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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0475723 / 288쪽 / 547g / 196 x 2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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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김소월이 꼭 이런 전설을 따른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시에서도 왕십리는 쉽게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정한으로 가득 차 있다. 왕십리는 예부터 남태령 고개와 함께 서울의 관문으로 통했다. 시의 화자도 아마 왕십리에서 누군가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인데 그 이별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가는 이는 이미 떠났는데 화자의 생각은 계속 이별의 장소 왕십리에 머물러 있다. 몸은 돌아오고 마음은 떠난 이와 함께 계속 천안, 아니면 그 사람이 가는 어디까지 같이 가는 것이다. -오누나 가누나 아버지는 도시 노동자로, 누나는 매춘부로 전락한, 이 피폐한 현실이 종로와 동대문까지 쭉 이어져 있다. 동대문 시장의 역사는 종로5가와 청계천5가 사이 광장시장과 같이 한다. 광장시장은 1905년 7월 5일 대한제국 한성부 개설 허가를 받아 탄생한 국내 최초의 근대적 시장으로 지금 동대문시장의 모체이다. 당시 주력 물품은 포목이었고 1일장, 격일 장, 3일장, 5일장, 7일장으로 열리던 것을 매일 장으로 상설화하여, 한국 전쟁 때는 실향민들이 청계천에서 노점상을 시작했고 군복, 담요 등으로 옷을 제조, 판매했으며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평화시장으로 명명되었다. -이슬비 오는 날, 낯선 소년이 유하가 압구정 연작시를 발표한 것도 그즈음이었고, 진이정 형이 예의 가죽점퍼 차림으로 한국 시인의 촌스러움을 강변하며, 우리도 이제 여배우들과 격 없이 지내며, 스스로 고급 예술의 촌스러운 벽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익살맞게 주장했던 때도 그때니까,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바람부는 날이면 한국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을 이룬 사건. 그 이름 석 자 전태일. 청계천은 전태일의 몸을 사르던 불꽃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좋다. 비록 그 물은 가스 폭발이 일어날 정도로 이미 썩은 점액질이 되었지만 청계천과 한국 노동운동과 전태일의 이름으로 다시 민주화 운동의 강물로 사람들 마음속에 흐르기 시작했다. 한 청년의 순수한 열정에 의해 새로운 명당수를, 다시는 그 누구도 파묻지 못 할 강물이 흐르게 된 것이다.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나무 때문이다. 빛과 나무. 나는 이 둘 때문에 가을을 사랑한다. 더군다나 그 아름다움은 쇠락의 것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저렇게 아름답게 쇠락할 수 있다면 나의 늙음도 오래 바라볼 만한 것이지 않겠는가. 봄은 슬프고, 가을은 아름답다. 봄이 지닌 아름다움은 슬프고, 가을이 두드리는 슬픔은 아름답다. 우리가 가을이 아니라면 언제 이렇게 사물을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겠는가? 가을은 사람들이 무엇이든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이파리 하나하나에 걸려 있어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고 노래한 시인 김수영의 구절을 나는 인사동을 걸으면서 떠올리곤 한다. 인사동은 우리에게 우리도 기댈 곳이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한다. 그 희망은 아직도 희망으로 떠오르지 못한 깊은 닻과 같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 닻이 우리를 정박해 놓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표류는 더 병이 깊다. 인사동 거리가 우리에게 주는 위안은 어쩌면 그런 깊은 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 우리의 손때를 입히자 보들레르여, 그게 바로 여기 있다. 눈 내린 날 아침 종묘를 보면 왜 유네스코가 이 건물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지 이해가 간다. 다른 건물은 몰라도 종묘만큼은 서구인도 감탄하며 기꺼이 인정했을 것이다. 그곳에는 서구 예술이 오랜 시간 걸려 도달한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문화적으로 전혀 다른 곳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질을 잃고, 출렁이는 물그림자 서양인은 선적인 길 찾기를 하고 한국인은 점적인 길 찾기를 한다. 서양의 가로 중심의 길 찾기는 가로를 따라 대상을 순차적으로 나열한다. 그러나 점적인 길 찾기는 선적인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옛말은 점적인 길 찾기의 길 없음, 즉 길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길이 될 수 있는 복잡한 체계에 대한 경고다. 우리에게 이런 지리 관념은 지금도 뿌리 깊다. “홍대 앞에서 보자.”, “응. 거기로 와.”, “전에 만났던 데서 보자.”도대체 홍대 정문은 어디고, 정문 앞은 어디를 말하는가? 거기는 또 어디인가? 암호인가? 전에는 어제인가, 한 달 전인가, 일 년 전인가? 이 모호한 경계를 타고 우리는 한 치의 틀림도 없이 꼭 거기서 만난다. 오랜 씨족 공동체 사회를 겪으면서 우리에게는 타인과의 유대가 강화된 것이다. -언덕이 조개로 덮여 두 번째는 종로였다. 보신각과 종로서적 사이였는데 거기서 매형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매형은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거기서 꼼짝 않고 꼬박 열두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시간이 나에게는 그저 한두 시간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는 일인지 처음 알았다. -그날 우리는 아현고개를 넘어갔다 ‘나는 너다’가 아니라, 우리가 같지 않다는 것을 구분하고 감히 너를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미안하지 않은, 그 미지에 대해 인정할 수 있는 거리. 홍대 앞은 그런 거리距離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나는 네가 아니다. -주차장 골목의 아이들 그리고, 나도, 우리도 모두 이 집이 꾸는 꿈속의 등장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그 꿈 밖으로 나와야 했다. 사무실 형편이 어려워지고, 더는 그 집에서 살 형편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항상 자하문로에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그래, 여기서 살았던 적이 있었지. 사철나무는 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서촌도 많이 변했다. -영추문 옆의 집
머리말 7
오늘도 서울에서는
때로는 적막하고, 때로는 막막하게 마포麻浦 15
오누나 가누나 왕십리往十里 25
이슬비 오는 날, 낯선 소년이 종각鐘閣에서 동대문東大門까지 35
그리고 많은 사람이 울었다 중구中區 50
자본만이 풍경이 되어
헌책방 거리를 찾아서 창신동昌信洞 61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狎鷗亭 73
아무 일이 없을 때도 만났다 대학로大學路 92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청계천淸溪川 103
모두를 전생으로 만든다
이파리 하나하나에 걸려 있어 삼청동三淸洞 129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인왕산仁王山 139
스스로 그러한 오늘의 시간을 위하여 선유도仙遊島 151
또 우리의 손때를 입히자 인사동仁寺洞 162
때때로 많은 것을 허물었지만
물질을 잃고, 출렁이는 물그림자 종묘宗廟 175
많은 이야기가 담배 연기처럼 장충단로奬忠壇路 186
언덕이 조개로 덮여 충정로忠正路 195
접근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자하문로紫霞門路 205
그곳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그날 우리는 아현 고개를 넘어갔다 신촌新村 217
주차장 골목의 아이들 홍대弘大 230
경복궁 주변 서촌西村 247
그 집, 茶(다), 菓(과) 필동筆洞 265
영추문 옆의 집 효자로孝子路 2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