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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머리에서 협소한 영역에 한정된 읽고 쓰는 생활이지만, 그 미미한 지속에서 나는 ‘문체’라는 말을 ‘문학’보다도 더 굳게 붙잡은 것 같다. 어떤 초심처럼 심중에 두어져 버린 그것은, ‘스타일’이라고 바꿔 말하든 아니든, 나의 함의와 타인의 함의가 일치하지 않아 상호 오해를 유발할 때도 적지 않다. 협소하지 않은 영역에서 두루 쓰이는 단어이므로 이 단어를 붙드는 광범위한 맥락에서 나의 함의는 왜소하거나 편향됐으나 어떤 핵심의 겹침이 감지되는 한에서 놓지 않았다. 내게서 너무 단단해져 버렸을 이 말이, 일상에 뭉쳐진 나의 읽기를 흔들어 보는 데도 내게는 필요했고 또 적절하다고 오랫동안 믿었다. 느낌과 상념이 통과하는 길에 ‘스타일의 자기 체험’이라는 말 외의 것을 불러내지 못했다. 더 잘 경험하려는 시도의 몇몇 조각들을 모아 내놓으며 이제는 이 말이 내게서 풀어지고 흩어지기를 소망한다. 경험이라고 했지만 대개 세상의 말(言)들 주변에 붙박이고 마는 일상의 한계 탓에 나의 쓰기는 임의의 문학 텍스트로부터 촉발되었거나 특정 시점의 내가 불쑥 닿아 버린 텍스트에 빚진 행위가 대부분이고, 이 책의 절반 이상도 그 결과물이다(제1부와 제5부). 바로 그때 만난 그 말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한 편의 글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분량은 절반 이하지만 목록의 길이는 한참 긴 다른 절반쯤은 세상의 흔한 말들에 직면하여 스스로 ‘텍스트적 운동’의 일부가 되기를 기도했던 흔적들이다(제2, 3, 4부). 세상 돌아가는 뉴스가 불편하여 견디기 힘들었던 특정 시기의 마인드가 집중적으로 드러난 그 글들이 이 책의 또 한 표정이 될 것을 생각하면 어색해서 죽을 것 같다. 그때 그 말들과 어느새 5년여의 시간적 거리를 두게 된 것도 난감하다고만 생각했는데, 20대 대선 이후 ‘세상 돌아가는 뉴스로부터 눈과 귀를 최대한 차단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요즘, ‘그때 그 말들’을 환기하는 어떤 기분이 난감함을 뚫고 흘러나와 어색함을 무릅쓰게 만들었다. 냉소인 듯 체념인 듯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라고 중얼대는 주위 친구들에게 같이 푸념이라도 하며 이 기분이 더 이상의 좌절이나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힘내 보자고 말하고 싶은 심정으로 지금 이 책을 세상에 밀어낸다. 어떤 항심으로 밀고 온 나의 글쓰기는, 십수 년 전 시작하는 마음일 때와 지금도 같은 마음이라고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스타일’이 좀 변했는지도 모르겠다. 읽기(크리틱)와 쓰기(에세이)의 동행에서 발생했을 그 스타일을, 읽기와 쓰기에 다 충실하고픈 바람을 담아 ‘크릿세이’라고 불러 보기로 한다. 아무래도 뚱해 보일 이 책의 표정을 내가 어떻게 책임져 줄 수 있을지는 못내 걱정이다. 다만 이제 나는 쓰기 위한 읽기가 아닌 읽기의 수행성으로 열린 쓰기로써 이 표정을 더 자주 지어 보겠다고, 그리하여 내 손끝에서 ‘크릿세이’도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부드러워지길 바란다고, 지금은 그저 이런 다짐과 바람뿐이다.
005 책머리에 크릿세이(critssay)를 향하여
제1부 기어이, 함께 살자는 말
015 빌려 온 시간 속에서
024 우주의 주인공이 되느라―인본주의의 위상 1
030 이토록 유사한 권리의 징표―인본주의의 위상 2
035 이후의 인간을 위하여―김숨의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로부터
047 멜랑콜리 사회학―안보윤의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로부터
058 더 나은 고통이 있을까―정소현의 [가해자들]로부터
064 공생의 밤
제2부 모쪼록, 우리를 지키는 말
075 일탈이냐 탈선이냐
079 우연인가
083 Yes는 Yes, No는 No
088 죽어야 사는 남자
093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하는데
097 지도 말고 의도
102 너도 꼭 너를 지켜
105 추억이 미래를 향해야 할 때
제3부 도무지, 무지한 무시의 말
113 무시와 무지는 하나
118 ‘오만하고 무례하다?!’
123 자기가 오직 자기여서는
128 좋은 게 좋은 것이 가장 나쁘다
133 웃게 해 달라
138 ‘아무 말’의 해악
143 문해력의 기초
148 팩트 폭력 체크
152 최대한의 지성과 용기를
제4부 어떤 한국에서 2015-2017
159 말솜씨 얘기가 아니다
164 위트 앤 시니컬
168 절박쇼, 최악(질)의 공연
172 누가 개돼지냐
177 계몽을 해 봅시다
181 원래 그런 일은 없다
185 두 자괴감과 한탄
191 비합리라는 사악함
196 촛불의 ‘의미’
제5부 아무튼, 읽는 동안
203 전염을 위하여
214 일인칭 관찰자가 하는 소설
222 최선의 미래를 기억하기
231 불길의 흔적을 찾아라
236 어떻게 웃플 것인가
244 병든 기억의 구도(構圖/求道)
250 영화인의 세상
259 심지와 신뢰
266 독자 시대의 문학과 쓰는 개인의 형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