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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저 | 이세진 역 | 민음사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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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27220 / 480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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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승객들을 태운 동일한 비행기가 두 번 착륙했다고요?” 그들은 동전이 앞뒷면이 나오고, 똑바로 설 확률까지 계산했다. 그런데 은하계 어딘가에서 던져진 동전이 허공에 멈춰 버렸다! 2021년 3월, 파리에서 출발해 뉴욕으로 향하는 에어프랑스 여객기가 예고에 없던 난기류를 만나 위기를 겪은 후 무사히 착륙한다. 승객들은 공포로 가득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단 한 사람, 프랑스인 소설가 빅토르 미젤을 제외하고는. 그는 파리로 돌아가 『아노말리』라는 소설의 원고를 탈고한 후 편집자에게 보내고 발코니에서 투신해 죽는다. 그리고 문제의 비행이 있은 지 세 달 뒤인 6월, 동일한 여객기가 동일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나 동일한 기착지를 향해 날아간다. 도플갱어처럼 똑같은 기장과 승무원, 승객들을 싣고서…….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여객기를 뉴저지 공군 기지로 비상 착륙시키고, 극비리에 과학자들을 소집한다. 이로써 9?11 사태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위해 개발한 수많은 프로토콜 중 한 번도 실행되지 않았고 영영 실행될 것 같지 않았던 ‘프로토콜 42’가 발효된다. 성실한 가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이중생활을 하는 청부 살인 업자, 자살 후 명성을 얻은 소설가, 시한부를 선고받고 투병 중인 비행기 기장, 동성애자임을 숨긴 채 활동하는 나이지리아 뮤지션, 석 달이라는 시간 사이에 연인의 아기를 가진 변호사, 사랑의 시효가 임박한 연인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소녀. 석 달이라는 시간 차를 두고 사는 3월 승객과 6월 승객들은 자신의 ‘분신’을 대면하면서 자기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다종다양한 장르와 인물들을 통해 자신과 대면하길 주문하는 ‘미드’의 리듬으로 전개되는 울리포 소설 『아노말리』는 문제의 비행이 있기 전 각 등장인물들의 삶을 그린 1부,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 후 미국 정부가 과학계, 종교계 및 세계 주요 정상들과 대책을 강구하고 미 공군 기지 격납고에 억류된 승객들이 겪은 사흘을 그린 2부, 그리고 결정적 분기를 지나고 변한 주인공들의 삶과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사회상을 그린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의 제목을 이루는 ‘하늘처럼 검은’, ‘삶은 한낱 꿈이라고들 하네’, ‘무(無)의 노래’는 울리포 작가 레몽 크노의 시에서 따온 구절들이다. 시공간에 생긴 오류로 똑같은 사람들이 탄 똑같은 비행기가 두 번 착륙한다는 황당한 사건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주제는 결국 ‘자신과의 대면’이다. 거울상도 아닌 제3자인 나를 만나는 것은 과연 어떤 경험일까? 에르베 르 텔리에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 다양한 연령과 인종, 성을 가진 이들이 자신과 대면하길 바랐고, 그 결과 청부 살인 업자와 소설가, 뮤지션, 변호사, 백인과 흑인, 남성과 여성, 그리고 동성애자, 노년에 접어든 장년과 중년, 미성년을 아우르는 다종다양한 인물들이 소설에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작가는 각 인물에 걸맞은 장르를 부여해 이야기를 풀어 나아가는데, 이는 르 텔리에의 정체성이라 할 울리포적 장치이기도 하다. 에르베 르 텔리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시금 시작되는 열 개 이상의 소설로 이루어진 (역시 울리포 작가인) 이탈로 칼비노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와 『아노말리』를 비교해 언급하며, 자신은 장르 소설이 아닌 ‘장르들로 이루어진 소설’을 쓴 것이며, 독자가 『아노말리』를 읽으며 완전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문학적 제약’이라 할 울리포적 장치가 오히려 생동감 있는 리듬을 부여해 『아노말리』는 마치 ‘미드’처럼 읽힌다. 살인 청부 업자 블레이크의 이야기로 문을 여는 소설은 미스터리 장르로 시작되었다가, 전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불려 나가기 전 두 수학자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를 그리는 부분에서는 칙릿으로, 자신의 복제본과 대면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서는 철학 소설로 장르를 탈바꿈한다. 불확실하고 연약한 인간 삶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결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 모든 기억과 경험을 공유한 또 다른 나와 대면하는 장면들은 이 소설의 백미다. 누군가는 자신의 늙음에 연민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이제 자기만의 것이 아니게 된 추한 비밀에 자기 혐오에 빠지고, 또 누군가는 스스로 부인했던 정체성을 기꺼이 껴안을 정도로 또 다른 자신을 받아들인다. 석 달이라는 시간 동안 운명이 완전히 뒤바뀐 이들의 이야기는 운명과 죽음에의 순응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소설은 울리포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캘리그램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는 원래의 텍스트를 비밀에 부친 채 각국 번역가들에게 알아서 텍스트를 창조하고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는 모양으로 글자를 지우고 해체한 후 ‘끝’이라는 글자만 남겨 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우리의 삶이란 불확실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또한 연약한 것이라는 『아노말리』의 메시지가 이 마지막 페이지에 담겨 있다. 그리고 번역가 이세진이 창조한 그 문장은 원문과 마찬가지로 비밀로 남을 것이다.

저자 소개

  • 저자 : 에르베 르 텔리에
저자 ; 에르베 르 텔리에
1957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소설, 희곡, 시를 쓰는 작가이자 수학자이며, 기자, 언어학 박사이다. 국제적 실험 문학 집단인 울리포(OuLiPo)의 회원이며, 2019년부터 울리포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20년 여덟 번째 장편소설 『아노말리』로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같은 해 메디치상, 르노도상, 데상브르상 후보에 올랐다. 『아노말리』는 프랑스에서만 11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 45개 국가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그 밖에 『사랑에 대해 실컷 말한』(2009), 『액체로 된 이야기』(2012, 블랙 유머 대상 수상), 『모든 행복한 가족』(2017), 『나와 프랑수아 미테랑』(2016) 등의 작품이 있다.

역자 : 이세진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티에르탕의 베케트』, 『음악의 기쁨』, 『살아 있는 정리』,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1부
하늘처럼 검은(2021년 3월~6월) 9

2부
삶은 한낱 꿈이라고들 하네(2021년 6월 24일~6월 26일) 189

3부
무(無)의 노래(2021년 6월 26일 이후) 305

감사의 글 473
옮긴이의 말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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