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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를 고치며 살아가는 내가 바로 여기 있다.”
부서지고 희미해져도 사라지지 않겠다는 선언
까만 밤 홀로 네온사인을 밝히며 여기 내가 분명히 존재함을 알리는 장엄호텔은 결코 철도나 늪이나 사람 때문에 무너지지 않으리라. (……) 오늘도 부지런히 나를 고치며 살아가는 내가 바로 여기 있다. 늪지대 위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_최진영(소설가)
마리 르도네의 소설은 자질구레한 불행을 지루하게 반복한다. 작가는 오물을 토해내듯이 대화와 감정이 배제된 서술을 꾸역꾸역 뱉어낸다. 죽음마저 무심히 이야기하는 둔중하고 서늘한 문장은 끝없이 이어지는 암울한 세계를 그린다. “겨울엔 얼어붙고 여름엔 벌레가 들끓”어 “계절이 바뀌어도 삶은 털끝만치도 달라지지 않는” 장엄호텔이 바로 그것이다. 썩은 늪의 악취 나는 호텔은 거역할 수 없는 불행의 무게로 소설의 객(客)들을 모조리 압도한다. 붕괴되고 침수되고 오염되고…… 마리 르도네의 세계에서 “끈질기게 되풀이되는 불행은” 말 그대로 “지옥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 르도네의 화자는 묵묵히 삶을 살아낸다. 고통에 둔감하다기보다 차라리 고통이 생의 충동을 유지하는 연료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다와 아델은 더러운 늪과 친절하지도 말끔하지도 않은 불청객들의 행패에 죽음에 가까워가지만 ‘나’는 병든 몸으로 두 언니와 호텔을 건사하기 위해 애쓴다. “유령 같은 두 언니”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와 다르지 않다.” 좌절되고 흔들리고 서로 증오하는 동시에 보살펴주는, “나의 동반자이자 훼방꾼인 나.” “언니들이 내 고생의 근원이”지만 ‘나’는 “그들 불행에 책임이 있다고 여긴다.” “어쨌든 언니들은 장엄에서 태어났”지만 “그건 그들 탓이 아니다.”
최진영 소설가의 말처럼 장엄호텔은 “생명” 그 자체일지 모른다. 제아무리 세계가 우리의 삶을 부서뜨리고 무너뜨려도 우리는 무른 땅 위에 단단하게 서 있다. 꼴이 어떻든 “지탱하고 있고 그게 중요한 거다.” “장엄은 선수가 반쯤 썩어 눈 위에 좌초된 배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좌초되었으니 완전히 가라앉을 염려는 없다.” “장엄은 잘 버틴다.” “날씨가 춥고 손님이 없더라도 장엄호텔은 계속해서 밤을 밝혀야 한다.” “중요한 건 현재뿐.” 더럽고 치욕적이고 비참해도 살아만 있으면 무엇도 끝나지 않는다. “죽음, 그건 삶보다 나쁘다”는 아델의 말처럼 우리 삶의 최우선 과제는 우선 죽지 않고 사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내리막길에 있”어도 “매일 밤 장엄호텔에 네온사인을 켜고 손님을 기다린다.”
이미 시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신인이나 다름없었던 마리 르도네는 1986년 『장엄호텔』로 평단의 눈길을 끌었고 연이어 발표한 삼부작이 완성되자 그녀는 프랑스 여성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앞선 세대인 뒤라스, 에르노의 작품세계와 비교연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 『장엄호텔』이 출간된 지 35년이 지난 요즘, 늪에 빠져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 주변 사람들이 시름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우두망찰 지켜보는 화자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 이재룡, ‘옮긴이 해설’ 중에서
장엄호텔
옮긴이 해설 - 묵시론 다음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