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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는다 화가 윤지원의 기억과 장소

윤지원 저 | 휴먼큐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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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5383343 / 228쪽 125 x 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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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윤지원의 글로 쓴 그림이다. 당신의 유년과 고독한 작가의 생을 만나게 될 것이다.” _김홍희(사진가) 저자는 바다와 고향, 거리와 낯선 도시, 그리고 카페처럼 일상적인 장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포착해 글로 옮기고 색채로 표현한다. 그 시선을 좇다 보면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던 부산 바닷가에 도착한다. 저자는 홀로 마루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스르르 잠들었다 깨어 노을을 맞이하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는 외로움은 타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수동적인 것, 고독은 스스로 결정하는 적극적인 것이라며 자신은 고독 예찬론자라고 말한다. 예술이 내면의 풍경에 대한 서술이라면 저자의 내면에는 늘 고독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글과 그림은 저자 개인의 내면 풍경을 보여주면서도 우리 내면의 풍경에 있는 쓸쓸함까지 자극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이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만남과 인연이 더더욱 반갑게 느껴지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기도 한다.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는다』는 고향과 타향을 아우르며 여러 장소에 남은 저자의 기억과 인연, 개인적인 감상을 엮은 책이지만 우리 모두의 향수와 고독, 만남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고독을 느꼈던 순간, 유년 시절 겪었던 상실이나 외로움, 뜻밖의 만남 같은 기억을 상기시킨다. “윤지원의 작품은 일종의 시간 여행이다.” _윤진섭(미술평론가) 저자에게 로마는 아이들과 함께 유학을 시작한 곳이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밀라노에는 한여름 밤 베르디의 마당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오케스트라 연주의 추억이 남았다. 그리스 이타카의 작은 서점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소설 『노인과 바다』의 초판본을 우연히 만나기도 했고, 경남 창녕에서는 여행 계획이 어긋나 주변을 헤매다가 마주한 탑이 국보 제34호의 유적임을 알게 되어 뜻밖의 탑돌이를 하기도 했다. 독자들은 저자의 추억을 매개로 낯선 곳에 처음 자리 잡았을 때로 돌아가 두려움과 설렘, 여름날의 추억, 그리고 기대하지 않은 순간 맞닥뜨린 우연한 만남을 떠올린다. 저자에게 부산 바닷가는 그림에 드러나는 쓸쓸함의 근원이자 유년 시절의 향수를 가져오는 고향이지만, 변해버린 풍경이 타향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물리적 땅은 고향이면서 타향이 될 수 있다. 고향은 물리적 장소가 아닌 기억의 장소다. 저자는 장소에 남은 기억을, 기억에 남은 장소를 탐구한다. 누구나,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낮은 채도와 낯선 구도가 기시감을 준다.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는다』에 담긴 저자의 기억을 보며 독자는 비슷한 장소에 남은 우리의 기억을 떠올리고, 기시감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보게 된다. 기시감의 시선이 안내하는 목적지는 ‘현재’다. 이 책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우리가 현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고향과 타향을 오가는 저자의 기억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고향과 타향을 떠올리고, 지금을 만들어 준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현재로 도달할 수 있다. 화가 윤지원이 담백하게 풀어내는 짤막한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 책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는다』는 마치 전시회에서 직접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새로운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책 속에서 p. 20~21, 텅 빈 마당 위로 빛이 쏟아졌다, 부산 송도 中 텅 빈 마당 위로 빛이 쏟아질 때 외롭다는 것을 나는 일찍 알았다. 빛과 그림자는 담벼락에 묘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잠은 달아나고 대청마루 끝에 가만히 앉아서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봤다. 다시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는 긴 오후의 끝에 붉게 지는 해를 마주하기도 한다. 지는 해는 장엄하다. 내 그림은 바다와 태양과 그림자와 빈집의 고독 사이에서 태어났다. 뒤라스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스탕달이 옳아요. 유년 시절은 끝이 없어요. p. 29, 누구에게도 낭비는 없었다, 베르디 국립음악원 中 이제 음악을 하는 아이는 없다. 친구들은 그렇게 가르쳤는데 끝까지 하는 아이가 없으니 아깝다고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음악을 통해서 창의적이고 인내하고 다른 것을 이해하는 능력을 얻었다면 큰 행운이다. 지금 연주자로 있지 않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그 시간은 결코 헛되이 낭비되지 않았다. 음악을 이해하고 가까이에서 접하는 삶은 또 다른 행복이다. 음악이 아니라도 인간이 경험한 어떤 것에도 낭비는 없다. p. 40~41, 신사와 예술의 거리, 비아 브레라 中 멈춰 서서 걸려 있는 그림을 보다가 다시 걷는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버스나 전차를 탈 경우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목적지까지 걸어간다. 걷다 보면 오래된 도시가 전하는 매력이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천천히 또박또박 느리게 카도르나역까지 걸어갔다. 이제 겨울이 시작된다. p. 206, 『노인과 바다』 초판본, 이타카 中 두근두근 개봉박두. 표지를 넘기니까 ‘노인과 바다 1952’라고 쓰여 있다. 아뿔싸 이럴 수가, 믿어지지 않았다. 1952년 『노인과 바다』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해에 나온 명실상부한 초판본이다. 카드로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보니 세금 포함해서 이십칠 달러다. 주옥같이 귀한 삼십 분. 식당에 빈자리가 있었다면 내게 이런 행운은 오지 않았을 텐데 빈자리가 없어서 주어진 삼십 분이 행운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저자 소개

  • 저자 : 윤지원
저자 : 윤지원
부산에서 태어나 바다를 보면서 자랐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다녔고 의상디자이너로 일했다. 늦은 나이에 아들, 딸들과 함께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IED(Istituto Europeo di Desig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고,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미술대학에서 회화과 학부, 석사를 졸업했다. 걷기와 존 버거를 좋아하고, 낯선 곳 여행하기를 즐긴다. 기차역과 쳇 베이커도 좋아한다. 밀라노, 뉴욕, 서울에서 24번의 개인전을 했고 국내외 다수의 단체전과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목차

1. 미모사 꽃다발을 갖다주면서, 로마 9
2. 텅 빈 마당 위로 빛이 쏟아졌다, 송도 20
3. 누구에게도 낭비는 없었다, 베르디 국립음악원 26
4. 침묵의 들판을 바라본다, 아시시 32
5. 신사와 예술의 거리, 비아 브레라 36
6. 모든 땅은 고향이자 타향이다, 해운대 42
7. 어른이란 외로운 사람이다, 미케 해변 48
8. 마크 로스코의 하늘, 평대리 52
9. 삼표 연탄 공장에서 줄을 서다, 수색역 57
10. 장소는 고유의 색상을 가지고 있다, 이타카 65
11. 베아트리체의 초상, 치비타베키아 서쪽 바다 72
12. 국보 34호 탑돌이, 창녕 78
13. 어디에나 호퍼였다, CTB 카페 83
14. 비가 불러온 가죽 냄새, 두오모 광장 89
15. 잘 가, 나를 떠나는 친구 93
16. 이발소 그림, 춘천 38쉼터 95
17. 이브 클랭의 블루, 하도리의 밤 100
18. 북방의 아테네, 에든버러의 밤 106
19. 보라색에 대한 단상, 암스테르담 112
20.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서 건너다 115
21. 엄마 작품인 줄 알았어요, 밀라노 119
22. 붉은 벽에 싸인 침묵의 장소, 서소문 성지 123
23. 은하수의 빛으로 병기를 씻다, 통영 128
24. 머리를 높게 묶은 아가씨, 오타루 132
25. 진정한 이해의 부족으로 위대한 꿈을 잃다 140
26. 기억의 예술, 베를린 노이에 바헤 145
27. 엄마의 꿈은 자식의 성공이다, 프랑스 미니 이층집 148
28. 장소가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할 때가 좋다, 함 153
29. 바랜 듯한 올리브그린, 에노시마 163
30. 호숫가 그 자리, 취리히 169
31. 전쟁을 감당해준 백성, 순천 왜성 174
32. 알빈 슈미트 신부, 제천 의림동 성당 178
33. 이별의 피우미치노 공항 183
34. 봉하 마을의 가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87
35.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워싱턴 DC 193
36. 샤갈 미술관을 가다, 니스 197
37. 『노인과 바다』 초판본, 이타카 204
38. 이화령 고개를 넘다 209
39. 우붓의 아침, 발리 215
작가 후기 222
이 책에 실린 작품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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