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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홍은전 저 | 온다프레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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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6329136 / 328쪽 / 422g /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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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고통과 희망의 답신


한 아이가 휠체어에 앉아 나를 향해 다가온다. 서로 지나쳐가는 찰나에 얼핏 본 얼굴이 불그스름하다. 내 옆의 누군가는 섬? 놀란 듯 걸음을 재촉한다. 더는 그 아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나 또한 바쁘게 자리를 옮긴다. 어떻게 그를 바라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화상경험자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권유이다. 그들의 흉터가 불의의 사고로 다쳐서 생긴 것임을, 그들에게는 사고 이전의 자아가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중증화상사고를 겪은 일곱 사람이 사고 당시의 기억, 치료 과정, 그리고 그 뒤의 일상을 돌아본 인터뷰집이다. 세월호참사 등 우리의 정치적·사회적 재난을 기록해온 작가 다섯 명이 근 10개월간 병원과 집, 거리에서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짧게는 수십 일간 길게는 일 년이 넘도록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그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꿈을 꾸었다. 그들이 깨어났을 때 그들 앞에 놓인 건 이전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한 인간의 상처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화염 화상 95%, 안면 화상, 자살 시도, 왼팔 절단, 아들 사망.” 이 책의 작가들이 화상경험자들을 인터뷰하기 전에 전달받은 각자 신상정보의 일부다.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이 이 한 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매년 사고 난 날짜가 되면 제가 좀 심하게 아파요.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처음에는 인식을 못 했어요. 사고 나고 2년 정도 지나고 3년째인가, 아, 아프네, 하면서 달력을 보니까 그 날짜인 거예요. 아… 내가 해마다 이 날짜가 되면 아프네, 그걸 느낀 거죠. 제가 그때 다친 건 아닌데도, 그게 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전나영의 어머니 송순희, 15면)

지금은 중학생이 된 전나영 씨가 화상을 겪은 건 5년 전의 일이다. 그가 여덟 살 때, 방 안의 촛불이 쓰러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얇은 레이스 원피스에 불이 붙어 온몸으로 번졌다. 아파트 복도에서 불에 탄 아이의 모습을 마주한 엄마 송순희 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그뒤 5년간의 치료와 재활을 거쳤지만, 지금도 매년 그 사고일이 다가오면 엄마는 이처럼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물로 씻어내는 치료가 있어요. 샤워기로 물을 뿌리는데 그 치료 선생님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어요. 저승사자라고 불렀어요. 정육점 앞치마 같은 복장을 차려 입고 장화를 신고 와요. 그분들이 오면 ‘아,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싶죠. 침대째로 치료실 앞에 누워서 대기하는데, 앞 사람이 길어져서 오래 기다리게 되면 그게 그렇게 힘들고 무서웠어요.”(정인숙, 65면)

화상경험자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들이 받은 치료가 대단히 고통스러웠다는 사실이다. 86퍼센트 화염화상을 입고 스무 번이 넘는 수술을 치르면서 ”그렇게 심한 환자가 죽지 않은 경우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며 강인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정인숙 씨에게도 치료는 매번 고통이었다. 자연스럽게 우울증이 찾아왔고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뛰어내리려고 병원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왼팔이 없으니까 난간을 못 넘어가겠는 거예요. 팔이 있어야 짚고 넘어가는데.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포기했어요. 그런데 마음은…“ (송영훈, 118면)
“그때 병실이 8층이었어요. 하루는 저도 너무 지치고, 아이도 지치고… 얘랑 매일같이 싸움해야 하니까… 그래서 저도 너무 힘들어서… ‘너랑 나랑 죽자 그냥. 이렇게 힘든 시간들을 견디느니 지금 여기서 너랑 나랑 죽자.’ 그러고는 창문을 열었어요, 제가.”(송순희, 24면)

화상경험자들이 모자를 벗고 거리로 나설 수 있었던 까닭

이 화상경험자들은 그들 곁의 또다른 화상경험자들을 만나면서야 비로소 스스로의 상처를 들여다볼 줄 아는 눈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얻은 것은 피부 상처의 회복이었고 관계의 복구였으며, 마지막으로 과연 되돌릴 수 있을까 믿지 않았던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에 대한 복원이었다.

“곳곳에 지지자들이 생기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요. ‘이 사람에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성장한 내 모습을 보고 나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할까?’ 그때가 되면 ‘여러분 덕분에 힘을 얻어 이 자리까지 왔어요’라고 이야기해줄 거예요.”(김은채, 175~76면)
“어느 순간엔가 ‘이 세상에 내가 어떻게든 필요하니까 죽이지 않고 살아남게 만들어놨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가 타인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조금이나마 동감하게 되더라고요.”(엄문희, 229~30면)

화상사고는 사고 당사자의 외모를 온전히 복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사고와 큰 차이가 있다.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게” 된 이 상황을 그들은 어떻게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었을까. 화상이라는 경험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리하여 “무엇이 나를 나이게끔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가”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곱 명의 화상경험자들은 그 질문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기로 했다. 수많은 시선이 있는 거리에서 자신의 모자를 벗어버리기로 했다.

“제가 저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그래, 나는 나다. 그러니 당신이 바뀌어라. 나를 예전의 나로 봐달라’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려면 우선 저부터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잖아요. (…)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화상경험자를 화상경험자가 아닌 그 사람 자체로 바라봐주는 거예요. 화상경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야만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다고 봐요.”(최려나, 310~16면)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지 몰라도, 당신은 다른 사람하고 다를 거 하나도 없어. 이쁘게 봐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거야. 있는 그 모습.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봐줘야 해.”(정범식의 아내 길영미, 268면)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을 알려주는 책

작가들이 화상경험자들을 만나게 된 건 2018년 초 한림화상재단의 제안 때문이었다. 작가들은 그 제안을 듣고 “꼭 필요한 기록 같아서” 곧바로 수락하긴 했지만 본인들이 화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재단에 요청하여 화상에 대해 교육을 받기로 한다. 그들은 화상경험자의 현재 모습 특히 사회적 지원시스템에 대해 듣게 될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마주한 것은 중증화상환자의 수술 장면이었다.

“수술대 위엔 손톱만 한 살점과 핏덩어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정육점처럼요. 우리는 우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어떤 사람, 어떤 고통을 상상하면서 갔는데 수술 영상 속엔 ‘사람’도 없고 ‘고통’도 없는 것 같았어요.”(「작가의 말」, 318면)

작가들이 마주한 ‘고통 없는 상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대개의 방식을 일깨워준다. 그 어떤 끔찍한 사고라도 우리가 그 비극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관전하기에 그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하여 작가들은 화상경험자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기로 했다. 일곱 명의 인생 전체를 듣고자 했고 이로써 우리는 화상경험자 각각의 외상뿐 아니라 그 깊은 내상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그 고통을 더욱 실감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들이 한때 잃어버렸지만 다시 복원해낸 자신의 본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어느새 이 책이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라는 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재난을 거쳐 수십 일간 무의식 속에서 고군분투한 이의 표류기, 또 달리 보면 우리 사회의 의료복지 시스템의 맹점을 고발하는 르포르타주이기도 하다. 그뿐 아니라, 화재는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며, 그 사고의 전개과정과 치료의 전반을 소개해주는 소중한 안내자료이기도 하다.
여기서 만약, 인터뷰의 주인공들이 사고 뒤에 문을 걸어 잠갔다면 그들 화상경험자의 이야기는 그때 끝나버렸을 수도 있다. 일곱 명의 주인공이 겪은 과거를 송두리째 지워버린 그 결정적 사건들은 이제껏 언어로 묘사된 적이 없다.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얼굴을 대중 앞에 드러낸 적도 없다. 하지만 이들의 용기있는 고백과 등장은 화상경험자들의 일생을 우리 사회 앞에 당당히 내놓았다. 그리하여 이 책은 ‘작은 역사’다.

저자 소개

  • 저자 : 홍은전
지은이 : 송효정
사회적 약자의 죽음을 무력하게 바라보는 것이 슬프다. 기록하며 자취를 남기고 싶다. 『그래 엄마야』를 기획했다.  

지은이 : 박희정
어떤 선택은 갈림길이 아니라 막다른 길에서 만들어진다. 존재를 걸고 세상을 부수고자 하는 이들의 말 속에 잠길 때에 즐거움을 느낀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숫자가 된 사람들』 『그래 엄마야』를 함께 썼다.  

지은이 : 유해정
고통을 둘러싼 사회·정치 행위에 관심이 많다.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밀양을 살다』 『재난을 묻다』 등을 함께 만들었다.  

지은이 : 홍세미
함께 기억해야 할 현장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을 한다. 그러니 조선의 기록인 조선왕조실록 세미나와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내가 기록한 목소리들도 이야기로 잘 살아남아 실록처럼 오래 전해지면 좋겠다. 함께한 책으로 삼풍백화점 참사 기록집 『1995년 서울, 삼풍』, 셰어하우스 생활기를 담은 『유쾌한 셰어하우스』가 있다.  

지은이 : 홍은전
스물셋, 방황하던 대학 4학년 시절 노들야학을 처음 만났다. 매일매일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그 진폭을 에너지 삼아 교육을 하고 투쟁을 하는 노들야학에 홀딱 반해버렸다. 취미도 특기도 노들야학으로, ‘노들에 최적화된 인간형’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내가 노들인지 노들이 나인지 헷갈려서 어디까지가 노들이고 어디부터가 나인지 구분하기 위해 노들야학 20년사 쓰기를 시작했다. 노들과 함께 서른여덟이 되었다. 함께 쓴 책으로 <금요일엔 돌아오렴> <숫자가 된 사람들> 등이 있다.  

목차

추천의 말 이지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전나영의 어머니 송순희 씨 이야기 박희정

나는 그때 다시 태어났어요
정인숙 씨 이야기 홍은전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
송영훈 씨 이야기 송효정

세상 일은 나의 일
김은채 씨 이야기 홍세미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더라도
엄문희 씨 이야기 송효정

당신, 괜찮아
정범식 씨 이야기 박희정

아주 작은 사랑이어도 좋다
최려나 씨 이야기 유해정

작가의 말 홍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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