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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존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3

저메이카 킨케이드 저 | 문학동네 | 2022년 07월

애니 존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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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54641753 / 160쪽 / 208g / 14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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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나는 그런 낙원에서 살고 있었다.” 느닷없이 어른의 세계로 내몰린 아이가 목격한 실낙원의 풍경 서인도제도의 앤티가섬을 배경으로 열 살에서 열일곱 살로 성장해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첫 장편소설 『애니 존』에는 『루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짙게 배어 있다. 특히 엄마와 분리되기 이전 완전한 합일을 이루고 있던 시절을 의미하는 ‘낙원’의 상실은 이후 킨케이드 작품 세계를 특징짓는 모티프가 된다. “제 글은 항상 무언가를 애도하고 있어요. 죽음 뒤에 오는 것이 아닌 한때 내 것이었던 낙원, 그 낙원의 상실을요. 저는 종종 남동생들이 태어나기 이전에 어땠는지를 생각해요.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신경 안 써요. 그때 그 낙원에서는 엄마와 내가 항상 함께였어요.” _저메이카 킨케이드 『애니 존』은 애니가 낙원에서 살던 시절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낙원에서는 벌받을 짓을 해도 잠들기 전에는 어김없이 엄마의 입맞춤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은 이름을 쓰는 엄마와 같은 옷감으로 옷을 지어 입고, 늘 붙어다니는 “엄마 아가”였다. 그런데 애니의 키가 자라고 겨드랑이에 털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애니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다. 애니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꼬마 숙녀 어쩌고”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는 옷도 따로 지어 입어야 하고, 혼자서 뭐든 잘할 수 있어야 하고, 예의범절이나 피아노를 배우러 다녀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 애니에게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못하거나 잘못해서 혼나는 일이 많아지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사이에 명확한 구분선이 주어진다. 하지만 엄마가 바라는 대로 엄마와 구별되는 자기 자신을 갖추면 갖출수록 애니와 엄마 사이엔 해소할 길 없는 간극만 더 커져간다. 가족 대신 학교 친구들에게서 즐거움과 안정을 찾으려 해봐도 가족에게 느꼈던 실망감이 되풀이될 뿐이다. 엄마 마음에 차지 않는 아이는 친구로 삼을 수 없어서, 곁에 남는 건 죄다 엄마가 정해주는 길을 따르는 착한 아이들뿐이다. 석 달 반 내리 비가 내리는 사이 애니가 앓아누웠던 일은 작품 전체로 보아 결정적인 국면 전환을 가져온다. 애니는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한번 어린아이의 상태로 돌아간다. 엄마 아빠는 마치 “신생아 다루듯” 애니를 돌보고 예전처럼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렇다 해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리 없다. 비가 그친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애니는 엄마보다도 훌쩍 커져 더이상 침대가 몸에 맞지 않는다. 애니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다시는 안 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고, 동시에 내면이 텅 비는 느낌을 받는다. 결국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졌던, 내가 아는 세상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결코 내면의 짐을 훌훌 털어버린 자의 단호한 결심이 아닌, 이제 막 어른이 되는 초입에 선 아이가 내딛는 고민 끝 한 걸음이다. “불현듯 강렬한 감정이 솟구치며, ‘다시는 이것을 보지 않으리’라는 문구가 내면으로 쏟아져 들어오듯 내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부풀었다. 하지만 ‘다시는 이것을 보지 않으리’라는 문구가 칼이 되어 찌른 듯 부풀었던 마음이 그만큼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부모님 발밑에 맥없이 쓰러지지 않도록 날 지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_136쪽 미국문학의 고전이 된 카리브해 작은 섬의 여자아이 이야기 일반적인 성장소설과는 달리 『애니 존』은 인물이 닥쳐온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성장 중심의 서사’가 아니다. 이해할 수 없게 어느 날 닥쳐온 성장이라는 사건 앞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로 인해 예리해진 시각에 힘입어 엄마 아빠로 상징되는 무시무시한 낙원을 ‘뛰쳐나가는’ 이야기다. 낙원을 잃은 것은 성장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지만, 그 낙원을 끝내 저버리게 된 건 순전히 애니의 결심에 따른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전통적으로 말하는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작품에서는 열린 결말로 남겨두고 있다. 남서독일방송(SWR2)에 따르면 『애니 존』은 “어딘가에서 떨어져나온다는 것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린 책”이고, 이후 킨케이드 작품에서 발견되는 주제들, 즉 사회 속 여성의 역할, 인종주의 및 식민주의, 가족 안에서의 권력 관계 등을 선취해서 보여준다. 바꿔 말하자면 애니라는 한 개인의 성장담으로만 읽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주제들을 아울러 살펴봐야 비로소 애니의 사춘기가 유달리 힘겨운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강렬한 언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애니는 영국 연방 내 독립국이라는, 실상 식민 지배를 받던 나라에서 영국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아이고 남녀의 역할 구분이 뚜렷한 사회에서 나고 자란 아이다. 이렇듯 성장소설이라는 틀 안에 다양한 맥락들을 교차시킴으로써 작품은 해당 장르 안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애니가 교과서에 인쇄된 콜럼버스 그림에다 “대단한 양반께서 이젠 자리에서 일어나 다니지도 못한다”라고 적은 것에서 식민주의와 가족 내 위계의 문제가 교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애니가 이 문장을 얻어들은 맥락에서 애니 엄마가 언급한 “대단한 양반”은 자기 아빠다. 엄마는 자기 아빠와 크게 싸운 후 도미니카를 떠나 앤티가로 왔고, 자식의 독립을 승인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싸운 것으로 이야기된다. 결국은 자기가 세운 질서를 타자에게 부과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식민 지배자들과 부모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해석하면 애니의 반항기는 으레 청소년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을 법한 반항기의 차원을 넘어,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요구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성장의 경험을 그린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이런 특수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톺아보게 한다는 점에 『애니 존』의 진가가 있다. 1985년 처음 출간된 이후 거의 사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 작품은 세월이 지나도 결코 낡지 않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이 되었다. 2010년 『애니 존』으로 ‘재발견되고 더 널리 읽혀야 할 책’에 수여되는 클리프턴 패디먼 메달을 받은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렇게 표현하자니 미안하지만, 백인이자 고인이 된 대단한 남성 작가 이름을 딴,) 미국문학에 수여되는 이 메달을 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 여기서는 ‘미국’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카리브해 작은 섬에 사는 여자아이의 성장 이야기가 미국 땅에서 고전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_저메이카 킨케이드

저자 소개

  • 저자 : 저메이카 킨케이드
저자 : 저메이카 킨케이드
1949년 5월 25일 카리브해 동쪽에 있는 영국 연방 내 독립국인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스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 1966년 뉴욕주의 스카스데일로 건너가 입주 보모로 일했고, 프랜코니아대학에서 사진 관련 수업을 수강했다. 1973년부터 필명 ‘저메이카 킨케이드’를 쓰며 『뉴요커』의 전속 작가로 작품활동을 한다. 1983년 소설집 『강바닥에서』를 출간했다. 이 년 뒤 첫 장편소설 『애니 존』을, 뒤이어 『루시』를 발표했다. 에세이, 회고록, 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다수의 작품을 썼고, 2004년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역자 : 정소영
영문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뒤 십수 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지금은 전업으로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웃음과 비탄의 거래』 『어떻게 지내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실크 스타킹 한 켤레』 『대사들』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유도라 웰티』 『권력의 문제』 『루시』 등이 있다.

목차

1장 저멀리 보이는 형상
2장 둥글게 움직이는 손
3장 그웬
4장 레드걸
5장 사슬에 묶인 콜럼버스
6장 벨기에 어딘가
7장 오래 계속된 비
8장 부두로 가는 길

해설 | 어머니 낙원을 떠나 홀로서기
저메이카 킨케이드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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