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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듣는다

서영처 저 | 나무옆의자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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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1571294 / 228쪽 135 x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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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가만히 귀 기울이면 새로운 감각의 장이 열린다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앙드레 프레빈이 그를 위해 작곡한 소나타 <포도밭>의 윤기 나는 음색에 귀 기울이며, 볕 좋고 물 잘 빠지는 포도원의 고른 이랑을 단숨에 알아보고, 포도송이의 열기와 향기 속에서 잎사귀를 헤쳐가는 여우의 맥박과 호흡, 심장의 두근거림, 다급한 걸음에까지 감각이 확장되었던 경험을 기억한다. 또한 선율과 리듬의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인 라벨의 <볼레로>의 집요한 반복적 구성에서 다양한 음색의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색채감과 감각적인 리듬이 황홀하고 격렬한 춤 무대를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는 상징주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음악이다. 저자는 이 곡을 듣고 조성을 파악할 수 없는 음들을 통해 대기 속으로 불어오는 한 줄기 미풍 같은 환영들을 시각적, 후각적, 촉각적인 인상으로 전달해준다고 평한다. 또 성경을 모독한다고 런던에서 상연이 금지된 바 있는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단막 오페라로 만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작품에서는 이국적인 멜로디와 현의 불안정한 모티프가 반복되면서 살로메의 탐욕과 뇌쇄적인 몸짓이 형상화된다고 언급한다. 쇼팽의 낭만성을 가장 잘 대표한다는 바르카롤(뱃노래)을 두고는 피아노만으로 바다의 물결과 반짝거리는 햇살, 곤돌라의 흔들림, 물의 음영, 미풍, 멀어지는 풍경들을 들려주며 시각과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온몸으로 와 닿는 감각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악기에 대한 탐구는 인간에 대한 탐구이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에 대한 탐구도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최초의 악기는 인간의 몸이었고, 도구로서 악기는 인간의 몸을 모방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마도 최초로 만들어진 악기는 타악기였으리라고 추측한다. 인간의 생체 리듬을 모방한 북은 감각적이고 충동적이며 몽환적인 요소를 가장 쉽게 표현한다. 북은 전투와 노동, 주술, 제의, 오락 등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행사와 의식에 필수적인 악기였으며 몸동작과 결부되어 무언가를 나타내려는 관념과 의식을 싣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만들어졌을 관악기, 피리는 연주하면서도 발걸음이 자유로워 목동이나 떠도는 방랑자들의 악기였다. 구멍과 관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신체는 하나의 피리라고 할 수 있다. 피리야말로 인간의 신체를 가장 적절하게 요약하는 악기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모든 악기들은 이제 도구와 수단에서 목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였던 악기들은 이 악기들이 발현해내는 아름다운 소리와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인 특별한 존재적 차원으로 상승했다. 존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이다 저자는 음악이라는 예술을 통해 ‘듣는’ 행위에 대한 사유를 밀도 높게 펼쳐 나간다. 청각적인 것에 대한 탐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구이다. 시각적인 것은 물질로 고정되어 있지만 들리는 것은 물리적 변화 속에 놓여 있다. 보는 것은 그 자체이지만 듣는 것은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각의 장 너머에는 부재와 공허가 존재하지만, 청각의 장은 세계를 확장하고 키워나가 무한에 이르게 한다. 때문에 듣는 것은 말하기라는 행위와 함께하며 사고와 감정을 교환하는 소통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아마존, 구글, 네이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소리가 기계와 사람을 이어줄 것으로 전망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 시장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음을 저자는 짚고 넘어간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의 음악이 공유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문화의 획일화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고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우리는 미래의 음악을 전망해보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나아갈 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마주하게 된다.

저자 소개

  • 저자 : 서영처
저자 : 서영처
대학과 대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며 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계간 『문학/판』에 시 5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피아노 악어』와 『말뚝에 묶인 피아노』, 인문학을 바탕으로 쉽고 편안하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음악 에세이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노래를 통해 시대정신과 대중의 욕망을 해석한 문화연구서 『노래의 시대』, 유서 깊은 예배당이 간직한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며 삶의 가치를 탐색한 『예배당 순례』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음들의 포도밭
바이올린으로 경작하는 포도밭 | 가장 나다운 데로 데려다주는 음악

종달새의 순간, 종달새의 비상
누가 종달새 목에 종을 달았나 | 차이콥스키의 종달새 | 초원의 종지기 | 절대음악의 천부적인 증인

촉각적 상상력―에로티시즘
봄은 가장 추악한 계절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치명적인 에로티시즘 | 아리랑의 에로티시즘

소월의 시, 소월의 노래
노래는 향수(香水)이며 향수(鄕愁) | 소박하지만 진지한 힘 | 가장 단순하고 정념적인 노래 | <첫 치마>, 저물어간 시간 속의 사랑 | 노래는 춤추는 언어

쇼팽의 음악, 쇼팽의 폴란드
영화 <피아니스트>와 쇼팽 | 쇼팽의 음악과 인상파 회화 | 댄디즘과 센티멘털리즘 | 가장 보수적이며 가혹하고 급진적인 | 쇼팽과 들라크루아 | 바르카롤, 태고의 노래 | 쇼팽의 미학

천재의 영감, 천재의 광기
천재의 소박함 | 절대정신과 미적 자율성 | 천재를 질투하는 범재? | 고귀한 도덕성과 정신성 | 가장 지적이고 정신적인 예술 | 천재의 출현이 요청되는 시대

최초의 악기, 최후의 악기―피리
피리의 역사 | 피리의 신화 | 가브리엘의 피리 | 피리를 불어라 | 햄릿의 피리 | 인간의 신체를 요약한 악기 | 존재의 은밀한 방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북
권력의 악기 | 공적인 악기 | 영혼을 두드리는 소리 | 북과 춤

인생의 겨울을 방황하는 자―《겨울 나그네》
겨울 여행 | 시와 음악의 가장 성공적인 만남 | 방랑 | <보리수>, 독일 민중의 자산 | 눈물의 수사학 | 거리의 악사 | 마지막 노래, 완성된 노래 | 유쾌한 방랑자

유년에서 성년으로, 성장의 마법―〈마왕〉
서정시인, 가곡의 왕 | 세이렌의 재현 | 에로티시즘과 파멸 | 유년의 종식을 알리는 비극 | 가곡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전형 | <마왕>과 <풍설야귀인>

시각에서 청각, 오감의 시대로―인공지능 시대의 음악
시각에서 청각으로 |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 | 청각이 열어가는 상호작용의 세계

맺으며 이 순간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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