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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박효진 저 | 북인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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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120733 / 238쪽 / 333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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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눈여겨볼 만한 수필은 「양구 맨해튼을 아시나요」. 신혼 초 양구군 임당리의 15평 군인아파트에서의 힘들었던 시골살이에서 벗어나 양구읍내 30평 아파트 새 집으로 이사한 감회를 모티프로 한 수필이다. 모티프로 볼 때 이 수필은 독자들에게 새롭지 않다. 그러나 작가는 이 모티프를 새롭게 인식하게 보여준다. 평범한 제재를 비범하게 보여주려는 수필미학 때문이다. 그 인식은 아파트에서 내다보는 양구읍내의 밤거리를 맨해튼의 밤거리로 상상하고 있는 부분이다.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 통유리로 밖을 내다보았다. 쉬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불이 꺼지지 않는 양구읍내의 밤은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나를 설레게 했다. 눈을 감아도 떠도 맨해튼의 밤거리가 어른거렸다.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맨해튼의 밤거리를 하릴없이 서성이며 연신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결말 부분이 그것이다. 또다른 수필 「400만 원의 이자」는 통장에 400만 원을 남기고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족 부양책임을 맡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장 잔고 400만 원을 모티프로 쓴 작품이다. 이 수필에서 작가는 결말 부분에 “아빠가 남긴 통장 잔고는 이자가 붙어 결국 집 한 채로 돌아왔다. 400만 원에 붙어온 이자는 엄마의 고된 피땀이었다”라는 인식으로 중2 학창시절의 체험을 소환하여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객관화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박효진의 작가적 재능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작품은 수필 「봉정사 가는 길」이다. 이 수필은 소설 문체처럼 보여주기 방식으로 봉정사 입구의 카페에서의 에피소드와 상념을 묘사하고 있다. 보여주기 방식도 극도로 절제된 소설 미학으로 보여준다. 이 수필의 제목을 보면 모티프는 사찰 탐방과 그 사찰과 관계되는 스님의 불교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 수필은 봉정사 앞 카페의 여주인의 남편이 된 ‘그’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는 수필이다. ‘그’와의 이야기를 수필에서는 행간 속에 숨겨놓고 있다. 그러나 수필의 분위기를 볼 때 ‘그’와는 관계가 특별한 관계임을 짐작하게 된다. 헤어진 지 20년이 지나 ‘그’가 봉정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봉정사 앞 그 카페에서의 작가의 상념이 짤막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보여주는데, 그 구성 미학이 다분히 소설적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가적 재능을 볼 수 있다. 「봉정사 가는 길」의 새로운 수필의 기능 지표, ‘팩션수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효진의 첫 수필집 『너의 이름은』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목차의 전체적 구성을 떠나 가족 이야기, 여행 이야기, 음식 이야기, 문장력이 살려낸 재미있는 이야기 등이 수록된 것이다. ‘가족 이야기’는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특색 있게 살려 인물들끼리 이야기를 끌어가도록 풀어놓는다. ‘여행 이야기’는 가족과 친구 등 타인과의 여행을 넘어, 언제부턴가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긴다는 고백과 함께, 마음이 흔들 때마다 결혼 전 정해놓았던 약속처럼 가방을 싸서 떠나는 여정인데, 길을 잃기도 하고 통쾌하게 싸움을 벌이기도 하여, 한편으로는 애틋하기조차 한 박효진의 ‘자아 찾기’를 엿볼 수 있다. ‘음식 이야기’는 그 음식의 맛을 글로써 알 수 있을 만큼 맛깔난 문장을 쓰고 있는데, 상황에 따른 묘사의 힘이 남다르다. 마지막으로 ‘문장력이 살려낸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박효진 작가의 문장은 퇴고의 흔적이 역력하다. 비문이 드물고 단문이면서도 단절이 없고 유연하게 전개된다. 불필요한 부사나 형용사가 없는데, 그래서 문장에 건조함이 없지 않지만 독자의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그만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복잡하고 다단하며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담백하고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에서는 박효진의 ‘끈기’가 느껴진다. 책 속에서 ● 토끼풀처럼 살고 싶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다섯 자매 중 막내인 나는 센 언니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비굴함을 택했다. 어떻게 하면 칭찬받고 예쁨받는지를 경험으로 터득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를 조금만 숨기면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서로 간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조금 내려놓고 내 것을 덜 챙기는 쪽을 택했다. 낙오자가 되는 것보다 어떻게든 버티는 쪽이 현명하다는 생각이었다. 잡초처럼 산다는 말은 나에게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끝까지 버티는 것만이 잡초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일에 차츰 적응이 되면서 골칫거리였던 토끼풀이 점점 친근하게 느껴졌다. 시설장에게는 잔디밭 토끼풀이 애물단지였겠으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뽑아도 없어지지 않는 풀이란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정원을 정리하면서 여유롭게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었다. 가방에서 꺼낸 시집 갈피에 네잎클로버 하나를 펼쳐 끼운다. 말렸다가 누구에게 줄 것은 아니다. 행운을 기대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지금의 나로 단단하게 만들어준 토끼풀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가끔 감정이 흔들릴 때 토끼풀처럼 살고 싶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나 스스로 선택한 일에 끝까지 믿음을 가질 것이다. 힘든 일이 눈앞에 나타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참이다. 내가 결정한 일에 열정을 다하고 싶다. 가끔 후회로 아쉬움이 남겠지만 나의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 「너의 이름은」 부분 ● 그의 소식이 끊긴 지 20년이 흘렀다. 그와 헤어지고 단 한 번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을 보내면서 나는 이따금 그가 생각났고, 잘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때마다 찾아볼까 마음이 흔들렸다. 얼마 전 지인한테 그가 봉정사에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었다. 멀리서라도 얼굴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런 기대를 안고 무턱대고 출발한 거였다. 자동차 룸미러로 카페 뒷마당 끝에 이층집이 보였다. 아마도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이지 싶었다. 차 밖으로 나온 나는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몇 발짝 걷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가로등 밑으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를 만나다니. 그는 나를 보며 카페가 예쁘냐고 물었다. 나는 황급히 등을 돌리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자기가 직접 꾸민 카페라며, 묻지도 않았는데 카페에 대해 이것저것 자상하게 설명해주었다. 걸걸한 목소리, 친절한 말투, 세월이 지났어도 넉살 좋은 건 여전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뭉클함이 치고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그를 향해 돌아서서 얼굴을 마주하고 싶었다. 살면서 내 생각 한 번쯤은 해봤냐고 묻고 싶었다. 가슴이 터질 듯 심장은 요동치는데 목소리가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하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서만 두서없이 떠돌다 엉켜버렸다.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여기까지 찾아온 용기는 어디로 가고 바보 같은 여자가 가로등 그늘아래 숨어 쿵쾅대는 가슴을 끌어안고 있었다. ― 「봉정사 가는 길」 부분 ● 갑자기 허기가 졌다. 이삿날에는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배달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먼저 살던 임당리에는 어떤 음식도 배달이 되지 않았다. 읍내에 산다는 것은 곧 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제 나에게도 소소한 행복이 시작되고 있었다. 짜장면을 배달시키고 창밖으로 양구읍내를 내려다봤다. 저녁 7시가 넘었는데도 밖은 대낮처럼 환했다. 낮에 보았던 읍내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오히려 낮보다 활력이 넘쳤다. 추위에 움츠리고 걷는 사람들에게서조차 생기가 넘쳐났다. 먼 산 중턱에 반짝이는 가로등과 양구에서 야심차게 만들었다는 강변 다리에는 각양각색의 불빛이 화려함을 더 했다. 가게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터미널 버스에는 군인들이 오르내렸다. 군부대 옆에서 살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군인이 이곳에서는 눈을 두는 곳마다 나타났다.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한눈에 다 보이는 것조차 신기했다. 거실 불을 꺼 두었는데도 전혀 어둠이 느껴지지 않았다. 빈집에 혼자 있다는 것도 잊었다. 한참 동안 시내를 내려다보던 나는, 대도시에 살 때도 느끼지 못했던 빛의 아름다움에 놀라 양구읍내 야경을 감탄하며 즐기고 있었다. ‘양구읍내의 밤은 맨해튼의 밤보다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입안말로 중얼거렸다. 나는 미국에 가본 적이 없다. 그저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나오는 맨해튼 밤거리의 화려함에 반하곤 했다. 그곳은 누구나 인정할 화려함을 갖춘 도시였다. 하지만 나는 맨해튼이 더 이상 부럽지 않았다. 우리 집 거실 창으로 보이는 양구 밤거리의 작은 불빛과 네온만으로 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 「양구 맨해튼을 아시나요」 부분

저자 소개

  • 저자 : 박효진
저자 : 박효진
딸만 다섯인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서열을 중요시했던 아버지는 딸들에게 엄격하게 교육을 했고, 가족 중 가장 아래인 나는 자라면서 발언권 한번 얻지 못했다. 일곱 식구의 생활은 언제나 조용한 날이 없었다. 허구한 날 사건사고가 터졌고 부모님께 혼이 나면서도 우리는 번갈아 가며 속을 썩였다. 엄격한 부모님 아래 언니들과 복닥거리며 살았던 그 기억이 나의 글쓰기의 글감이 되었다. 중2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로는 거의 혼자 지낸 날들이 많았다. 엄마는 일터로 나가셨고, 언니들도 각자의 생활로 바빠졌다. 사춘기를 홀로 보내면서 스스로 사는 법을 깨닫게 되고 소심한 나로 성장해갔다.
대구에서 태어나 결혼 전까지 30년을 살았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 학원강사로 근무하다가 군인인 남편을 만나 결혼 후 강원도 양구에서 신접을 차렸다. 그곳에서도 학원강사 일을 했고,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사무장 일을 하며 공부방 아이들을 가르쳤다. 사회복지사로 아동그룹홈 ‘천사의 집’에서 근무하며 아이들을 돌봤고, 10년 뒤 남편의 전출로 양구 생활을 정리했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2년 머물다 서울로 이사와 현재는 도봉구에 자리잡았다.
어느 날 우연히 수필가 선생님을 만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뜻밖의 행운을 만났다. 2019년 『인간과문학』에 평론과 2020년 『에세이문학』에 수필로 등단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버겁고 힘들다. 그렇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다. 그래서 한 걸음씩 다가가는 중이다.

목차

추천의 말 | 작가의 상상력과 독자로서의 상상력을 | 유한근 · 5
책을 펴내며 | 나에게 보내는 끝나지 않는 질문 · 11

제1부 악마를 만난 이후로
너의 이름은‥19 | 술이 좋을 뿐‥23 | 인생공부‥27
어느 봄날의 오후‥32 | 악마를 만난 이후로‥36 | 비밀통장‥40
홀로 떠나는 여행‥44 | 어른이 되고 싶다‥47

제2부 너도 효진이
봉정사 가는 길‥53 | 칠성파가 돌아왔다‥58 | 우연과 인연‥63
너도 효진이‥67 | 자연의 참맛‥71 | 작가와 도둑‥76
내 친구 미선이‥81 | 그 사람‥86 | 북성로 연탄불고기‥91

제3부 그에게로 가는 길
그에게로 가는 길‥97 | 망가진 부츠‥102 | 양구 맨해튼을 아시나요‥107
‘둘만가족’으로 산다는 것‥112 | 북카페와 라이더 ‥116 | 끝까지 간다‥121
우리 집‥125 | 사랑은 ‘보라돌이’를 타고‥129 | 엄마가 될 뻔했지‥134

제4부 무지개 그녀
400만 원의 이자‥141 | 택시 좀 태워주세요‥146 | 무지개 그녀‥150
가족이니까요‥155 | 아빠와 닭곱창‥160 | 회춘한 ‘오케이맨’‥165
그의 아버지라서 ‥169 | 그날의 장미‥174

제5부 참 닮았다
볼 수 있어요?‥179 | 참 닮았다‥184 | 외계인 주스‥188
세렌디피티‥193 | 개인의 취향‥198 | 비 오는 날 나는 그 집에 간다‥202
우리는 모른다‥206 | 힘 빼세요‥210 | 마당 넓은 집‥215

발문 | 언어는 삶의 길이다 | 한복용 ·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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