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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758621 / 456쪽 / 640g /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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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현재진행형 작가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전망할 수 있는 전작 도록
“그의 선은 직설적이고 색은 단호하다. 때론 선도 단호하고 색도 직설적이다.” (백민석)
‘거칠지만 밀도 있게 구축된 선 위로 강렬하게 육박해오는 색채’로 평가되어 온 서용선의 조형 언어를 소설가 백민석은 위와 같이 표현했다. “단호하고 직설적인 선과 색”을 통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서용선이 다뤄왔던 인물, 역사, 도시, 풍경 350여 점을 고스란히 담아낸 화집이 출간되었다. 흔히 도록은 전시를 계기로 특정한 주제에 맞는 작품을 선별하여 소개·수록한다. 이에 비해 ‘전작 도록(전작집)’이라고 번역되는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는 작품의 출품 이력과 정보까지 검토하여 수록함으로써 진위 판별이나 작가 연구를 위한 자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작가의 작품 활동을 총결산하고 종합하는 의미로 사후에 제작되는 경우가 많기에 현역으로 한창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와는 낯선 조합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화집은 방대한 작품 제작과 꾸준한 아카이빙을 해 온 서용선의 작업 과정 속에서 현재 진행형 카탈로그 레조네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전작집 기획은 2008년을 기점으로 삼았다. 작가가 미술교육자로서도 활동하던 장인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교수직에서 스스로 떠나 작업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한 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1975년~2007년의 회화 작품집은 Gallery A story에서 세 권으로 구성하여 한정판/비매품으로 출간한 바 있다).
서용선의 세상 그리기
“우리가 역사와 신화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거나 우리와 상관없는 아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데 비극이 있다. 망각은 인간에게 치유와 동시에 불행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서용선
서용선의 그림은 “이 땅에 거주하는 인간 군상들과 삶의 세계를 향한 질문들로 함께 모인다.(...) 서용선의 예술은 단지 형식의 문제나 기호적 사태에 관심을 지닌 뭇 작가들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이인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용선에게 있어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비극적 죽음을 맞은 노산군(단종)의 이야기나, 민족상잔의 비극이었던 한국전쟁과 같은 격랑 속에 휩쓸린 인간의 실존적 고통은 그저 먼 역사 속 이야기가 아니다. 1986년 서용선은 개인적으로 복잡한 일이 생겨 강원도 영월을 찾았다. 그곳에 살고 있던 어린 시절의 친구와 함께 강변 백사장에 앉아 마음을 식히고 있을 때였다. 친구가 이곳이 바로 단종을 죽이고 나서 시신을 던진 청령포, 라고 알려줬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만치 한여름의 투명한 강물 위에서 사람이 둥실 떠올랐다. 열일곱 살의 나이로 죽임을 당하고 시신조차 갈 곳 없이 떠도는 단종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너무 생생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 모습을 스케치로 남겼다. 서용선은 그때까지 ‘소나무 화가’라는 호칭이 익숙한 작가였다. 슈퍼리얼리즘, 포토리얼리즘이라고도 불리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나무껍질이나 솔잎 하나까지도 세밀하게 살려내어 묘사했다. 재직 중이던 학교 근처에서 근접 촬영한 소나무를 그려온 그가 수백 년 전에 세상을 떠난 과거의 인물을, 환각과도 같은 순간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청령포에서 단종을 만난 순간 그는 직감적으로 이 주제를 10년 정도는 다루게 되리라고 느꼈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용선은 노산군(단종)을 비롯하여 동학농민운동, 한국전쟁과 같이 역사라는 격랑 속에 휘말린 개인의 실존과 비극을 되살려냈고, 도시라는 공간의 압박감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한 내면을 비춰내기도 했다. 돈암동에서 오래 살았던 서용선은 관악구로 출퇴근을 하면서 하루에 꼬박 서너 시간씩 버스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는 거리 표지판의 화살표나 가위표와 같은 기호들이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끊임없이 행동을 지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동시에 만원 지하철의 불쾌함과 경적이 울리는 도시의 소음을 견디며 일터로 향하는 사람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그는 생계와 사회의 규제로 인해 행동과 자유가 제한되고 있는 왜소한 현대인을 꾸준히 화폭에 담았다.
서용선X백민석
소설가 백민석의 서용선론 '그림 숲의 야수' 수록
백민석 소설가는 1995년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서 서용선의 그림을 처음 마주한 후,
소설과 에세이에서 서용선의 작업을 언급하며 주목해 왔다.
소설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의 첫머리에서 청담미술제의 수십 개 화랑을 한나절 내내 도보 순례하던 주인공 ‘나’의 입을 빌려 백민석은 이렇게 말한다.
“지하철 안의 승객들을 2차원적으로 펼쳐 놓은 서용선의 작품은 나중에 베끼려고 남겨뒀다.”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음악인 협동조합 1·2·3·4』(문학과지성사, 1997), 12쪽
그리고 마음 속에 베껴놓은 그림에 대해 훗날 미술 에세이를 통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1995년, 서미 갤러리에서 열린 서용선의 전시. '도시에서'의 배경도 앞선 공포영화의 장면처럼 도심의 거리다. 노란색 차선이 한편에 보이고 사각형의 그리드는 보도블록이다. 횡단보도는 아니지만 행인들은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해 걷고 있다.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느낌은 리플릿을 통해 봐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를 바가 없다.
'도시에서'가 자아내는 공포영화와도 같은 감정은 우선 원근감과 부피감이 파괴된 2차원의 평면으로 구현된 세계에서 비롯된다. 보도블록이나 노면에 표시된 차선처럼 행인들 역시 평면이라는 정체성을 갖는다. 행인들은 개개의 개성은 무시되고 정형화된 캐리커처로 남는다. 이 왜곡된 세계에서 주체는 평면화됨으로써 물질화되고, 정형화됨으로써 획일화된다. 이때 주체는 몰개성의 평면적 존재라는 점에서, 그림자나 다름없게 된다.”
(중략) 서용선의 '도시에서'가 주는 두려운 낯섦은 왜곡된 양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색채도 그러한데, “빨강, 파랑, 노랑의 강렬하고 과감한 색감의 터치(는) (…) 색조 자체만으로도 심리적, 상징적 효과를 발휘한다.” 그림자나 다름없이 비인간화된 주체에서, 이상하리만치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색채 때문이다. 그림자에는 입이 없지만 관람자들은 색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두렵고도 낯선 느낌을 받는다. 색을 통해 주체들이 비명을, 고함을, 비언어적인 존재증명을 하는 것 같다.
「공허라는 두렵고 낯선 그림자」 『리플릿; 바깥을 향해 읽어라』(한겨레출판, 2017) 106~108쪽
오랜 세월을 지나 성사된 화가와 소설가의 만남이 이 화집을 통해 이루어졌고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작품 이야기가 에세이 「그림 숲의 야수」를 통해 펼쳐진다.
작업 WORKS
2008
2009
2010
2011
에세이 ESSAY 그림 숲의 야수(백민석)
색인 INDEX
약력 ARTIST BIOGRAPH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