 76
등고선을 읽는 밤 78
나무의 온도 79
졸업사진 80
날개 빠진 셔틀콕 81
어떤 문상 82
삼각은 외롭다 84
제4부 오, 추억의 가족과 나
가을에 88
오래된 중력이 앉다 90
가족사진 92
동광 극장 93
11월 94
건어물집 누렁이 95
봉천동 96
어떤 계기 98
낮달 99
노란 참외 하나 100
낙타의 눈물 102
절반의 밥 103
신축생 104
절 105
생목의 결 사이로 106
강준모의 시세계 | 염선옥 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