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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552157 / 320쪽 / 320g /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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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라니카이 해변에서 계란빛 플루메리아를 귀에 꽂고 우쿨렐레 선율에 몸을 맡기는 것. 푸르름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발을 담그며 설탕처럼 뽀얀 해변을 걷는 것.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사위는 놀 수 없을 거라고 했고,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막상 가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다니던 학교에 한 학기를 쉬어야 한다고 알렸다. 돌아오면 강의를 안 줄지도 모른다. 밥줄이 끊어진다고 해도 가야 한다! 구순 어머니는 어떻게 하지? 성깔이 보통 아닌 어머니는 가는 날 눈물을 쏙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기껏 구한 돌봐줄 이는 어머니의 눈에 벗어나고 만다. 떠나는 날, 어머니는 선수를 쳐서 가방을 싸서 도망가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하와이. 공항관계자한테 수상하다는 낌새로 정밀 검색을 받는다. 한시간 만에 벗어났지만, 마중 나올 사위와 딸은 오리무중. 겨우 만나서 집으로 갔지만, 짐 싸는 일을 거들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산 뿐 아니라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실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몇 번 얼굴을 보고, 카톡으로 오간 예의 갖춘 말들이 전부인 사위와 52일간 함께 지내야 하는 것! 비싼 소파 위에 가위를 두었다고 기겁하는 사위. 새집 흰 벽에 그어진 얼룩을 지워달라고 하는 사위. 요리와 살림살이에 젬병인 실력이지만, 사랑이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미역국을 끓이는데 요리 하나 하는데 반나절이 걸리는 이 요리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요리도 못하고 아기도 잘 못 돌보는 빵점짜리 할머니라니! 고달픔 속에서 그나마 희망은 딸. 딸은 이제 가장 절실한 순간에 곁에 있어 준 엄마의 존재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딸한테 제대로 보상할 테다!’라는 것은 말짱 꿈! 꿈은 꿈일 뿐이다. 이렇게 어여쁜 아기였던 나를 두고 엄마는 어떻게 돈을 벌러 갈 수 있었어! 그런 엄마가 원망스러워! 딸은 차갑고, 구순 어머니는 돌보는 이와 격투를 하고, 사위는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아기한테 불러주는 자장노래, 넓고 넓은 하와이에 우리 선우 살아요. 사랑받고 사랑하며 무럭무럭 자라요... 노래 그만해! 왜 가사를 바꿔 불러! 딸의 새된 소리가 가슴에 파고드는 하와이 오후 네 시. 약속했던 52일을 채울 수는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말한다. 이제, 내 삶에서 하와이는 없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청소. 설거지. 글 쓰는 것. 마음치유 프로그램. 강의가 전부인 여자. 갑자기 할머니가 되었다. 산후조리는 딸과 아기만 돌보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랫동안 여자는 엄마와 아빠 노릇을 함께 했던 ‘엄빠’였다. 이제 딸한테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역시 이번에도 꽝! 다정하고 따뜻하고 포근한 엄마는 왜 이렇게 멀기만 할까? 요리도 못하는 장모는 장모도 아니다. 오랫동안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던 딸은 아픔을 풀어내기 바쁘다. 이리저리 치이고 고달픈 하와이. 울긋불긋 단풍이 들이찼을 한국의 가을이 사무치게 그리워만 가고... 행복한 모녀가 되는 것은 꿈일까, 공상일까? 책 속에서 하와이, 호놀룰루로 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출강하던 학교에 사정을 얘기해야 했다. 3년째 수업을 줬던 교수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다음 학기부터 아예 강의를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평생 일이 우선이었다. 이번에야말로 그 무엇보다 딸을 위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엄마다운 엄마 노릇을 할 유일한 기회였다. 그동안 해외를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여권, 비자, 코로나 검사. 모든 과정이 엄중한 시험을 치르는 듯했다. 하와이주 사이트에서 코로나 검사 상황을 등록해야 했다. 그게 자꾸만 오류가 나서 네 시간이나 헤맸다. 항공사 직원한테 문의하니 컴퓨터로 몇 가지 상황을 입력하고는 통과시켜 주었다. 은비가 국내에서 주문을 넣은 물건들이 꽤 많았다. 규정된 무게를 넘지 않게 이민 가방을 꾸려야 했다. 가방을 싸는 데만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가장 난제는 어머니였다. 돌볼 사람을 구해야 했다. 안될 것을 알면서도 연락을 취해보았다. 큰오빠, 작은오빠, 언니. 돌봐줄 사람을 물색하는 중이라는 말에 다들 동생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 한번 올 수도 있겠다는 말조차 없었다. 명절, 어버이날, 어머니 생신날까지 연락 한번 없던 이들이 갑자기 온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했다. 그러던 중, 언니는 한술 더 떠서 대뜸 이런 제안을 했다. ---「1. 미묘한 바람」중에서 비행기 안이었다. 구름은 하얀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 위에 태양이 스며들어 빛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반짝거리며 몽글거리는 하얀 바다. 그 순간 어머니를 떠올렸다. 날마다 막말과 욕과 고함을 해댔던 어머니. 흠씬 두들겨 패고 악담을 퍼붓던 어머니. 영문도 모르고 그저 맞고 쫓겨나야 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아버지 욕부터 해대며 집안일을 악을 쓰며 하던 어머니. 자주 화를 내고 울부짖던 어머니. 고함을 지르다가 몇 번 졸도까지 하던 어머니. 우황청심환을 사러 약국에 달려가던 열두 살의 나.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이렇게 고함과 욕을 해대는 줄 알던 나. 초등학교 5학년 때, 놀러 간 친구 집의 어머니가 조용해서 너무나 놀랐던 나. 사업에 실패하고 용달차를 몰던 아버지한테 쏟아지던 어머니의 악다구니. 쥐약을 먹고 살아난 아버지한테 욕을 퍼붓던 어머니. 위암 말기로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한테 사랑한다고 말했던 아버지의 마지막 말. 어머니에 대한 반항으로 똘똘 뭉쳐 있던 열아홉. 가출과 자살을 늘 감기처럼 달고 살던 때, 어머니에 대한 적개심만큼 내 삶이 뭉개지던 나날들. 그리고 은비. 은비한테까지 패악스러운 근성을 드러내던 어머니. 파리채로 하도 머리를 때려서 119에 신고하고 싶었다고 며칠이 지난 뒤 담담히 털어놓던 여덟 살의 은비. ---「10. 미안합니다」중에서 20여 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제일이 밥을 먹다 말고 전자 혈압계 커프스를 감았다. 제일은 늘 그런 식이었다. 밥을 먹다 말고 다른 짓을 했다. 차분하게 밥을 한자리에 앉아 먹는 적이 없었다. 밥을 먹다가 벌떡 일어나 안방으로 가서 뭔가를 하고 오고, 다시 먹다가 또 다른 자리에 가서 뭔가를 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식사 시간은 한정 없이 길어져 어떨 때는 한 시간 동안 밥을 먹기도 했다. 보다 못해 넌지시 은비한테 돌려 말해본 적이 있었다. 나중에 선우가 그대로 따라 하면 어떻게 해? 은비는 이 말이 듣기 싫었던 게 분명했다. 두고두고 그 말을 나를 공격하는 데 쓰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날, 제일은 밥을 먹다가 그대로 입에 우물거리며 씹은 채 구부정한 자세로 혈압을 재고 있었다. 밥을 다 먹을 동안 주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참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혈압 잴 때는 입에 있는 것을 다 먹고, 허리와 가슴을 반듯하게 펴고 재야 해. 제일은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커프스를 풀고 잠시 기다렸다. 다시 혈압을 재더니 보통이네, 라고 했다. 또 한번은 다른 일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앉더니 혈압을 재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호흡을 세 번 정도 하고 나서 재보렴. 그렇게 한마디 거들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아, 이것 참! 혈압이 높네. 어쩐지 머리가 아프더라니! 상엽차를 먹어서 좀 기대했는데! 나는 여러 다른 것과 병행해야 떨어질 거라고 했다. 그 ‘병행’에는 성찰과 용서, 힐링코드도 있었지만, 덧붙이지 않았다. 제일은 내 말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18. 이것 하나면 되었다!」중에서
프롤로그 009
01 / 45 장엄한 과제 011
02 / 미묘한 바람 018
03 / 이거 비싼 차인데 024
04 / 행복하게 사는 거야 031
05 / 보통내기들이 아니예요 038
06 / 허점을 찌르는 재주 045
07 / 빨래건조대 052
08 / 익숙하지만 낯선 058
09 / 질척이는 세상에 067
10 / 미안합니다 075
11 / 아이가 아이를 081
12 / 미역국 088
13 / 왜 그래! 097
14 / 장모님이 그러니까 104
15 / 어쩌면 다시 109
16 / 한 건 했네! 114
17 / 참 착해요. 겸손하고요 121.
18 / 이것 하나면 되었다! 127
19 / 먼지 같은 133
20 / 마음의 코르셋 138
21 / 운명이야 144
22 / 언니는 잘 지내나요? 151
23 / 원래 잘 안 울어요 158
24 / 눈초리 165
25 / 청소 하나만큼은 173
26 / 은비 말로는요 179
27 / 노력하니까 185
28 / 언제나 사랑했어 192
29 / 육아 휴직 199
30 / 이겨내세요 205
31 / 종노릇 212
32 / 나는 은비를 219
33 / 포근한 베개 224
34 / 그만 불러 229
35 / 결과가 중요해요 237
36 / 뭐라던가요? 244
37 / 잘 되나 봐라 250
38 / 거울 260
39 / 어느 별에서 왔니? 267
40 / 이제 준비해 275
41 / 두 번 다시 281
42 / 며칠 더 287
43 / 모든 짐을 293
44 / 초콜릿처럼 299
45 / 나이가 들면 305
에필로그 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