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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97689284 / 204쪽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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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정말로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권준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노숙자가 된 변호사, 약물 중독에 빠진 할아버지,
PTSD에 시달리는 이민자 청년까지.
사람 도서관 사서가 안내하는 새로운 세계
삶은 멀리서 보면 비극으로 점철된 단막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과 비극이 엇갈리는 연속극이다. 책의 1장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을 읽으면 확실히 그렇다. 1장에는 저자가 레지던트 시절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순간에 노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맨해튼의 잘 나가는 변호사(21쪽), 약물 중독인 줄 알았으나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지속적 애도 장애’를 겪는 중이던 할아버지(37쪽), 유일한 혈육을 믿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떠안게 된 청년(50쪽), 잠자리와 먹거리가 필요해 병원 응급실에 찾아든 노숙자와 그의 작은 반려동물(31쪽).
‘노숙자’, ‘약물 중독’, ‘이민자’, ‘정신 질환자’ 같은 간편한 단어에는, 그 단어로 불리는 사람이 무엇에 기쁨을 느끼고 언제 행복한지, 무엇 때문에 아팠으며 왜 힘든지는 소거되어 있다. 1장에서 저자는 그 단어에 미처 담기지 못한 어떤 이들의 삶에 현미경을 비춘다. 그곳에는 중증 조현병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딸 이야기에 울고 웃는 엄마가 있다. 비닐봉지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아내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담아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있다. 길에서 노숙을 하는 처지지만 어떻게든 반려동물을 지켜내려 안간힘을 쓰는 청년이 있다.
사람 도서관 사서인 저자가 안내하는 ‘사람 책’을 들여다본 독자들은, ‘독서’라는 행위가 대개 그러하듯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특정 단어로 퉁 쳐 ‘그럴 것이다’라고 쉽게 넘겨온 말들(예를 들어 노숙자는 게으를 것이다, 중독은 의지의 문제다,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 이민자도 위험하다는 말들)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나태한 일반화였는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공감 능력 제로 사회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이 가능할까?
1장에서 피와 살이 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2장에서는 ‘공감’에 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메이요 클리닉과 벨뷰 병원에서 두 가지 다른 경험을 하며, 공감의 불가능성과 가능성을 맛본다.
우선 백인 환자가 저자를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을 때, 역시 백인이던 지도교수가 묵인한 일을 겪으며 저자는 ‘공감이란 처지가 같은 상황에서만 발휘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 휩싸인다.(79쪽)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 교수가 ‘의사 출신의 알코올중독자’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30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감정이입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92쪽) 공감의 불가능성, 선택적 공감이 주는 무력감을 체감한 것이다.
그렇다면 꼭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아도 상대에게 공감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회의적인 답을 내놓던 저자의 생각을 바꿔준 일이 뒤이어 등장한다. 자폐아를 홀로 키우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제이콥의 어머니는 “아이가 환청을 듣는다, 입원시켜 달라”며 정기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그들을 ‘사정은 딱하지만 환청이 없으므로 어서 퇴원시켜야 할 존재’로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아이를 키워봐서 얼마나 힘들지 잘 알지만 “동정심만으로 환자의 입원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 교수는 달랐다. 동성애자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던 그는 처음으로 ‘가족 미팅’을 잡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저는 용기가 부족해 아이를 입양하지 못했고, 그래서 아이가 없지만 어머니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듣고 싶고 배우고 싶다”고. 미팅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제이콥의 어머니는 뉴욕에서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과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냈고, 교수는 가만히 들었다. 마지막에 교수는 “주제넘는 조언을 해도 되겠냐”며 자폐증 부모 모임에 관한 정보지를 건넸고, 외래 진료도 권했다. 그 후 제이콥과 어머니는 더 이상 응급실을 찾지 않았다.(112쪽)
이 일은 저자에게 ‘경험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공감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과 의지, 노력에 의해 발달시킬 수 있는 영역이라고.(127쪽)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내 권리를 침해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열의 사회’를, ‘타인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곧 내 권리를 함께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연결의 사회’로 바꾸는 유일한 길은 ‘공감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공감의 가능성을 일깨우는 이 책을 읽는 일이, 어쩌면 공감 능력 회복을 위한 가장 첫 걸음일 수 있겠다.
낙인은 어떻게 당사자를 습격하는가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는가
3장에서는 낙인의 세 가지 형태를 알아보고(154쪽) 조현병, 조울증, 중독 그리고 자살을 둘러싼 흔한 낙인과 오해가 어떤 모습으로 당사자들을 습격하는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정신과 의사로서 저자는 정신 질환을 향한 낙인과 혐오를 해소하기 위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다. 낙인 완화는 저자가 이 책을 쓴 궁극의 목표다. 낙인이 주는 악영향을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 질환을 향한 낙인은 정신 질환 당사자나 가족이 치료를 받지 않거나 미루도록 한다는 데서 치명적이다.(155쪽)
저자는 ‘뇌의 생물학적 기전’이 정신 질환의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낙인이 많이 완화되었지만, 중독에 관해서만은 여전히 ‘의지’의 문제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며, “중독만큼 뇌의 기전이 잘 밝혀진 정신 질환은 드물다”고 말한다.(162쪽)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라는 선언에서는 결기마저 느껴진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해도 삶이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과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래서 자살을 시도하는 그 순간만은 자살이 ‘선택지’가 아닌 현실의 고통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처럼 느낀다고 말한다.(170쪽)
저자는 묻는다. 선택지가 없다고 느낀 사람에게 ‘선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를. 흔히 자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을 두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자살을 ‘선택’으로 규정하는 일이 이러한 편견을 강화하기에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기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171쪽)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이 책을 읽고 “삶의 많은 문제는 사람을 향한 오해와 낙인 그리고 혐오에서 온다. 심리적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 소수 인종, 성소수자. 이들에 대한 오해만 걷어내도 우리 삶은 자유로울 것”이라며 “이 책이 우리에게 그런 자유를 맛보게 해준다”는 추천사로 일독을 권했다.
이야기는 나와 당신을 연결한다
더 많은 사람의 더 다양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이른바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라 불리는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일까. 내가 그 용어로 호명될 일은 단 한 번도 없을까. 그게 꼭 그렇지 않다.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누구나 약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온 중산층 남성(주류)으로 살아가던 저자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소수 인종의 이민자라는 소수자성(비주류)을 지니게 되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뉴욕 정신과 의사이자 사람 도서관 사서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에 공감하며, 마침내 그들과 연결되는 일은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다. 내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낙인찍히거나 배척되는 대신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은 뒤 일상에서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났을 때, 또는 내 가치관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기 힘들 때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 앞서 잠시 멈추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한다면 아마 이 책을 먼저 읽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권준수 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로 그만큼 나아질” 것이다.
머리말 -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
1장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
두 사람 사이의 거리
뉴욕의 노숙자, 노숙자의 뉴욕
그 사람이 떠난 게 믿기지 않아요
기억을 함께 걷는 시간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
소수 인종 아이의 부모로 산다는 것
아몬드 할머니
2장 공감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르지 않을까, 그게 어떤 기분인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그녀의 신발을 신고 걷다
공감과 동정, 그 사이 어딘가
공감을 넘어 고통의 나눔으로
3장 낙인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삶
전 레지던트 의사들이 좋아요
조울증은 나의 일부일 뿐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중독은 의지의 문제일까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다
자살을 예방할 수 있을까
용기 내줘서 고맙습니다
맺음말 - 안녕, 뉴욕
참고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