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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넝마주이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와 소비에트 아방가르드

김수환 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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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9862 / 392쪽 137 x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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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소비에트 아방가르드의 맥락에서 새롭게 읽는 『모스크바 일기』 넝마주이가 건져 올린 파편적 이미지 속에 담긴 혁명의 기억들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는 다소 기이한 기록으로, 혁명기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벤야민이 ‘혁명의 넝마주이’가 되어 ‘인상’이라는 집게로 걷어 올린 일종의 누더기 텍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어를 몰랐던 그는 보고 느끼는 것 이외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았다. 벤야민의 마르크스주의적 전환의 배경에 이 모스크바 경험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거라는 느슨한 추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모스크바 일기』는 면밀한 연구의 대상이기보다는 사적인 벤야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참조 자료, 특히 아샤 라치스라는 여성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읽혀왔다. 김수환은 『모스크바 일기』를 다른 각도에서 독해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이 텍스트가 벤야민 사상의 성좌를 형성하게 될 온갖 파편들이 흩뿌려져 있는 사상의 보고이자 한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대가 목전을 이룬 상황, 이른바 ‘역사의 대기실’ 풍경을 보여주는 빼어난 문헌 자료라고 이야기한다. 즉 사상가 벤야민을 보여주는 만큼이나 혁명기 소비에트 사회를 들여다보기 위한 탁월한 이중의 도큐먼트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한 가능성들과 현재와의 조우 “장난감이 가득 들어찬 커다란 가방만을 갖고 돌아온 벤야민, 그는 진정 그 밖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은 모스크바에서 장난감들을 잔뜩 사들고 돌아왔던 벤야민의 독특한 행적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 『모스크바 일기』에 담겨 있는 혁명의 흔적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그것을 둘러싼 온갖 기억과 이후의 궤적들을 이어 붙여나간다. 벤야민은 혁명기 모스크바에서 구시대의 유물을 상징하는 장난감, 바로 그 ‘사라져가는 과거’를 붙잡으려 그토록 동분서주했던 것일까? 장난감의 시간성을 바라보는 벤야민의 입장과 그의 역사철학 사이에 모종의 상동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벤야민의 장난감론을 경유해 ‘혁명은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취급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소비에트 아방가르드의 입장을 되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런 식으로 지금껏 공백으로 남아 있던 부분에 대해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낯익은 장면을 새롭게 볼 것을 제안하면서 벤야민에 대한 그동안의 상투적이고 제한적인 이해와 대결한다. 그렇게 ‘소비에트 없이 이해하는 벤야민’과 ‘그것을 염두에 두고 이해하는 벤야민’은 엄청나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모스크바 일기』 속 소비에트의 흔적들을 벤야민 사상의 전체 지도를 완성해내기 위한 퍼즐 조각으로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에트 아방가르드 그 자체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탐색의 범위를 넓히고, 더 나아가 과거의 실패한 가능성들이 어떻게 현재와 조우할 수 있는지 모색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미학의 혁명’과 ‘혁명의 미학’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여겨지던 아방가르드의 전성기인 1910~20년대가 아니라 스탈린식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대변되는 1930년대로 이어지는 아방가르드의 쇠퇴기(1927~32년), 즉 그것이 무언가 다른 것으로 뒤바뀌기 직전의 ‘문턱의 시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인데, 저자는 다름 아닌 바로 이 시간을 직시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일이야말로 아방가르드에 대한 동어반복적 서사를 벗어나는 데 있어 결정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의 자리는 샤갈이나, 칸딘스키, 로드첸코 같은 아방가르드의 잘 알려진 스타들이 아니라, 전환기의 풍경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메이예르홀트와 가스테프, 트레티야코프, 아르바토프 같은 미지의 이름에 할애되고, 과거(의 문화유산)를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 해방된 ‘대중’의 잠재력, 생산주의 미학, 팩토그래피 운동, ‘작동적 작가’ 모델 같은 주제가 본격 탐구의 대상이 된다. 이 책의 구성 1부에는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를 따라 1920~30년대 소비에트라는 과거의 시공간을 탐구해나가는 네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는 이 텍스트를 ‘넝마주이’가 수집한 조각들의 몽타주로 간주하고, 그 파편적 이미지들 속에 담긴 혁명의 문화적 기억들을 되살려보고자 했다. 벤야민이 모스크바에서 크게 관심을 기울였던 장난감, 연극, 문학, 영화를 징검다리 삼아 혁명의 빠른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벤야민의 인상기를 따라가다가 마주치게 된 발굴의 우연한 부산물들이 담겨 있는 2부에서는 소비에트 아방가르드의 감춰진 페이지를 보다 깊숙이 파고들어가 그 상실된 과거가 현재와 만나 어떻게 다시 쓰여질 수 있는지 고찰한다. 5장은 현대 영상 작가이자 저술가인 히토 슈타이얼의 ‘이미지론’과 소비에트 아방가르드의 ‘사물론’을 병치시켜 아방가르드의 실험적 기획이 오늘날의 예술 영역에서 흥미롭게 전유되는 양상을 살펴본다. 6~7장은 소비에트 혁명을 전후로 한 시기에 일군의 사상가 및 예술가들에 의해 전개되었던 ‘러시아 우주론’이라는 독특한 사상적 담론에 주목한다. 죽은 자들까지 되살리는 ‘모두를 위한 불멸’을 주장했던 러시아 우주론의 유산은 최근 뮤지올로지(박물관학)나 인류세, 포스트휴먼 담론 등과 연계되어 이를 이론적 돌파구나 예술적 영감의 단초로 삼아보려는 다양한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다. 저자는 이 독특한 사상과 오늘날의 담론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식별해봄으로써 러사아 우주론을 유토피아적 상상력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시대의 지표로서 전유해낸다.

저자 소개

  • 저자 : 김수환
저자 : 김수환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문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책에 따라 살기’로 대표되는 러시아의 극단적인 원칙주의적 태도에 주목해 ‘현실’에 사로잡혀 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재성찰하게 한 『책에 따라 살기』와 문화기호학자 유리 로트만의 사상과 이론을 집대성한 『사유하는 구조』 등이, 옮긴 책으로 『<자본>에 대한 노트』(공역)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코뮤니스트 후기』 『영화와 의미의 탐구』(공역) 『문화와 폭발』 『기호계』 등이 있다.

목차

서문

1부
들어가는 말. 『모스크바 일기』, 어떤 혁명의 기록
1장. 장난감 마니아 발터 벤야민: 혁명의 시간성에 관하여
2장. 혁명적 연극이란 무엇인가: 메이예르홀트와 브레히트 사이에서
3장. 혁명 이후의 문학: 생산자로서의 작가
4장. 영화(적인 것)의 기원으로서의 모스크바: 촉각성에서 신경감응까지

2부
5장.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사물론과 히토 슈타이얼의 이미지론: 트레티야코프와 아르바토프를 중심으로
6장. 러시아 우주론 재방문: 시간성의 윤리학 혹은 미래의 처방전.
[부록] 안톤 비도클·김수환 대담: 뮤지엄, 그 믿기지 않는 이상함에 관하여
7장. 아방가르드 뮤지올로지: 폐허에서 건져 올린 다섯 개의 장면들

원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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