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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9923845 /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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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세상이 끝장났을 때 우리는 식어 빠진 감자튀김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_7쪽 사람들은 모두 종이 인형처럼 납작해졌다. 그 상태로 비닐봉지처럼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뒹굴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날거나 퍼덕거렸다. 누군가 아무렇게나 그려 오려낸 그림이 되었다.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그림. 우리 둘만 삼차원으로 남았다 _18~19쪽 대본에도 없던 엑스트라가 주인공의 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어선 안 되니까 저토록 많은 스태프들이 대응을 위해 모여든 것이겠지. 나는 내 소설 속의 인물들을 생각했다. 플롯을 딱히 정하고 쓰지 않았으므로 가끔은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와 신나게 떠들며 돌아다닐 때가 있었다. 그러면 편집자는 나에게 말했다. 그런 인물은 도구로 사용한 다음 제거해야죠. 인물을 버릴 줄도 아셔야 해요. _86쪽 저는 실패의 경우를 길게, 또 나쁘지 않은 것으로 말해줄 방법을 아는 어른이 필요했다고요. 세상 모든 인생이 성공으로 끝맺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만약 그랬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게. 실패했다고 스스로 여기는 인생이 훨씬 많겠죠. 그런데 그렇다면, 잘 실패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가르쳐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실패는 그냥 실패예요? 실패에는 빛깔이 없어요? 무늬도 없어요? 충분히 다채로운 방식으로 실패할 수 있잖아요. 왜 그건 다 무시해요? _94쪽 제가 약속 하나 할게요. 언젠간 꼭 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쓸게요. 저는 성공하는 법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죄송하지만, 실패하는 이야기를.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눈물도 후회도 없이 웃으면서 찬란히 실패하는 이야길 쓸게요.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에 쓸게요. 물론 저는 제가 잘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지금껏 늘어놓은 궤변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진 않기 때문이에요. _96쪽 그러자 남자는 대답했다. “이름이 있던 기억이 없어요.” 나는 그 답을 듣고는 호은에게 윽박질렀다. 야, 너는 사람이 나오는 이야길 쓰면서 이름 하나를 안 지 어줘? 너는 저 인물에게 책임질 생각이 있긴 해? 이름도 없는 삶이 얼마나 거지 같았으면 거기서 걸어 나왔겠냐고, 어? 애정 안 가져? _119쪽 세상엔 진짜 다양한 사랑이 있죠. 아주 끔찍한 사랑도 세상에는 있어요. _155쪽 그렇지. 호은은 민이 자신을 사랑하는 버전의 이야기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혹은 않았다. 어차피 허구에 불과한 민의 삶을, 그 완결성을 위해서. _186~187쪽 나는 창조자인 나의 부재를 마지막으로 선물하기로 했다. 빛이 알려주는 방향을 버린 채. 그것은 모든 것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실패이기도 했다. _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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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 진술_2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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