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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뒷담화 실록과 야사의 틈에 기록된 비밀스러운 역사

김경민 저 | 책비 | 202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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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7400622 / 336쪽 147 x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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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왕도, 왕비도, 재상도 모두 동전의 뒷면과 같은 모습이 있었다! 조선 권력자들의 인간미 넘치는 은밀한 비화 총집합 조선 시대 역사는 우리와 친숙하다. 왕들의 하루하루를 기록한 실록도 있고, 야사집도 다양하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조선왕조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이들이 다각도로 조명되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비화가 존재한다. 왕자의 난을 일으켜 왕이 된 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태종은 자신의 정적이었던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부터 이장하고 종국엔 봉분마저 없앴다. 또한 아버지가 외척 세력에 의해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자란 탓에 자신의 외척 또한 몰살해버릴 만큼 잔악한 면모도 있었다. 세종은 한글 창제부터 과학과 농업 발전 등 조선 최대의 태평성대를 이루었으나 한편으론 며느리들의 시기 질투와 동성애, 요절 등으로 늘 고통받는 시아버지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백리 황희도 사위의 과오를 덮기 위해 청탁을 했다가 벌을 받은 일이 있으며, 이이에게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절절하고도 애틋하게 정을 나눈 기생이 있었다. 매일 서릿발 치는 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몰래 마음을 다지던 한 소녀는 중종의 왕비가 된 후 결국 아들을 대신해 왕 노릇을 했다. 바로 문정왕후의 이야기다. 이처럼 조선의 권력자들도 알고 보면 남모를 비애가 있었고, 드러나지 않은 모습들이 그들 인생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이 책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왕과 왕비, 재상들의 덜 알려진 비화를 총집합하여 가독성 넘치는 소설 식으로 구성하였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 인물의 진정한 성품과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스토리이자 당시 조선 시대를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이다. 조선 시대 전문 작가의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정사와 야사를 완벽히 버무려낸 흥미로운 역사물의 탄생! 이 책의 저자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수의 소설과 역사물을 집필한 전문 작가이다. 이 책을 집필할 당시 저자는 세 번이나 원고를 뒤엎었을 정도로 스토리텔링 방식에 고민을 거듭했다. 역사적 인물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제대로, 또 가장 흥미롭게 전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시도가 이어졌다. 결국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연려실기술》의 내용을 더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역사물을 완성했다. 사료적 무게감에 내용적 탄탄함을 더하여 독자들을 과거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 소설로서의 힘까지 갖춘 글이 완성된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13번째 작품으로, 그만의 속도감 넘치며 운율이 살아 있는 필체가 가득 담겨 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뒷담화처럼, 생생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비화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책 속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 사건이 펼쳐진 그때 그 조선 시대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역사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비밀스러운 모습들이 인간의 복잡함과 삶의 무상함을 깨닫게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새롭게 만나는 조선의 권력자들과 그 시절 이야기 속 주인공을 보며 우리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한 나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왕도 일개 아첨하는 자들에 의해 흔들려 충신을 버릴 수 있다는 것, 궁의 꽃으로만 살아가라는 요구에도 당당히 야망과 생존 욕구를 드러낸 왕비가 있었다는 것, 하늘이 내린 재주를 지닌 똑똑한 재상들도 한낱 권력 앞에 쉽사리 과오를 범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인간은 참으로 약하고 복잡다단한 존재라는 것이다. 지금껏 역사책에서 만난 활자화된 인물이 아닌, 평범하게 혹은 비범하게 살아간 인물들이 이 책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깨달음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에게 방향키가 되어줄 수 있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조선의 비화 속에서 우리 각자에게 맞는 삶의 방향을 찾아가 보자. < 책 속으로 > “내 무던히도 노력을 했었지, 많이도 했었지. 아바마마의 못마땅함을 풀기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을 했었지. 아바마마의 후궁들까지도 계급을 올려주며 아첨도 하였지. 그때 보였던 아바마마의 기쁜 안색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데 아바마마, 이제는 제 어머님과 저의 한을 좀 풀어야겠습니다.” 태종이 혼잣말을 해댔다. 그의 얼굴은 꽤나 시원하고도 만족스러워 보였다. 태종 8년 5월 24일 태조가 승하하고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하긴, 그토록 아끼셨던 서자 둘과 서녀, 사위까지 잃었으니 어찌 저를 용서하실 수가 있었겠습니까. 하하, 하하하!” 태종은 왕자의 난 당시 신덕왕후 강씨의 소생인 세자 방석(芳碩)과 방번(芳蕃), 경순옹주의 남편까지 모두 죽였다. 당시 경순옹주는 비구니가 되었는데 태조가 직접 머리를 밀어주었다. - 1부 왕과 뒷담화 ‘태종’ 편 23~24쪽 세자빈 봉씨와 소쌍이 붙들려 왔다. 세종이 소쌍에게 먼저 물었다. “세자빈이 너와 항상 잠자리를 하는 것이 사실이냐?” 세자빈 봉씨가 땅에 바싹 엎드렸다. 그러고는 소쌍을 보았다. ‘아니야, 아니야. 모두 말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것이야.’ 세자빈 봉씨가 소쌍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쌍이 세자빈 봉씨와 세종을 번갈아 보다가 실토했다. “지난해 동짓날에 빈께서 저를 불러 내전으로 들어오게 하셨사옵니다. 다른 궁녀들은 모두 지게문 밖에 있었사옵니다. 저에게 같이 자기를 요구하셨는데 이를 사양하였더니 빈께서 윽박을 지르시고 하여….” 세종의 입이 절로 벌어지며 되물었다. “하여?” “하여 마지못해 옷을 반쯤 벗고 병풍 뒤로 들어갔더니 세자빈께서 저의 나머지 옷을 다 벗기고는 강제로 눕게 하고, 남자와 교합하는 모습을 하며 서로 희롱하였사옵니다.” 세종은 기가 막혔다. - 1부 왕과 뒷담화 ‘세종’ 편 54~55쪽 연산군에게 총애를 받던 기생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동무에게 지난밤 꾼 꿈에 대해 말했다. “나 간밤 꿈에 예전 주인을 보았어.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았지 뭐니?” “무슨 꿈이었기에 그런 게야?” “얼굴이 어둑한 게 꼭 죽은 사람 같았어.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아.” 하필 이 이야기를 지나가던 연산군이 듣게 되었다. 연산군은 즉시 쪽지를 써서 내시에게 전달했다. 연산군이 꿈 이야기를 꺼냈던 기생과 함께 침소에 들었다. 조금 있으니 나인이 은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기생이 물었다. “전하,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열어보겠느냐?” 기생이 얼씨구나, 한껏 들떠 그러겠노라 고개를 끄덕였다. 기생이 연탁 위에 얹힌 은쟁반의 뚜껑을 열었다. “악! 으악!” 기생의 찢어지는 비명이 궐내로 퍼졌다. 은쟁반 위에는 그녀가 언급했던 전 주인의 머리가 올려져 있었다. - 1부 왕과 뒷담화 ‘연산군’ 편 86쪽 “부르셨습니까, 어마마마!” “앉아보시지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명종이 자리에 앉자 문정왕후가 그를 유심히 보았다. 무언가 두려운 듯 안색이 좋지 못했다. 하긴, 어미에게 아직도 잔소리를 듣고 있으니 어찌 이와 같은 자리가 편할까. “홍문박사 안명세를 잡아들이세요. 그는 이 어미를 농락하고, 대신들을 우습게 여겼으며, 전하를 기망하였습니다.” “어인 말씀이신지…. 안명세가 소자도 모르는 일로 어찌 어마마마를 농락하였다는 것입니까?” 문정왕후가 엄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언제부터 꼭 주상이 알아야만 어명을 내렸습니까? 안명세가 사초에 그리 기록을 하였습니다. 이 어미와 전하를 왕으로 옹립한 자들을 역적이라고 말입니다.” “사초는 소자도 함부로 볼 수가 없는….” 탁! 문정왕후가 연탁을 내리치며 명종의 말을 잘랐다. “지금 어미를 가르치려는 것입니까? 이 어미가 없었다면 어찌 주상이 그 자리에 있었겠습니까? 주상이 임금이 된 것은 모두 이 어미와 어미의 가족 힘입니다. 지금 편히 앉아서 복을 누리면서 도리어 어미의 청을 거역하겠다는 것입니까? 어디 이래서 효자란 소리를 들으시겠습니까?” - 2부 왕비와 뒷담화 ‘문정왕후’ 편 131쪽 “지금 네년 목숨이 중요하더냐? 주상은 이 나라의 아비이니라. 너의 아버지란 말이다. 내 주상만 살린다면 무엇이 두려울까? 너의 명성이 자자해서 내 너를 친히 불렀는데, 네가 모시는 신의 재주는 꽤 쓸 만하지는 않은 듯하구나. 어찌하여 무당이 스스로의 목숨 줄도 읽지 못할까. 내 사람을 잘못 부른 것이야.” 막례가 묘한 웃음을 짓더니 다소 점잖게 말을 받았다. “하오시면 마마, 전하께서 입으시는 곤복이 필요하옵니다만.” 명성왕후 김씨가 놀라며 되물었다. “곤복이 무에 필요한가?” “신께 복을 빌어야 할 터인데 전하께서 직접 비실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하여 이년이 직접 곤복을 입고 신께 빌어야 하오니 그리하여 주옵소서.” 막례의 말은 틀린 소리가 아니었다. 명성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하고….” 막례가 말을 하다 말았다. 명성왕후가 애가 타서 급히 물었다. “또 무엇이 남았더냐?” “이것이 제일 어려운 마지막 일이옵니다. 마마께서 매일 차가운 샘물로 목욕을 한 후 전하의 복을 함께 비셔야 하옵니다. 정녕 하실 수 있겠사옵니까?” 때는 11월 말이었고, 곧 12월이었다. 양력으로 따진다면 혹한인 1월쯤이었다. “내 자식을 살리는 일에 어찌 나의 건강을 먼저 살핀단 말인가.” - 2부 왕비와 뒷담화 ‘명성왕후 김씨’ 편 177~178쪽 서달(徐達)은 황희의 사위였다. 서달이 신창현(新昌縣)에서 자신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을 아전을 잡아다가 마구 때렸다. 그런데 매를 맞은 아전이 이튿날 죽고 말았다. 아전의 이름은 표운평(表芸平)이었다. 운평의 집에서는 당연히 이 일을 상부에 보고하여 고소할 수밖에 없었다. 황희의 인상이 어둑했다. 얼굴 전체에 퍼진 검버섯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딸년이 찾아와 애걸복걸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맹사성이 사랑채에 들었다. 황희의 얼굴은 더욱 죽을상이 되었다. 맹사성은 우의정이었고, 황희는 직책이 좌의정이었다. 맹사성이 사정을 몰라 먼저 물었다 “좌의정께선 표정이 어찌 그러신가?” “우의정, 나 좀 살려주시게.” “살려달라니, 어디 몹쓸 병이라도 걸렸나?” “차라리 몹쓸 병에 걸렸으면 죽기라도 하지. 사위하고 딸년 덕에 이리 청을 넣고 있네. 서달이 사람을 죽였는데 조정에 알려지면 목숨이 위태로울 게 아닌가. 아전 하나가 예를 갖추지 않는다고 잡았다는데, 그걸 본 운평이란 자가 대거리를 하자 홧김에 그만 때려죽였다지 뭔가. 그 죽은 사람이 신창 사람이라 하네만.” 황희가 말을 끊으며 잠시 맹사성의 눈치를 보았다. 신창이면 맹사성의 고향이었다. 황희가 다시금 부탁했다. “어찌 좀 봐주시게. 딸을 과부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신창 일만 잘 처리되면 서선이 형조판서로 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네.” - 3부 재상과 뒷담화 ‘황희’ 편 184~185쪽 가뭄이 매우 심해 태종을 비롯하여 대신들의 걱정이 태산이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사들 같으니라고. 모여들 앉아 머리 싸매고 있다고 비가 올 것이야, 눈이 올 것이야? 걸음 아끼며, 나라 녹 아끼며, 부는 바람에 비 소식이 있나 없나 점이나 치면 될 것을.” 가뭄이 제아무리 심하더라도 이숙번의 집 우물은 마르지 않았다. 그때 차지가 다가와 이숙번에게 인기척을 내었다. “대감마님, 궐에서 또 사람이 나왔습니다. 내관이 온 모양이었다. 이숙번은 귀를 후비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오늘도 몸이 심히 불편하여 움직일 수가 없으니 돌아가라 일러라.” 차지가 우왕좌왕하며 걱정스레 말을 건넸다. “하오나 계속해서 이리 돌려보내시면….” 사랑채에 벌러덩 누워 있던 이숙번이 벌떡 일어나며 성을 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따위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네 지금 나를 가르치려는 것이야?” 차지가 무릎을 꿇고는 빌었다.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시옵소서.” 그 후로도 여러 대신이 날마다 가뭄을 걱정하며 태종과 의논에 열중일 때, 이숙번은 병을 핑계로 몇 달 동안 입궐하지 않았다. 또다시 홀로 궐에 돌아온 내관을 보며 태종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내 이놈을! 이놈이 죽고 싶어 환장을 한 것이야. 내관을 보내어 그리도 경고를 하였건만!” 드디어 태종이 이숙번에게 반감을 드러냈다. 이숙번은 공을 여러 번 세운 뒤로 그 공을 믿고 교만하기 짝이 없었다. 같은 재상이라도 발아래로 여겼으니 그에게 이를 갈고 있는 이들이 만만찮게 있었음을 이숙번은 알지 못했다. - 3부 재상과 뒷담화 ‘이숙번’ 편 230~231쪽 남이가 급하게 마당을 지나 별채로 향했다. 별채엔 사람들이 모여 난리가 한바탕이었다. 처자의 아비가 남이를 보았다. “남이라고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그대도 알 터. 한데 어찌 죽은 나의 여식을 그대가 살린단 말인가? 만약 그러지 못할 시에는 그대가 아무리 선대왕의 외손이라고는 하나 내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남이가 뜻을 받잡고는 간단한 예로 답을 대신했다. 죽은 처자의 아비는 지금 권력의 중심에 있는 권람(權擥)이었다. 남이가 아무리 태종의 외손이라도 자칫 잘못했다간 죽을 수도 있었다. “대신의 여식을 제가 보았으면 합니다.” 권람이 종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모두 자리를 비켜주었다. 남이가 들어가보니 죽은 처자의 가슴 위에 그 요망한 것이 앉아 있었다. 얼굴에 분칠을 하고 보자기 위에 앉아 있던 여자 귀신이 맞았다. 남이가 그 귀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처음 시선을 외면하던 귀신이 남이를 보더니 이내 아쉬운 표정으로 처자의 가슴에서 내려왔다. “아가씨가 숨을 쉽니다. 숨이 되돌아왔습니다.” - 부록, 재미로 읽는 야사 속 뒷담화 ‘남이와 권람’ 편 302쪽 아이의 어미가 비장한 낯빛으로 문을 열고 나섰다. 사방은 이미 어둠에 묻혀 캄캄했다. 그런 여인의 손에는 부엌칼이 들려 있었다. 여차하면 누구라도 찌를 기세였다. 낮 동안 보아놓은 시체를 떠올렸다. 죽 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였다. 이제 더는 배고픔을 참지도, 견디지도 못했다. 이미 인육을 먹는 이들은 사방에 즐비했다. 그조차도 먹지 않으면 그야말로 배가 고파 죽었다. 낮엔 아이와 아녀자들은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건장한 사내들이 많았고, 건장한 사내가 아니더라도 허기를 달래지 못해 이미 인간이 아닌 자들도 많았다. 모두 아이들을 잡아 다가 먹었다. 아녀자들도 잡아다가 먹었다. 아이의 어미가 어둠을 더듬어 보아두었던 시체로 향했다. “으흑, 으흐흑!” 여인이 그만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고 말았다. 큰 결심을 하고 나섰건만 낮에 보아두었던 시체는 이미 뼈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옆으로 한 늙은이가 죽어 있었는데, 늙은이의 손에는 살이 발려진 시체의 뼈가 들린 채였다. 배고픔을 이겨내지 못해 살이 발린 생뼈를 빨아 먹은 모양이었다. 늙은이 또한 뼈만이 앙상한 채 흡사 살을 도려낸 해골과도 같았다. “아니야, 아니야. 내 새끼가 죽어가고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여인이 미친 듯이 늙은이의 바지를 벗겼다. 노인의 허벅지도 가죽만이 붙은 채 앙상했다. 여인이 칼을 들었다. “으, 으….” 여인이 놀라 칼을 떨어뜨렸다. 노인이 살아 있었다. 노인의 손이 여인의 옷을 붙잡으려다 다시 힘없이 떨어졌다. 여인이 칼을 도로 주워서는 노인의 허벅지 살을 급히 발라내기 시작했다. 노인은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귀신에 홀린 듯 가죽만을 벗겨낸 여인이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 더 머물다가 누군가에게 들키는 날이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웠다. - 부록, 재미로 읽는 야사 속 뒷담화 ‘임진왜란’ 편 321~322쪽

저자 소개

  • 저자 : 김경민
저자 : 김경민
1975년 출생.
대중소설로 문단에 데뷔했다.
2005년 첫 역사소설을 발표했으며, 이후 주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을 집필해왔다. 역사적 팩트를 바탕에 두고 다양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 작품적 특징이다. 역사소설 중 『김수로: 철의 아들』은 집필한 작품 중 유일한 가야의 이야기다. 일반인의 통념을 넘어선 역사 해석과 인물에 대한 그만의 감성적 접근으로 독자들을 감동케 하는 흡인력이 있다. 섬세하며 때론 속도감 있는 독특한 문체로 많은 고정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한 손에 잡히는 조선 상식 사전』, 『사도세자: 비화의 왕』, 『이우: 일제에 맞서 민국을 꿈꾼 조선의 왕자』, 『어을우동: 왕의 여인』, 『숭례문의 나라』, 『승자 결심: 내 상처는 내 인생의 스승이다, 실패를 두려워 마라!』 등이 있다. 이번 작품 『조선의 뒷담화』는 그의 13번째 작품이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내 손을 기다리는 인물들이 좋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비화(悲話)나 비화(?話)가 좋다.”

목차

◎ 작가의 말

1부. 왕과 뒷담화

암탉의 웃음소리, 진저리가 난다 ◎ 태종
여자 때문에 고려를 버리다 / 계모의 무덤부터 이장하고 결국 봉분마저 없애다 / 처음엔 질투가 시작이었다 / 외척인 처가를 몰살시키다

술주정은 기본이요, 이번엔 동성애라니 ◎ 세종
왕비 심씨의 처가가 몰살당하다 / 세종, 첫 번째 며느리를 폐하다 / 세종, 두 번째 며느리도 폐출시키다 / 세 번째 며느리는 요절했다

시체는 찢어서 소금에 절여 젓으로 담그라 ◎ 연산군
부전자전, 어미의 실체를 알다 / 연산군의 여자들1 / 연산군의 여자들2 / 연산군의 여자들3 / 연산군의 여자들4 / 시체는 소금에 절여 젓으로 담근 다음, 온 산과 들에 흩뿌려라 / 환관 김처선의 부모까지 뭉개버려라

내 며느리는 개새끼다 ◎ 인조
반란을 일으킨 남자, 그 남자보다 더 무서운 대비 / 어떻게 차지한 왕좌이거늘, 아들마저 죽인 왕의 자리 / 내 며느리는 개새끼다

2부. 왕비와 뒷담화

왕은 아드님이 아니라 나입니다 ◎ 문정왕후
살아남아야 해 / 나는 꼭 제 아드님을 보위에 올려야겠습니다 / 아직도 이 나라의 왕이 누구인지 모르는구나 / 나는 보우 스님이 좋소이다. 주상은 어떠하오? / 권력이 무엇이기에… 형을 죽인 아우, 오라비를 죽인 누이

임금께서도 반정으로 왕이 되질 않았습니까? ◎ 귀인 조씨
인조에게 특산물처럼 진상된 조씨 / 총애를 등에 업고 새 중전과 임금을 별거시키다 /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저도 제 아드님을 왕위에 올려야겠습니다

나를 모독한 대가로 그들을 죽여주세요 ◎ 명성왕후 김씨
나라고 정권을 장악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 너도 남인이렷다? / 내 아들만 살릴 수 있다면


3부. 재상과 뒷담화

사위는 살인자에, 아들들은 도둑이었다 ◎ 황희
사위 서달이 사람을 때려죽이자 돈으로 매수하다 / 도둑놈의 자식들, 너희는 이제 내 자식이 아니다 / 남의 아내를 탐하다

단종의 왕비를 제게 주십시오 ◎ 신숙주
그래, 결심했어 / 너는 죽겠지만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 대감께선 어찌 살아 돌아오셨소? / 단종의 왕비를 제게 주십시오 / 천재조차도 어찌할 수 없었던 자식 문제

전하, 신을 위해 돈의문을 봉쇄해주소서 ◎ 이숙번
시끄러우니 내 집 앞으로 다니지들 마 / 마지막 경고를 알아듣지 못한 이숙번 / 네놈에게 뇌물로 금띠까지 주었는데

상중(喪中)에 처자를 겁탈하기 위해 담을 넘다니 ◎ 홍윤성
술고래 홍윤성 / 살인 또한 그의 재주였다 / 사람을 죽인 이가 그대인가, 아니면 그대의 종놈인가? / 홍윤성의 부인들

너를 품으면 집으로 데려가야 한다 ◎ 이이
그래, 잠깐 외도했었소 / 아버지는 백수에 계집까지 좋아했다 / 서인, 그리고 서얼 / 기생 유지는 내 사랑

◎ 부록 - 재미로 읽는 야사 속 뒷담화
공당 문답 - 맹사성 / 정승을 가르친 기생 - 설매 / 사랑을 버리고 살기를 도모하셔야 합니다 - 조반 / 죽은 사람은 땅에 묻는 것이지, 버리는 것이 아니니라 - 기건 / 죽은 여자를 살려 장가든 남자 - 남이와 권람 / 형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 - 선조 / 내 주인님의 원수는 꼭 갚고 말 것이다 - 정순붕 / 금년이 죽을 날이거늘, 어찌해서 명이 아직도 붙어 있단 말인가 - 상진 / 7세에 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르다 - 정여립 /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다 - 임진왜란 / 적의 머리를 베어 오면 과거시험을 허락하고 벼슬을 줄 것이야 - 임진왜란 / 부인, 그 몸뚱어리가 나의 벼슬보다 중하단 말이오? - 이조낭관과 어느 선비 / 계집종이 박팽년의 집안을 살리다 - 박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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