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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447300 / 128쪽 / 174g / 116 x 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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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토록 현실에 맞닿은
지금 여기의 인물들
“내가 만난 수많은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서늘한 스릴러를 연상케 하는 「언니의 일」에서는 직장에서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은희’가 등장한다. 후배 ‘다정’의 우연한 연락을 계기로 옛 직장 동료들과 만나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은희는 회사에서 좋은 사수이자 언니가 되고자 하는 욕망 혹은 강박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왜곡된 기억을 지니며 물색없이 행동한다. 은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결국 은희를 믿을 수 없게 되는데, 소설은 촘촘한 구성으로 빛나며 이토록 현실에 맞닿은 인간상을 치밀하게 구현해낸다. 「우산의 내력」 역시 직장인들이 품을 수밖에 없는 온갖 미묘한 마음들을 찬찬하게 담아낸다. ‘희진’은 인턴 ‘지우’에게 좋은 직장 상사이다. 이는 희진이 과거 사수였던 ‘양민지’를 타산지석 삼은 덕분인데, 그 시절 희진은 매일같이 야근을 하면서도 자주 나무람을 들어야 했다. 그때의 궁벽한 처지와 마음은 비 오는 퇴근길 건물 틈새에서 우연히 본 우산 아래에 있던 사람과의 에피소드와 맞물리며 섬세하게 형상화된다.
우산 아래에 있던 사람.
그가 바로 그 검은 장우산을 착, 접어서 입구의 우산꽂이에 꽂았다. 그러고는 희진이 앉은 건너편 테이블에 앉았다. 메뉴판도 보지 않고 코다리 정식을 시켰다. 코다리 정식은 25000원인데!
(……)
그때 희진은 자신이 먹는 속도를 조절하는 이유가 저열한 호기심 때문이라는 것까지는 몰랐다. 그 사람이 계산대에서 계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분명 그때 어떤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알았더라면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섰을 것이다. (93~94쪽)
사회라는 거대한 공동체,
오직 나만을 위해서는 하지 않을 선택도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표제작인 「팀플레이」는 적극적인 실천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지연’과 ‘은주’는 한때 서로의 마음을 조심스레 확인했던 사이. 하지만 도움을 요청한 지연과 함께 교수 장성수를 만나는 자리에서, 은주는 미묘하게 강압적인 위계를 경험하고 모멸감을 느낀다. 그렇게 그 둘의 관계는 틀어지고 시간이 흘러 장성수는 사망하는데, 어느 날 지연은 은주에게 다시 도움을 구하는 연락을 해 온다. 인터넷신문 기자로 일하는 은주가 작성했던 장성수 관련 기사를 보고서는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 제자들의 작품을 도용하고 착취한 교수 장성수의 본모습에 대해서 말이다.
헤드라인을 적고 은주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분명 지연을 위해서는, 오직 지연만을 돕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은주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녹음하고 계신 건 아니냐고 묻던 A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았고, 불 꺼진 연구실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사람이 지연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장성수의 목소리가 함께 떠올랐다.
정의 같은 걸 믿나 봐요? (71쪽)
이 소설은 사회라는 거대한 공동체 내 개개인의 역할을 고민한다. 나만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며 하는 선택과 실천에 대해서 말이다. 이처럼 『팀플레이』는 일터에서 경험하는 일들에 대해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를 의지하고 또 어째서 외면하게 되는지 그럼에도 어떻게 그 관계를 지켜낼 수 있을지 빼어난 성취로 보여줄 뿐 아니라 좀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마음과 의지까지 담았다. 그러므로 조우리의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한 팀”이 되기도 하고 그 “팀플레이가 제법 합이 잘 맞기를”(에세이 「쓰지 않는 일에 대해 쓰는 일」, 111쪽) 바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은희는 세 자매의 맏이였고, 그래서인지 어디서든 동생들과 어울리는 것에 익숙했다. 중고교 시절에는 쉬는 시간에 후배들이 찾아와 쪽지와 간식거리를 주는 일이 심심치 않았고, 삼수 끝에 입학한 대학에서는 나이 어린 동기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매 학기 과대표를 맡았다. 동생들이 따르는 만큼 은희도 언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_「언니의 일」, 9쪽
― 언니, 난 언니 재능 있다고 생각해요. 재능이 뭐 별거예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게 재능이지. _「언니의 일」, 23쪽
“내가 처음 볼 때부터 걔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 예전에도 가까이하고 싶지가 않았다고. 10년 만에 갑자기 만나자고 할 때도 수상하더니.”
“아니야, 세진 씨.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아.”
“오해는 무슨 오해요. 설마 언니도 한패예요?” _「언니의 일」, 37쪽
어떤 사람들은 머리 위에 나뭇잎이나 깃털 같은 것을 붙인 채 걸어다녔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은주는 유리창에 대고 입김을 후, 후, 불었는데 처음엔 별 의미 없이 한 행동이었지만 자신의 그런 모습을 지연이 귀여워한다는 것을 안 뒤로는 의식적으로 바람 소리를 내곤 했다. _「팀플레이」, 42쪽
지연은 장성수의 유고작으로 알려진 ‘낙차’ 역시도 대학원생의 작품을 가로챈 것이라고 했다. 그 작품의 원래 주인인 대학원생 A를 인터뷰해서 기사를 내달라고 했다. _「팀플레이」, 68쪽
은주는 사무실 안을 돌며 헤드라인을 조금씩 바꿔 똑같은 기사를 입력했다. 기사들이 줄줄이 승인되는 동안 은주의 마음에서는 점차 불안이 사라졌다. _「팀플레이」, 73쪽
이미 회사에 도착해 사원증을 출퇴근기록기에 가져다 댔어야 할 시각에 눈을 떴다면, 긴 머리를 감고 말리기보다는 질끈 묶어야 할 것이다. 그 회사가 서울에서도 강남 테헤란로에 있다면, 택시를 잡는 것보단 지하철역을 향해 뛰어야 한다. _「우산의 내력」, 77쪽
무엇이든 부족하기보다는 넘쳐흐를 정도로 과하기로 결정한 이 거리의 풍요로운 얼굴이 희진은 마음에 들었다. 물러설 데 없는 절박한 선택지란 없는 곳. _「우산의 내력」, 84쪽
이상하게도 저항이 있었다.
어라, 싶어 더 세게 당겼을 때 우산이 불쑥 솟아올랐다.
사람이었다. _「우산의 내력」, 91~92쪽
이런 기억도 있다. 일을 하던 중에 아무리 애를 써도 내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숨길 수가 없어서, 나만 아는 내 목소리를 감추고 싶어서 계단을 오르던 순간들. _「쓰지 않는 일에 대해 쓰는 일」, 109쪽
언니의 일
팀플레이
우산의 내력
에세이 쓰지 않는 일에 대해 쓰는 일
해설 좋은 사람 되는 방법 _선우은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