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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04924897 / 320쪽 / 320g /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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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시월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은 이가검문의 구원대가 마련 진영 북쪽 경계로 막 진입하려는 순간이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마련의 저항이 없었다. 저항이 없을 뿐 아니라 마련 마인들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시월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그의 뒤를 따라 마련 진영으로 진입한 이가검문과 요동의 무인들도 전진을 멈췄다. 시월이 한쪽 무릎을 꿇고 눈 속으로 손을 넣어 차가운 땅에 손바닥을 댔다. 그런데 이런 큰 싸움이 벌어지면 당연히 느껴져야 할 땅의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귀를 활짝 열어도 마련 진영 안쪽에서는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조금 전에 들렸던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음 역시 그 이후로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뭔가 이상해……!” 시월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의 곁으로 다가온 이화검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너무… 조용해요. 지키는 마인들도 없고.” 그러자 이화검이 눈을 들어 폭설 속에 가려진 마련의 진영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말 시월의 말대로 큰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 “벌써 싸움이 끝났을 리는 없겠죠?” 이화검이 물었다. “그럴 리는 없죠. 전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은 있어도… 어?” 말을 하다 말고 시월의 놀란 듯 벌떡 몸을 일으켰다. “왜요?” 이화검이 갑작스러운 시월의 행동에 놀라 황급히 물었다. 그러자 시월이 손을 들어 신검산 월문 장원을 가리켰다. “저거… 월문이 불타는 것 아닌가요?” 시월의 말에 이화검도, 또 어느새 그들 곁에 다가온 이장룡과 이광검도 신검산 월문 장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폭설 속에서도 확연하게 볼 수 있는 거대한 화염이 월문 장원 위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대체 어찌 된 일이죠? 싸움은 마련 숙영지에서 벌어졌는데, 월문 장원이 불타고 있다니……?” 이화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장룡이 두려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만계지마의 계책에 당한 것 같다. 그자가 월문과 구원대를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인 후, 그 틈을 노려 오히려 월문 장원을 기습한 것 같구나.” “하지만 어떻게요? 월문 문도들은 장원에서 출발한 후 곧바로 마련 진영을 공격했어요. 마련이 기습을 하려면 그들과 마주쳤어야 하잖아요?” 이화검이 되물었다. 그러자 시월이 눈을 들어 월문의 장원 뒤쪽으로 우뚝 솟은 신검산 봉우리를 보며 말했다. “아마도 산을 넘은 것 같아요.” “산을요? 하지만 신검산 북벽은 깎아 지르는 절벽이잖아요. 사람이 오를 수 없는 지형이라고요. 더군다나 폭설까지 오는 마당에…….”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화검이 고개를 저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상대는 만계지마니까요. 장원 북쪽에서 불길이 일어난 것으로 봐서는 분명히 산을 넘었어요. 폭설은 산을 오르는 데는 방해가 되지만, 경계가 거의 없는 신검산 북벽을 은밀히 오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가능하기만 하다면 치명적인 전략이지.” 이장룡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럼 이제 어쩌면 좋겠습니까? 월문 장원으로 가야 할까요?” 이광검이 이장룡에게 물었다. “어렵구나.” 이장룡이 말꼬리를 흐렸다. 보통 때라면 당장 월문으로 달려가 월문을 구원해야 하지만, 한밤중의 폭설 속에서는 월문의 장원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더군다나 마련 진영을 공격한 의천무맹과 월문의 무인들도 월문을 구원하기 위해 장원으로 향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가검문의 구원대가 홀로 월문의 장원으로 달려가면 자칫 전멸당할 수도 있었다. 이장룡으로서는 진퇴양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이장룡이 고민하자 시월이 입을 열었다. “일단 구서령 숙영지로 퇴각하시지요. 구원대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전세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우리만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본문발췌
제1장 불타는 신검산
제2장 몰락
제3장 동행(同行)
제4장 기산장
제5장 각자의 길
제6장 인연의 그물
제7장 시간이라는 나무
제8장 악연(惡緣)
제9장 재회(再會)
제10장 인연(因緣)의 수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