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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120498 / 232쪽 / 325g / 152 x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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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으로> ● “날 아는가?” 그는 슬쩍 웃었다. 눈썹꼬리와 관자놀이가 조금 움직였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남궁현 님. 잘 알고말고요. 너무도 잘 압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했다. 현은 그를 살폈다. 본 듯하면서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요즘 보기 드문 장발이 귀를 덮었고 이마는 넓고 반듯했지만 머리숱은 그리 풍성하지는 않았다. 검고 짙은 눈썹 사이 미간은 두툼하니 넓었고 살이 붙지 않은 볼과 깊게 파인 인중. 갸름하면서도 달걀형 얼굴이 희었다. 유난히 크게 보이는 눈과 깊은 쌍꺼풀이 여성성을 드러내지만 반듯한 콧등과 도톰한 콧방울 아래로 굳게 펴진 두터운 입술은 지적이면서도 젊은 청년의 의지와 신념을 드러내고 있었다. 현은 청년의 모습에서 무언가 떠오를 듯한 막연한 기시감에 잠겨들었지만 확연하지는 않았다. “나를 잘 안다고? 난 자네를 잘 모르는데?” 현은 과거의 모든 기억을 한 바퀴 돌리면서 청년의 흔적을 찾았으나, 없었다. 단지 과거의 한 점에 흐릿하게 박힌 누런 사진 여러 장이 머릿속에서 아른거렸지만 이 청년과의 그 어떤 연결선도 이을 수 없었다. “난 자네를 전혀 모르겠어. 또 자네를 이 자리에 부른 적도 없고.” “아닙니다. 당신은 나를 수없이 불렀어요. 오늘도 아침부터 지금까지, 저 빗속 거리 귀퉁이에서, 이 자리에서도 나를 찾지 않았나요? 하여간 나도 목이 마른데 술 한잔 주시겠어요?” ― 「프롤로그」 중에서 ● 청년은 벌떡 일어섰다. 그 서슬에 탁자에 놓인 술병과 술잔과 안주접시가 크게 흔들렸다. “꺼지라고? 겨우 찾아온 나에게 꺼지라고 했어? 술만 취하면 그렇게도 나를 부르던 당신이 지금 가슴을 틀어막아버리고는 겨우 겨우 힘들게 온 나를 꺼지라고? 강릉의 굳은 땅에서 친구들에게 진실과 정의를 높이던 당신이 이젠 늙어 찌그러진 몸으로 뱉는 말이 자본? 유감? 우연의 실오라기에 얽혀 있던 한 여성의 죽음을 그렇게도 값싸게 돌려버릴 수 있어? 죽음의 원인을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그 죽음의 흔적이 지금 당신의 발가락 끝에 조금이라도 묻어 있다는 생각은 왜 티끌만큼도 못해? 젊음 속에 숨긴 그 양심의 흔적이라도 남아 있으리라고 생각한 내가 정말 어리석었어. 그런 당신이 나보고 꺼지라고? 그게 당신이 말하는 평온한 생활 속 소시민의 본모습인가? 과거의 남궁현은 다 밟아버리고 몇 푼의 돈과 직장 틈바구니에서 갈리고 마멸된 당신의 지금 모습은 보기도 역겨워. 눈알이 삐어서 안 보여? 그 잡스런 꼬라지가?” “먼 개소리야 이 쌔끼가. 난 성실했어. 그것뿐이야. 세상 속 죽음을 나와 연결시켜? 요 어린 개쌔끼놈아. 가죽이 짧아 뚫어진 게 주둥아린 줄 알아? 이런 개쌔끼는 죽여 씨를 말려야.” “죽여? 나를 죽인다고? 그래, 은수우의 죽음도 모자라 나까지 죽인다고? 평생 무선국 벚나무 잎을 쓸어담아도 모자랄 인간이 뭐야? 이더러운 시키야. 그래도 양심 한 쪼가리는 남았을 줄 믿었는데 결국 넌 더러운 잡놈이었어. 수우는 너 같은 잡놈 때문에 깨끗한 몸만 억울하게 망친 거야. 이 개새꺄. 억울한 죽음에 양심쪼가리 하나도 없는 개썅노므쌔꺄.” 현은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식칼을 집어들고 자리로 천천히 다가갔다. 눈에서 새파란 빛이 청년에게 날아갔다. 청년은 피하지 않았다.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서 있는 자세에 조금도 동요가 없었다. ― 「에필로그」 중에서
프롤로그 · 9
첫 번째 이야기 · 22
두 번째 이야기 · 57
세 번째 이야기 · 77
네 번째 이야기 · 114
다섯 번째 이야기 · 156
여섯 번째 이야기 · 166
일곱 번째 이야기 · 203
에필로그 · 217
작가의 말 | 어떤 폭풍도 이길 아무도(我無島)에서 살아보는 꿈 · 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