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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41322 / 174쪽 128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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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그가 그리는 사랑의 관계 혹은 성적인 관계에는 단독성이나 고유성이 없고, 단단한 결속이나 동거를 위한 끈질긴 협상이 없다. 이자켓의 시를 관류하는 정서가 있다면, 이러한 관계의 불안정함과 찰나성, 어긋남에서 비롯되는 어떤 동시대적 외로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관계의 변화, 대립, 이별, 갈등 해소 같은 서사적 전개가 없다. 교훈이나 주장도 없다. 이자켓의 텍스트는 ‘리버시블’, 즉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옷이다. 어제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던 옷의 안쪽이 오늘은 세상 밖에 드러나 빛을 받을 것이다. _이희우, 해설 「이 자켓 착용 설명서」에서 어딘가로 가는 사람들 그 끝에서 사라지는 연인들 합정까지 걸을까? 추운데 목도리 빌려줄게 너는? 난 추위 잘 안 타 -「복어가요」 부분 이미 객석은 가득 차 있는데 배우는 연기하지 않는다. 이자켓 시의 화자는 모노드라마 주인공처럼 홀로 서 있다. 물이 팔팔 끓고 담배 필터가 끝까지 타 들어가는 동안 그는 멀뚱히 서서 “방어 태세의 복어만큼 부풀어”(「복어가요」)있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말들은 “소파 가죽”이 내는 “맥 빠진 소리”(「축구를 사랑해서」)처럼 기운이 없다. 저 멀리 버려진 배에서도 “맥 빠진 소리가 뿌―”(배 타요) 하고 들려온다. 한 사람이 질문하면, 다른 사람이 대답한다. 분명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임에도 이자켓의 시에서는 다른 사람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더는 서로를 추억하지 않는 연인처럼, 이미 오래전에 헤어진 사람처럼. 그들이 연인이었다는 사실만을 감각할 뿐이다. 이러한 거리감은 시에서 보여주는 관계의 단절이 사적인 영역을 넘어서 동시대의 외로움으로까지 확장된다. 자신이 아닌 이국의 관객에게 머리를 기대는 연인에게 “이젠 가야 해,/영화는 잊고/이제 가야 해요”(「프랑스에서 영화 보기」)라고 읊조리는 화자의 목소리는 쓸쓸하기만 하다. 다시 나타나는 이웃들 거침없이 내성적인 시인 있잖아, 옆 도시엔 도와 시가 없대 2지구부터 4지구까지만 있대 모두 트럭을 타고 다닌대 적재함에는 각 얼음이 깔려 있고 얼음 속에서 빈 병이 흔들린대 막 부딪친대 옆 도시의 교차로에선 세단을 탄대 드라이브를 한대 단독주택이 많고 집마다 사랑이 있대 응…… 거짓말 -「말고라는 고양이」 부분 명동에 있는 호텔 로비에서 명함을 주고받은 “오키나와 아저씨 슈”(「거침없이 내성적인」) “위층 사는 주민 퐁카”(「제일 멋질 오늘」) 당최 겁이라곤 없는 “복서 영감”(「너바나」)까지. 낯선 이웃들의 등장에도 화자의 시선은 덤덤하기만 하다. 이자켓이 그리는 시 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과 멀지 않고 곳곳마다 “집마다 사랑”이 떨고 있다. 화자는 이웃들과 악수를 하고 서로 안부를 묻고 이내 어디로 가는지까지 꼼꼼하게 묻는다. 말투는 까칠하고 행동거지도 다정한 구석이라곤 찾기 어렵지만, 그 속에는 어떤 교훈이나 주장도 없다. 모든 것이 다 괜찮고 “누구의 탓”도 아닌 시 세계에서는 거침없이 상대에게로 다가가 가만가만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자주 가던 이발소에 앉아 “절반만 사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시인에게 이웃들은 “안고 있으면 시원한 늦여름”처럼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기도 한다(「세상의 절반」). 시 속에서도 사랑했던 연인, 우연했던 이웃, 잘 모르는 예보를 뒤로하고 떠나는 시인은 “설명서는 한마디 더 얹지 않”(「시인의 말」)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뒤표지 시인의 글에서 “연결 후, 흔들리도록 느슨하게 풀어두”라고 다시 한번 당부하는 걸 보면 이자켓에게 관계는 결속이 아닌 연결이고 그가 말하는 사랑은 마침내 각자의 세계로 해체되는 게 아닐까. 거침없이 내성적인 그의 세계에 남아 있지 않은 여지가, 그 쓸쓸함에 대해 자꾸만 말을 걸고 싶게 한다. ■ 시인의 말 설명서는 한마디 더 얹지 않고 한마디 없거나 참지 아니하고 2023년 3월 이자켓
시인의 말
축구를 사랑해서
제일 멋질 오늘
프랑스에서 영화 보기
그것이 문제라면
떠나기 전에 묻기
복어 가요
그러고 보니
나를 써요
에차
말고라는 고양이
어느 재규어의 키스
멍청이들
양초를 빚고 빛나게 하지
혹은요
타운 칠링
피우지 말고 태우라
거침없이 내성적인
가쿠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용된장
R insing
노란 날들
고쳐쓰기
아시안 훌리건
더 있어도 돼
회신 바람
와줘
유니버스 진화
당신의 수백 가지 갈색 동물
배 타요
그러다 보니
가는 버스
너바나
카 토크Car Talk
몫
미라빌리스
탓
개별적 놀라움
C/O
세상의 절반
고쳐 쓰기
해설
이 자켓 착용 설명서 · 이희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