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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권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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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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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현
- 15,120
- 15,300
- 19,800
- 18,900
출판사 리뷰
김유 작품을 독해하는 과정에서 시인이 견인한 어휘들과 그것들이 이루어낸 문장들이 서로 어떤 상관성을 갖게 되는지, 그 유기적 객관성에 의문을 가질만 한 것들이 상당하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시인의 개연적 설명을 기대하며 눈길을 저절로 다음 연으로 눈을 옮길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니까 독서 과정에서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어휘와 문장들이 서로 개연적 상관관계로 얽혀져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런 글쓰기 스타일은 실상 시인의 면밀한 의도와 기획 안에서 창출된 것임을 또한 이해하게 된다. 이제 표제시 작품을 보자. 부딪다 웅크렸다 한 마디씩 허공으로 낸 길 새순에는 솜털 같은 바람에도 꼭 보듬었다 가지가 제법 반듯해지면 맘껏 풀어주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환절마다 삶은 표정을 바꾸고 불쑥 옹이가 덧나면 그때마다 잎을 떨어내고 멈춰서야만 했었다 짧아지는 햇살에 마디마디 굳은살로 버티는 지난한 길 아무리 빛과 온도 모진 바람이 흔들어대도 한결 같은 나이테가 너무 장하다 나는 아직도 겨울 앞을 주춤거리는데 눈보라 속에서도 기꺼이 봄을 품고 있는 떨켜 있는 생살박이 삶 내려놓고 기다릴 줄 아는 삶의 무늬가 너무 부럽다 -「떨켜 있는 삶」 전문 작품 첫 연에는 “허공으로 낸 길”이 등장한다. ‘길’은 일반적 통념상 사람이나 짐승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오고 갈 수 있게 된 땅 위에 뻗은 공간적 선형線形을 말한다. 새나 비행기가 다니는 ‘허공의 길’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허공의 길도 “부딪다 웅크렸다/ 한 마디씩” 가는 길은 절대로 없다. 도대체 어떤 길을 말하는 것인가. 눈길은 절로 다음 연으로 향하게 된다. 둘째 연에서 화자는 그 길이 “새순에는/ 솜털 같은 바람에도” 꼭 보듬고, “가지가 제법 반듯해지면/ 맘껏 풀어주며” 달려온 길이라고 말한다. ‘새순’과 ‘가지’라는 새로운 어휘의 등장으로 우리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길이 사람이나 짐승이 오고 가는 본래의 구상적 실체로서 ‘길’이 아니라 식물인 ‘나무’의 성장 과정을 의미하는 비유적 길이 아닌가 짐작하게 된다. 시선은 다시 다음 연으로 향한다. 그렇다. “옹이가 덧나면/ 그때마다 잎을 떨어내고” 멈춰서고, “짧아지는 햇살에/ 마디마디 굳은살로” 버티는 삶을 살아야 했다면 그것은 확실히 ‘나무가 걸어온 길’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옹이’, ‘잎’, ‘마디’와 같은 어휘와 함께 다음 연에 나타나는 ‘나이테’라는 말은 결정적으로 ‘허공의 길’이 나무를 의미하고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그런데 화자는 “모진 바람이 흔들어대도/ 한결같은 나이테가/ 너무 장하다”고 나무를 상찬한다. 나무줄기를 가로로 자른 면에 나타나는 바퀴 모양의 나이테는 우리가 나이를 먹는 것처럼 해마다 하나씩 늘어난다. 그렇다면 매년 나이테를 늘리며 나무가 걸어온 “지난한 길”은 나무가 살아왔던 ‘삶’ 자체를 의미한다. 맞다. ‘길’은 또한 삶의 여정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허공으로 낸 ‘길’은 바로 나무의 ‘생’을 말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 삶이 구체적으로 어떠했기에 “너무 장하다”고 상찬하는 것인가.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예 “너무 부럽다”고 ‘너무’라는 부사까지 연발하며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을 표출한다. 화자는 마침내 그 정확한 이유를 발화한다. 그것은 바로 나무가 “떨켜 있는/ 생살박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드디어 시제이기도 한 「떨켜 있는 삶」을 대하게 된다. ‘떨켜’는 낙엽이 질 때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을 말하는 것으로 이 부분은 굳어져서 수분이 통하지 못한다. 이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사실 푸르던 잎이 낙엽으로 떨어질 때는 그 잎은 생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그 자리를 보호하는 ‘분리층’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나무는 “눈보라 속에서도/ 기꺼이 봄을 품고”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화자는 “내려놓고 기다릴 줄 아는” 삶을 사는 나무가 부럽다며 작품의 문을 닫는다. 우리는 작품의 독서를 수행하며 나무가 걸어온 길, 즉 ‘떨켜 있는 삶’에 대한 시인의 치열한 탐색을 인지하게 된다. 어찌 보면 시인은 이를 통해 ‘삶의 근원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작품에는 철학적 사유에 따른 어떠한 관념 언어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교훈이나 가르침을 제시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발화도 없다. 이는 시인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것들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작품의 호소력은 약해지고 문학성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시인은 ’떨켜 있는 삶‘에 대한 자연스러운 ’공감의 교환‘으로 이런 사항을 암시적으로 표출함으로써 오히려 삶에 대한 사유를 설득력 있게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별히 주목할 점은 독자들은 자신이 교훈이나 가르침을 받는 직접적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본능적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직접적·명시적 표현에 대한 유보감은 인간 본연의 주체성과도 연관되는 것이다.
1부 떨켜 있는 삶
나의 지문은 언제 완성될까 ― 서시·12
수레국화·14
싹이 아닌 싹·16
바늘귀·18
시간으로만 존재하는·20
언덕, 그 고비에서·22
그리움 너머엔·24
그림자도 언젠가는·27
우울한 발라드·28
예인曳引·31
어린 장醬꽃을 어루만지며·32
떨켜 있는 삶·34
맞닿을 수 없는·36
무르익음을 향해·38
서강西江에 여울지는·40
??를 탓하지 않고·42
메타버스Metaverse로 돌아보는·44
“??입니다”·46
2부 엇갈린 시선
찧다·50
틈새·53
게을러지고 싶은,·54
완연해진·57
가시가 ?던 게 아니다·58
엇갈린 시선·61
모닝콜의 질감·62
맥문동·64
꽃눈·66
디바Diva·68
이파리 반짝 깨어나·70
사막의 장미·72
굴레를 벗고·74
3부 헌책방에서
헌책방에서·76
양미리가 많이 나면·78
엎치락뒤치락·80
해봤어?·82
이젠 지켜볼 때·84
찬란한 끝을 위해·86
생뚱맞은,·88
도심의 벌집·90
인생 김장·92
물골·94
세상을 바로 보려면·96
다多문화 국화·98
4부 강으로 간 펭귄
강으로 간 펭귄·100
마스크 인생·102
테두리만 남은,·104
투구게의 위기·106
?? 증후군 시대·108
세대교체·111
몸부림치는 말·112
믿기지 않던 말·114
비오톱Biotope·116
뚜께우물·118
숫눈·120
꿈꾸는 호야·122
해설 | 호병탁_눈보라 속, 봄을 품고 있는 삶의 무늬·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