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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40004 / 208쪽 128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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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운명의 그늘 속을 헤매는 사람들 『스마일』 속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상황 속에서 유사한 위기를 겪고 있다. 그것은 타인의 죽음으로 인해 남은 이들의 생에 드리워진 긴 그림자다. 표제작 「스마일」에서 데이브 한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길에 승객 중 한 명이 별안간 사망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옆 좌석에 앉은 잭으로부터 죽은 남자가 밀수꾼일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콘돔에 가득 채워 삼킨 헤로인이 복중에서 터져 사망했으리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잭은 데이브에게 시체의 얼굴을 꼭 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마지막 얼굴로 자신의 모든 인생을 표현합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괴로웠던 시절의 고통, 마지막 순간의 회한이 그 얼굴에 다 들어 있어요. 얼굴 하나로 최소한 30년의 시간을 표현하는 겁니다. 볼 수 있으면 봐야죠. (p. 33) 권유에 못 이겨 데이브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 커튼 너머로 시체를 5초쯤 보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남자의 얼굴은 사라지지 않고 데이브의 눈앞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 얼굴에 예상치 못한 “이상한 미소 같은 게” 어려 있었기 때문이다. 계속 기억날 겁니다.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기억날 거예요. 그게 죽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힘이죠.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서 만들어낸 최후의 표정. (p. 40) 이처럼 죽음이 살아 있는 이에게 각인되는 장면은 소설집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왼」에서 연구를 위해 칼리와 부족을 관찰하던 기하는 두 부족민의 결투를 목격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불어닥친 태풍에 결투가 중단되었음에도 이튿날 죽은 채로 발견된 남자가 어제 그 부족민 중 하나였음을 알게 된다. 이후로 기하는 그들의 결투 장면이 “지워지지 않는 영상”처럼 남아 “끊임없이 눈앞에서 재생”되는 나날을 보낸다. 자신이 목격한 죽음의 원인뿐 아니라 그 의미조차 가늠할 수 없어 번민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물들의 삶에 갑작스레 출몰하는 죽음과 그것이 남긴 불가해성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 막막한 길 위에서 가까스로 내딛는 한 걸음 「휴가 중인 시체」에서 주원 씨는 ‘나는 곧 죽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버스에서 생활하며 전국을 떠돌아다닌다.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그를 본 ‘나’는 “거울 속에 있는 나”를 본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주원 씨를 찾아간다. “그 사람의 얼굴이, 특히 눈빛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게 함께하게 된 버스 여행에서 나는 주원 씨가 과거에 저지른 과오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쳐 다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실수라는 건 간단한 게 아니에요. 그 모든 기록을 한꺼번에 통째로 순식간에 지워버립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죽어야 해요. 여기가 내 관이고, 무덤이고, 천국이고, 지옥입니다.” (p. 197) ‘또 다른 나’로 여겼던 주원 씨와 헤어지고 난 뒤 나는 그와 사뭇 다른 선택을 내린다. 주원 씨와의 대화록을 불태우는 행위를 통해 “첫번째 삶을 끝내고, 두번째 삶으로 넘어”간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기력과 심연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마일』은 불가피한 생사의 비의뿐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을 기꺼이 감내하기로 결정한 이의 용기까지 보여준다. 삶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허무를 이겨낸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숭고한 가치가 소설 속에서 빛을 발한다. 모든 게 무너지고 나서 끝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새로운 출발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차오」, p. 141)
스마일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왼
차오
휴가 중인 시체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