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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비사물 현상학적 소묘

빌렘 플루서 저 | 김태희,김태한 역 | 필로소픽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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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832958 / 252쪽 133 x 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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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사물을 낯설게 응시하기, 실패하기, 숨겨진 조건들이 드러나기 이 책에서 플루서는 ‘비사물’에 관한 두 편의 에세이(〈비사물 Ⅰ〉, 〈비사물Ⅱ〉)를 제외하고는 열네 편의 에세이를 모두 평범하고 단순하고 고전적인 사물들로부터 출발하여 쓴다. 서두의 첫 에세이 〈내 주위의 사물들〉에서 플루서는 자신이 그 사물들을 ‘홀대할 만하다’고 생각함을 고백한다. 그러나 플루서는 바로 그 ‘홀대할 만한 사물들’, 바로 거기서 그 사물이 지닌 철학적 의미를 길어낸다. 이를테면 ‘벽’(〈벽〉)은 ‘나’와 세계를 분리함으로써 나 대 세계라는 양가적 선택지를 만드는 사물이다. 그리고 거기 달린 문이나 창문은 “이 실존적 딜레마의 해법은 아니”다. 문이나 창문을 여닫기를 결심하는 것은 인간 주체이므로, 인간은 결국 어떻게든 벽 안 혹은 밖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조건, 윤리적 양가성의 조건 아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들 인간의 존재 조건이, 플루서의 관조가 사물들에게 비추는 빛 언저리에서 함께 드러난다. 또 이를테면 〈체스〉라는 에세이에서, 플루서는 사물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그것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망각한 채 사물을 응시할 것을 독자들에게 주문하고 또 스스로 시도한다. 그 응시를 시도할수록 발견하게 되는 것은 시도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알고 있었지만 잊었던 것을 재발견’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플루서는 이에 대해 이렇게 결론짓는다. 결국 사물을 응시하기란 “나보다 먼저 저 사물을” 발견한 수천의 타자들의 목소리로 사물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을 듣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의 존재 조건은 이토록 타자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사실은 침대라는 사물에서의 활동에 빗대어 일종의 인생론을 논하는 〈침대〉의 제6절 ‘사랑’에서도 다시 한번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사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세대의 사람이든, 비사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세대의 사람이든, 인간이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도 또한 알 수 있다. 인식 혹은 존재에 있어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에 대한 사유는 플라톤 이래 칸트를 거쳐 모든 철학의 화두였고, 플루서의 사유 또한 그 선상에 있다. 플루서는 일종의 문학적인 플라톤 혹은 유쾌한 칸트인 양, 현상학적 시선에서 사물들을 관조함과 동시에 반(反)-형이상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인간의 존재조건을 밝혀낸다. 사물이 밀려나고 비사물이 밀려온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스마트폰, SNS, “로봇” 가전이나 AI 채팅 프로그램 등,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물들은 사실 본질적으로는 사물 아닌 것들이다. 그것들의 존재론을 규정하는 것은 그것들의 사물성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내장된 형체 없고 부드러운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평상시뿐 아니다. 비일상적 여가를 즐길 때도 우리는 좀처럼 비사물의 세계 밖으로 나가지지 않는다. 현대미술의 전시는 많은 부분 실물 조형이 아니라 홀로그램 이미지나 영상, 사운드 등으로 이루어진 미디어아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2020년대의 우리는 이제 완연한 ‘비사물’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존재론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지금으로부터 30년가량 전에 이 사실이 인간의 존재론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통찰력 있게 고찰한 철학자가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다시금 번역 및 주목의 움직임이 재개되기 시작한 매체철학자 빌렘 플루서다. 그가 관심을 쏟는 영역은 물론 디지털 미디어가 지배적이 된다는, 미디어의 변화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변화가 인간의 조건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전자기기들 탓에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비사물적인 미래의 사회는, 프로그래밍하면서 프로그래밍되는 사람들의 사회”, “프로그래밍된 전체주의”라고 한다. 사실 스스로를 ‘사물들’과 함께 소멸할 세대의 일원으로 여기는 듯한 플루서의 어조에서 이에 대한 그의 전망이 자못 우울함을 유추할 수 있지만, 그것이 책 전반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그의 여러 에세이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는 결국 모든 시야는 “주체가 선 입지의 문제”임을 거듭 강조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물 혹은 비사물들을 어느 관점에서 보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이 책을 대하는 우리, 비사물들의 세계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어느 입지에 서서 어느 관점을 취할 것인가? 플루서는 어떤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사물을, 혹은 비사물들을 보는 새로운 시야를 가만히 열어줄 뿐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우리의 존재 조건이 이전의 것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그러나 인간 실존의 “근본 정조”는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물과 비사물: 현상학적 소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조건들을 성찰하고 자신에게 익숙했던 관점을 떠나 여러 입지에 서보면서 자신의 일상을 이루는 세계를 “낯설게 보기” 할 수 있는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빌렘 플루서
저자 : 빌렘 플루서 (Vilem Flusser)
1920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플루서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브라질로 건너가 독학하고, 상파울로 대학교 커뮤니케이션철학 담당교수가 된다. 1972년 브라질 군사정권 탄압으로 유럽으로 망명한 이후 마르세유와 악셀 프로방스 등 프랑스와 독일 주요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에 의한 인간문화의 패러다임 교체를 필생의 연구과제로 삼았다. 1991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프라하 유태인 묘지에 카프카와 나란히 묻혀 있는 그는, 사후 뉴미디어 연구자들 사이에서 맥루한과 더불어 대표적인 디지털 사상가로 추앙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 『기술적 영상들의 우주 속으로』, 『영상들의 혁명』, 『미디어 문화』, 『탈역사』 등이 있다.

역자 : 김태희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본대학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학교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인공지능의 몸: 현상학적 고찰」, 「지각의 비대칭성: 인지과학과 선행적재 현상학에 의거하여」, 「동물의 인격: 시간성에 기초한 후설의 동물존재론 해석」 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시간에 대한 현상학적 성찰』, 『모빌리티 사유의 전개』(공저), 『모빌리티 시대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역서로 『사물과 공간』, 『모빌리티와 인문학』(공역), 『에드문트 후설의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공역), 『소외와 가속』 등이 있다

역자 : 김태한
한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독일로 건너가 자를란트대학교에서 정보학을 전공했으며, 귀국 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경복대학교 한국어 강사로 재직하면서, 영어와 독일어를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헤겔의 세계》(근간),《조지 오웰 진실에 대하여》, 《모빌리티》, 《자르토리스 부인의 사랑》, 《논술세대를 위한 정치이야기》, 《일상고통 걷어차기》 등이 있다.

목차

내 주위의 사물들
병
벽
가로등
정원
체스
막대
비사물Ⅰ
비사물Ⅱ
침대
양탄자
나의 지도첩
지레
바퀴
항아리
국자와 국

발문. 몸짓, 사물, 기계 그리고 투영에 대하여 _ 플로리안 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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