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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850363 / 312쪽 / 593g / 153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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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황순원소설집을엮으며 속·막은 내렸는데 제1막 제1장 막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검은 바다에서 밀려오는 물결의 흰 혀끝이 모래톱을 핥는다. 나는 바닷가로 걸어나간다. 왼쪽으로 등대가 보인다. 반대편에서 여자와 청년이 걸어온다. 여자 혼자 등대쪽으로 사라진다. 어둠속에서 또하나의 청년이 나타난다. 모래를 한 줌 움켜올린다. 「밤이면 낮에 그렇게 따겁든 이 모래가 이렇게 싸늘해지기두 하잖습니까. 내일 낮이면 이 모래가 다시 따가워질 겝니다만.」 청년은 검은 바다만 바라보고 섰다. 「역시 밤이면 이렇게 검기만 한 바다가 낮에는 막 푸르게 되는 거와 마찬가지지요.」하며 또하나의 청년은 잃어버린 사랑이야기를 청년에게 들려준다. 「밤이면 이 모래판을 거닐지요. 월이의 육체같은 이 모래판을 거닐지요. 그러면서 또 꽃보다두 찬 월이의 체온 같은 이 모래만을 자꾸 만집니다. 찬 모래는 또 꽉 쥘수룩 얼른 새어나가지요.」 청년도 모래를 움켜서 바다로 뿌린다. 검은 바닷물 소리. 청년은 검은 밤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허둥지둥 청년이 사라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때 모래언덕 너머에서 아이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휘장같은 어둠이 하늘에 별을 가득 펴놓는다. 아이는 수많은 별을 뒤지고 있다. 땅위의 이슬같이만 느껴지던 별들, 오늘밤엔 그 별 중 하나가 꼭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스크린 위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클로즈업 되면서 Don Mclean의 Vincent가 흐른다. 명멸하는 별빛속에서 황순원선생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아들이 남긴 밥을 보며 걱정스런 음성으로, 「그걸 또 ?니?」하고 사라져간다. 여위고 어렴풋한 그림자를 남긴 채. 제1막 제2장 술 취한 여인 하나가 공원에 나타나 속빈 웃음을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 벤치에 애를 버리고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지게문에 햇살이 비친다. 돌이는 왕모래 섞인 어머니의 고무신을 집어든다. 어머니의 요강이 치워진다. 어머니는 추한 아편쟁이로 돌아온다. 어머니는 아편 약이 든 주사기를 후들거리는 손으로 가죽만 남은 젖가슴에 찌른다. 오, 역시 내 아들이구나. 돌이는 팔로 조용히 어머니의 목을 안는다. 돌이는 그냥 팔에다 힘주기를 멈추지 않는다. Back to the Origin, Back to the Maternity, 잃어버린 생명나무를 찾아서, 잃어버린 모성을 찾아서······ 합창소리가 울려퍼진다. 서서히 조명이 무대 한켠으로 모아진다. 남자는 여자의 젖을 문 채, 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유약한 몸을 움직거려 어두운 둘레속을 유유히 돌기 시작한다. 이 탯속의 조고만 자신의 움직임을 안온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제1막 제3장 나는 포구가 내려다뵈는 구릉에서 있다.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 한 병사를 본다. 오막살이 쪽에서 장정들이 나와 모래판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꽁꽁 묶인 사람들을 구덩이에 묻는다. 머리만 내놓고. 저녁그늘 속에 밀물이 밀려들어온다.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갔다 하다가 마침내 묻힌 사람들의 머리 위를 덮는다. 둑에 섰던 사람들이 집을 향해 돌아섰다. 그때 그 사람들을 향해 병사는 총을 난사한다. 빗발치는 총성 속에서 동호가 나타난다. 마치 두꺼운 유리를 뚫고 나온 듯. 「땅은 리얼하지. 그래두 그 위에 서서 다니는 인간에겐 꿈이란 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에는 얼음을 부스러뜨려 뿌린 듯한 별들이 박혀있다. 유리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 손목의 동맥을 끊은 동호가 어둠 속에 묻혀있다. 순수한 사랑과 꿈을 찾아 결국 죽음을 선택했군. 가엾어라. 나는 차가워져가는 동호의 이마를 만지며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떠올린다. 별은 빛나고 땅은 향기를 뿜건만··· 내가 떨고 있는 사이 그 아름다운 것들은 베일에 가려지듯 사라졌네 내 사랑의 꿈이 영원히 사라졌네! 모든 것이 떠나갔네 절망속에 나는 죽어가네 절망속에 나는 죽어가네 일생만큼 난 사랑치 못하였네! 일생만큼 난 사랑치 못하였네! 죽은 영혼을 위한 진혼곡과 대금산조가 크로스오버로 만난다. 제1막 제4장 나는 피난민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풀리즈 쌜 투 미. 동아가 재빨리 담배보루와 껌곽을 꺼낸다. 남아는 자전거 곡예를 한다. 선아는 나비의 곡예를 한다. 선아의 신발 한짝이 없어진다. 주인집 아이의 병이 신발 주인에게로 옮아가길 바라나보다. 나는 노여움으로 펜을 집어던진다. 계집애 하나가 소경에게로 다가가 물 괸 곳을 피해 지팡이를 짚도록 해준다. 그때 판자촌 철거반원들이 들이닥친다. 나는 어머니를 잃은 영이와 무당이 버린 돌이를 성호에게 데려다 준다. 돌이는 장난감 조각들을 끊임없이 이리저리 맞추고 있다. 무얼 만드는 것일까. 돌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 것도 아닌 걸 왜 만들어? 영이가 말한다. 나는 돌이를 대신하여 말한다. 그건 주춧돌 하나, 주춧돌 둘을 새롭게 쌓아서 굳건한 성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야. 영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후 두 어린이가 나타나 종각에서 종을 치기 시작한다. 줄을 잡아당겼을 때의 뗑 소리와 줄을 늦출 때의 강 소리가 되풀이되면서 뗑- 강- 뗑-- 강--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살구나무 밑에서 두 마리의 개가 뒤를 맞붙이고 있다. 두 어린이는 킬 킬 킬 웃음을 터트린다. 뗑- 강- 뗑-- 강-- 분노의 불꽃이 환희의 율동으로 가득 채워진다. 초닷새 달빛 속에 비바리가 두 필의 말을 데려온다. 커다란 두 몸뚱어리가 한덩어리가 된다. 비바리가 준이의 손목을 와 잡는다. 아이들의 티없는 웃음소리, 생명의 소리가 울려퍼진다. 성삼이와 덕재가 등장한다. 「얘, 우리 학사냥이나 한번 하구 가자.」 포승줄을 풀어 쥐고 성삼이는 잡풀 새로 기어간다. 그제서야 덕재도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새를 기기 시작한다. 때마침 단정학 두세 마리가 높푸른 가을하늘에 큰 날개를 펴고 유유히 날고 있다. 나는 단정학의 날개짓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때 대금산조 천년학이 울려퍼진다. 준태가 차창 밖 어둠을 내다본다. 불빛과 어둠이 준태에게로 다가온다. 허허벌판을 비틀대며 유랑하는 준태 위로 쟈코메티의 「광장」이 오버랩된다. 지연이 말한다. 쟈코메티의 광장이 대화를 시작할 것 같다고. 숨죽였던 행복감이 물결친다. 순간 준태는 천식으로 발작을 일으킨다. 준태는 너울너울 정처없이 흘러떠다닌다. 움직이는 성처럼. 나는 준태의 죽음을 뒤로 하고 식물인간이 되었던 한수를 찾아나선다. 한수가 병원을 나서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들여다본다. 그 틈새기로 제법 파란 풀잎들이 돋아나 있다. 어쩌면 이런 데서? 한 청년이 한수 곁으로 다가선다. 「무얼 잃어버렸습니까?」 Barbra Streisand의 The way we were가 흐른다. 막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한다. 어둠속 모래 위에서 황순원선생이 등장한다. 베레모를 쓴 채 자그마한 체구를 앞뒤로 흔들며 서있다. 한 손은 바바리 코트 속에 찌른 채. 담배 한 대 피울 동안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치어다본다. 나도 무대 한 켠에서 별을 치어다본다. 황순원선생은 갑자기 술 생각이 나는 듯 무대 위를 두리번거린다. 이때 검은 막 위로 그늘진 선술집 속의 사내와 황순원선생이 마주 앉아 있다. 조명을 받은 그들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그때 어둠 속에서 나를 발견한 황순원선생은 외친다. 「내 등장인물 왜 빌려간?」 나는 내려지는 막 앞으로 뛰어나간다. 「선생님, 작중인물들과 사진 한방 찍으실까요?」 황순원선생이 웃으며 내 손을 잡는다. 무대 위로 함박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한다. Lu Lu의 To sir with love가 흐른다. 제2막 내일을 기대해 주십시오. 모든 영광은 술에게, 그리고 모든 영광은 눈에게, 그리고 다시 모든 영광은 황순원에게, 그리고 또다시 모든 영광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2004. 5. 15. 복정동 연구실에서 장현숙
황순원 소설집을 엮으며
사마귀ㆍ사마귀, 그 부정적 모성상
별ㆍ별과 어머니, 그리고 조국
병든 나비ㆍ죽음, 그 영원한 모체속으로
노새ㆍ가난의 슬픔, 그 외로움에서
눈ㆍ인간 신뢰와 절대 선을 향하여
두꺼비ㆍ해방 후 민족현실과 리얼리즘
왕모래ㆍ현실과 이상, 모래와 별 사이에서
비바리ㆍ제주도 4·3사건과 생명 지향성
모든 영광은ㆍ이념을 넘어 사랑으로
차라리 내 목을ㆍ애마가 바라본 영웅 김유신
막은 내렸는데ㆍ시점의 다양성과 실험정신
탈ㆍ농민의 생명력이 도시인 속으로
숫자풀이ㆍ4·19와 자의식의 환멸
나의 죽부인전ㆍ농민과 노동자의 땀을 위하여
작품세계로 본 황순원 연보
황순원 기본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