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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저 | 창비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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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6457129 / 216쪽 122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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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시원쌉쌀한 풀잎 향이 퍼져 나갔다 그날의 기억이 지금의 나에게로 끼쳐 왔다 시안은 매일 페퍼민트 차를 우린다. 몇 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엄마를 위해서다. 6년 전 시안의 가족이 전염병 ‘프록시모’에 감염된 뒤, 엄마는 회복되지 못하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 나아질 가망이 보이지 않는 엄마를 포기할 수 없는 마음과 간병 생활의 괴로움, 문득 지겹다는 생각을 하고 만 뒤 몰려오는 죄책감까지, 시안을 괴롭히는 감정은 다양하다. 어린 시절 가족과 다름없이 지내던 사이였지만 병을 옮기고 잠적하여 사라진 해원을 다시 만났을 때, 시안의 감정은 어떠할까? 스스로도 분명히 말할 수 없는 소용돌이를 품은 채 엄마도 건강히 회복되었다고 거짓말을 하며 해원을 만나면서, 시안은 ‘열두 살로 돌아간 것처럼’ 웃고 애틋해지다가도 해원의 입시나 남자 친구 고민을 듣고 있을 때면 같아질 수 없는 두 사람의 상황을 자각하고 만다. “내가 깜빡 존 사이에 엄마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쏟아지는 잠을 쫓는 마음을 넌 모르겠지. 해원의 빡빡한 일정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기 시작한 후로 나는 내가 세상에서 얼마나 낙오되어 있는지 실감했다. 보통 사람들의 진도를 죽을 때까지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 미래에 실망하게 되었다.” 본문 59면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듯 보이는 해원에게도 깊은 불안이 있다. 농담으로 던진 ‘병을 옮긴다’는 말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지원’이라는 흔한 이름으로 개명까지 했지만 자신의 과거를 사람들이 알까 봐 늘 조마조마하다. 자신의 과거를 모두 아는 시안이 나타났을 때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있는 듯 보였던 해원의 세계가 다시 요동친다. 작가는 이처럼 위태로운 관계에 놓인 시안과 해원의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원망과 거짓, 죄책감과 불안이 마주치며 만들어 내는 팽팽한 긴장을 포착하는 묘사가 돋보이며, 각기 다른 입장에 처한 두 사람이지만 독자로 하여금 고르게 몰입하여 곁에 머물게 만든다. 내일을 살아낼 우리를 위해 밝은 자리로 이끄는 용서와 화해 시안의 페퍼민트 차는 엄마를 위한 돌봄의 차이기도 하지만 지친 시안에게 “여유와 평화”(154면)를 주는 차이기도 하다. “20대의 이시안과 30대의 이시안, 40대의 이시안이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소변 통을 비우는 모습을 내가 상상하고”(170면) 마는 숨 막히는 현실이지만, 작가는 엄마의 간병인 최선희 선생님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그리고 돌봄이란 모두가 지나야 할 시기임을 받아들이고 미리 상상해 보기를 주문한다.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 본문 155면 시안은 그런 미래를 상상해 보고, 최선희 선생님과 함께 두려움과 슬픔을 나누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라는 시안의 말은 그래서 더욱 아프고 간절하다. 있을 것 같지 않던, 준비할 수 없었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멈춰 있던 시안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처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나누었던 사랑을 기억하며 지금을 살아 내는 일. 이를 통해 상상할 수 없던 다음을 찾아내는 일. 시안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성장을 의미하며, 매일을 살아 내는 우리 모두의 성장과도 다르지 않다. 햇볕 속으로 나아가는 시안의 발걸음을 살피는 작가의 시선은 미덥고 다정하다. 한국문학의 젊은 미래 백온유 작가가 선보이는 또 하나의 성장 소설에는 많은 돌봄이 등장한다. 아이를 돌보고 강아지를 돌보고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엄마를 돌본다. 그리고 이는 누군가의 삶을 유지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으로 모아진다. 전작 『유원』에서 생존자들이 떠안는 죄의식을 들여다보았던 작가의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 일반적인 일상의 세계가 붕괴되고 나서야 보이는 돌봄의 자리로 향한다. “엄마는 나를 키우는 동안 자신의 삶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을까.”(95면)라며 질문을 던지는 시안의 독백이 엄마의 간병이 지우는 무게와 다르지 않게 서늘하게 들리는 것은 그런 이유다. 공백이 있고 나서야 보이는 돌봄의 중요성은 일상을 떠받치는 것들에 대해 질문해 온 오늘의 한국문학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지점과 닿아 있다. ‘회복과 생존’에 이어 ‘돌봄과 생명’으로 향하며 문제의식을 갱신하고 있는 작가의 감각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문학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작가의 두 번째 발걸음을 뜨겁게 응원하게 되는 수작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백온유
저자 : 백온유
1993년 경북 영덕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장편동화 『정교』로 2017년 제24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 『유원』으로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과 제44회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목차

페퍼민트 007

작가의 말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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