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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1509212 / 280쪽 150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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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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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매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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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김경란, 김근아, 김은주, 박경란, 박선영, 박혜란, 정명희
- 16,920
- 28,800
- 16,650
- 19,800
- 시/에세이/기행 > 에세이 > 사진/그림/카툰에세이
출판사 리뷰
“삶을 지탱해 준 것은 거창한 말이나 돈이 아니라,
언제든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는 사소한 사물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상의 사물들이 내 삶에 녹아 철학이 되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었다.”
알록달록 이불과 베개, 찬장과 자개장, 반짇고리와 골무, 알루미늄 밥상과 양은 냄비, 봉제 인형과 오색 구슬…. 1970~80년대를 상징하던 살림살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유년 시절의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문화가 되기도 한다.
그 시절 어느 가정에나 있었을 일상의 사물을 끈기 있게 그리고 있는 작가 이강. 한 세대 이전의 살림살이들에 온기를 불어넣은 그의 작품들은 7080 어린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잔잔한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문화적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K-컬처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문화의 새로운 단면을 보여주는 소중한 콘텐츠이다.
『이강의 호시절』은 K-컬처와 레트로라는, 대중이 열광하는 두 측면 모두에서 주목받는 작가 이강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때론 선머슴 같은 익살스러움으로 때론 한없이 촉촉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서 작가의 그림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그림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지 쉽게 공감하게 된다.
누구나 내면 깊은 곳에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추억. 이강 작가의 그 추억은 어릴 적 마당 넓은 시골집과 더 시골인 할머니 댁이었다. 동생들과 함께 장롱이며 서랍장 위를 누비고 다닐 정도로 씩씩했던 이강도, 오색찬란한 이불, 베개, 반짇고리에 온 정신을 빼앗겨 정신없이 몇 시간씩 바라보며 화가의 싹이 자라나던 이강도 모두 그 시골집 풍경 어딘가에서 살아난다.
고향집 얘기, 엄마 밥상 얘기, 할머니 이불 얘기, 날마다 무언가를 사들이는 아버지 얘기, 마당 곳곳의 나무들 얘기에 이르기까지 어린 이강의 눈으로 바라본 그 시절 생활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몽글몽글 추억이 피어나고 토닥토닥 위로가 찾아온다.
“그림이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때론 위안받을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별것 아닌 그 예술의 목표가 동년배에게는 따뜻한 추억을,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에게는 우리 문화의 힙함을 전달하는 가장 한국적인 작가를 만들어낸 힘이다.
팍팍한 현재를 잠시 잊고 옅은 웃음을 머금게 하는 추억 여행, 그것이면 족하다. 『이강의 호시절』은 그 추억 여행으로 가는 길에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여행 안내자와 같은 책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19p. 유난히 스카프를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옷장은 늘 스카프로 가득했다. 스카프를 드레스처럼 온몸에 칭칭 감고 춤을 추면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운 스카프가 뒤를 따라온다. 스카프 여러 장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꽃밭 가득한 정원에라도 온 나비처럼 이 꽃 저 꽃에 앉아본다. 무지개 이불인 양 덮어도 본다.
30p. 엄마는 대청소를 좋아한다. 한겨울에도 여지없이 모든 창문을 열어젖힌다.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느닷없이 양쪽 창문을 열어젖히면 그것으로 청소 시작이다. 긴 시간 환기하고 나면 콧구멍이 뚫린 듯 상쾌한 기분이 든다. 창문을 닫자마자 우리는 이불을 끌어다 머리까지 처박고 들어가 몸을 녹인다.
70p. 어둡고 요란한 학교 앞 구멍가게에 들어간다. 향기에 끌려 보니 지우개다. 마음먹고 지우개를 사러 오는 날이면 눌러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여간 신중해지는 것이 아니다. 반투명 녹색 지우개를 골라 집으로 돌아와서는 파인애플 지우개가 아른거려 후회한다. 학교 앞 구멍가게 아저씨는 얼마나 좋을까?
126p. 가을이 깊어질 때까지 우리 집 마당은 노란색으로 물들고 악을 쓰던 엄마도 은행잎이 가득한 몇 주간은 “아, 예쁘다. 어쩜 이렇게도 노랗다냐!” 하며 한결 부드러워지고, 아침마다 마당을 쓸던 아빠도 마당 쓸기를 그만두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은행나무 앞에서 한참을 머물다 가곤 한다.
128p. 우리 집 살구는 시장에서 사 오는 그 어떤 과일보다 몇 배는 예쁘고 맛있다. 단풍에 물들 듯 한꺼번에 오렌지 핑크빛이 되면 살구는 눈치 없이 욕심껏 먹어도 표시가 안 날 만큼 많이도 열린다. 살구가 열리는 시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동네 사람들에게 엄마가 한 바가지씩 돌리면 살구나무는 우리 남매보다 더한 칭찬을 듣는다.
150p. 붉은 얼굴에 비틀비틀, 한눈에 봐도 과하게 마신 아빠. 이런 날은 어김없이 양손에 커다란 태극당 빵 봉지가 들려 있다.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 봉지가 터지기 직전이다. 아빠는 술만 취하면 우리 마음을 귀신처럼 아는 것 같다. 엄마는 찌그러진 빵처럼 얼굴을 구겨가며 핀잔을 주고 아빠는 우리 얼굴을 보며 눈을 찡긋찡긋한다.
157p. 뭔지 모를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에 머리통이 훤히 드러나는 빡빡머리. 가슴까지 올라오는 배바지. 오빠의 스타일이 갑자기 바뀌었다. 깡패처럼 보이길 원했다면 성공이지만... 엄마는 오빠를 몰고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나와 여동생, 남동생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옥상으로 도망을 쳤다. 운이 나쁘면 단체로 맞는 수가 있는데 이런 상황이 딱 그렇다.
214p. 화려한 꽃무늬 이불 더미는 할머니가 안 계신 날 최고의 놀이터다. 산처럼 높이 쌓인 이불 꼭대기에 앉아 있으니 성취감 비슷한 전율이 온다. 꽤 높은 곳에 올라온 듯 현기증이 나서 숨고르기를 해야 했다. 들키면 할머니한테 혼난다 해도 올라오길 잘했지, 하마터면 이 좋은 것을 못 하고 살 뻔했다.
223p. 방학이면 두 번씩 손톱에 물들여주는 할머니는 참하게 자는 사람은 봉숭아 물이 진하게 든다며 언제나 잠자리 들기 전 손톱에 봉숭아를 묶어준다.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첫사랑이 이루어졌으면 난 정말 망했을 것이다.
227p. 반딧불을 잡아서 형광등을 켜고 보니 천사나 요정의 모습이 아닌 그냥 작은 딱정벌레다. 이런 볼품없는 벌레가 아름답고 강렬한 빛을 내다니 묘한 감동이 느껴진다. 반딧불은 엄마가 하는 말 중에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이해하게 해줬다.
254p. 화로 위에 줄을 맞춰 올려놓은 가래떡에서 스멀스멀 김이 올라오면 온 방 안에 고스름한 냄새가 가득 찬다. 꿀보다 맛있는 조청이 따스한 가래떡에 돌돌 말려 입속으로 들어가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쫀득거리는 가래떡에 돌돌 말린 조청은 할머니 댁에서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겨울 간식이다.
264p. 술 좋아하는 할머니의 술 담그는 재주는 동네에서도 알아준다. 술이 완성되는 날이면 아줌마들은 칼국수를 만들고, 소심쟁이 동네 할아버지가 이상한 몸짓으로 춤을 추고, 혓바닥이 꼬인 아저씨 둘이 맞붙는다. 할머니의 동동주는 마당 한가득 모인 사람들을 웃고 떠들고 울고불고 난리치게 만드는 요술 물약이다.
269p. 봄 향기 가득한 진달래술은 할머니의 주특기다. “할머니, 진달래술은 무슨 색이야?” “봄을 닮은 진달래색이지.” 진달래가 피는 계절은 하루 종일 핑크색이 할머니 손에서 떠나질 않는다. 정말이지 할머니는 낭만을 안다.
272p. 할머니의 열무김치찌개는 젓가락이 가다가 되돌아올 것같이 맛대가리는 없어 보이지만 냄새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일 만큼 군침 돌게 한다. 이리저리 뒤적거려 봐도 돼지고기나 멸치 대가리 한쪽이 없는데도 끝장나게 맛있는 열무김치찌개는 저녁 시간을 알리는 할머니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들어가는 글 5
이야기 하나 | 엄마는 어릴 적 나를 소환하는 타임머신
엄마의 스카프는 꽃이 된다 18
박공예가 김 여사 22
엄마의 패션 28
엄마의 대청소는 상쾌해! 31
엄마는 독하다 35
시화 〈부엌〉 38
이야기 둘 | 지금도 침이 고이는 엄마표 밥상
김밥 42
딸기잼 46
수박미숫가루 50
달걀말이 54
시화 〈밥상〉 56
도넛 58
닭발 61
동치미 63
이야기 셋 | 나의 살던 고향은... 성정동 150-12
학교 앞 구멍가게 70
개 그리고 고양이 74
노래기 84
사마귀와 돈벌레 88
지하실 92
스케이트 95
스카이콩콩 98
오빠의 토끼 100
뽑기 105
솜틀 공장 108
시화 〈연탄 가게〉 112
이야기 넷 | 우리 집 나무들
앵두나무 116
은행나무 118
엄나무 120
시화 〈옥수수〉 123
살구나무 124
목련 126
모과나무 129
향나무 132
시화 〈신문지 연〉 136
이야기 다섯 | 내 삶을 채워준 사람들
아빠의 사들이는 병 140
아빠의 버리는 병 143
아빠와 태극당 고로케 146
아빠와 전기구이 통닭 148
오빠 150
언니 153
시화 〈고무줄놀이〉 158
여동생 160
남동생 164
할아버지와 등목 170
할머니의 회색 눈 173
시화 〈베개〉 178
할아버지 세수 180
할아버지의 호떡 183
엄마와 아빠, 그들만의 방식 185
이야기 여섯 | 그립고 그리운 오곡리 할머니 댁
할머니 댁 가는 길 192
시화 〈동네〉 200
손바닥 유리창 202
할머니 방 206
건넌방 209
이불 213
한여름 밤 216
소여물 219
봉숭아 물 221
시화 〈구판장〉 223
반딧불 224
뒷마당 227
빨래터 가는 길 232
시화 〈고무신〉 235
올갱이 236
시화 〈할머니〉 240
그물질 242
개구리 낚시 246
개울가 목욕 248
이야기 일곱 | 언제나 생각나는 할머니표 먹거리
가래떡 254
고욤 256
굴뚝새 258
시화 〈옥춘〉 261
막걸리 262
동동주 264
진달래술 268
시화 〈진달래〉 270
열무김치찌개 272
고추장김치부침개 274
강낭콩밥 2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