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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921402 / 320쪽 120 x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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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안이희옥 인터뷰>
1. 허구의 소설이라기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사실적 에세이라기엔 삼인칭화가 작동합니다. <사실도 허구도 아닌 묘한 소설>이라고 명명하셨는데, 이런 독특한 형식을 구사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시대가 변하면서 소설의 내용도 변하지요. 특히 여성의 경험은 남성의 경험과 달라서 시각도 다를 수밖에 없지요. 여성적 글쓰기를 하면서 미시 담론과 거대 서사를 엮어 내자니, 조금 특이한 형식이 나왔다고나 할까요? 르포만도 아니고 허구만도 아니고 의식의 흐름만도 아니고 대서사만도 아니에요. 일상을 바탕으로 꾸며 낸 <현실적 허구>라고 말하고 싶네요.
2. 그렇다면 안젤라를 작가님과 어느 정도로 동일시하면 될까요?
― 우스개로 작가의 인품이 낮을수록 글은 재밌고 잘 쓴다는 비아냥이 있어요. 그런 의미라면 저는 인품이 좀 있으니까 이야기가 재미없을지도 모르겠어요. 농담이고요. 개인 서사만은 아니면서도 저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서, 어디서부터 작가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남의 이야기인지 분석하기가 쉽지 않아요. 삶이란 게 그렇잖아요. 내가 겪어 온 것만이 진실은 아니듯이, 경험한 것만이 세계의 전부는 아니에요. 특히 여성 서사는 공동체적 원체험과 닿아 있기도 하고요. 마치 사람의 뼈와 살이 붙어 있듯이……. 그러니 분해하려고 하지 말고 통째로 읽어 주세요.
3. 『안젤라』에서 그려지듯이 학내 민주화 투쟁에서도 여성들은 물수건이나 돌을 날라다 주는 주변적인 역할을 강요받습니다. 고문 후유증을 앓아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내면적 트라우마로 매도되기도 하고요. 운동권 내의 여성 비하적 분위기를 짚어 주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90년대 후일담 소설이 쏟아져 나왔을 때, 여성들이 얼마나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었나 실감했어요. 운동의 핵심적 이야기는 빠지고 주변적 이야기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다만 보조적 역할로 만족하지 못하는 주체적 여성들, 또 운동 핵심에서 분투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는 게 아쉬웠어요. 소위 <드센 여성 투사>들에 관한 서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고나 할까요? 심지어 고문 방법이나 재판에서의 평가조차 남성 위주예요.
4. 흔히 사회적인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괴짜>라고 부르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안젤라는 주변인 모두에게 인정받는 괴짜입니다. 안젤라가 품고 있는 정체성, 이를테면 독신이나 노년, 사회 참여, 정신병, 가난 등은 일반적인 통념에서 비켜나 있습니다. 이런 개성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 통념에 대해 의문을 품고 겨루어 본 힘이라고 할까요? 아이들은 태어날 때 활발한 생명력을 갖고 나와요. 그러다 사회적 억압과 제재, 경쟁 체제 속에서 무수한 상처를 입고 움츠러들지요. 그건 안 돼, 넌 안 될 거야. 그런 말에 주눅 든 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어린 나이에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거죠. 사회는 좀처럼 개인을 인정해 주지 않아요. 그럴 때는 자기가 스스로를 인정하는 거예요. <남이 뭐라든 난 참 괜찮은 사람이야> 하고. 안젤라는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렇게 열심히 자신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떤 내공이 쌓여요. 살아 낸 힘, 살아갈 힘이죠.
5. 안젤라 같은 자유로운 영혼이 머물기에 한국은 너무 팍팍하고 경직된 사회 같습니다.
― 특히 <체면 문화>가 낳은 병폐에 대해 생각해 왔어요. 수치심을 자극해서 기를 꺾어 버리고 체제에 순응하게 하는 체면 문화. 제가 정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쉴 수가 없었어요. 다른 환자들 돌보느라고요. 지나친 은폐와 억압이 만들어 내는 갖가지 광기들……. 잘못은 타인이 했는데 힘에 의해 말문이 막혀 버린 억울함, 어쩔 수 없는 가난에서 오는 무기력, 거절당한 우울 등 많은 고통을 봤어요. 고통을 이겨 내기는 쉽지 않지요. 자신과 겨루면서 동시에 사회 모순과 겨루어 내야 해요. 그 겨루기를 제대로 해냈을 때 자유로운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6. 『안젤라』에서 언급된 관행적인 결혼 퇴직제나 남녀 임금 격차는 80년대나 지금이나 여전합니다. 작가님께서 그려 주신 여성 빈곤층의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 여성 문제는 집요하게 안 변해요. 엘리트 사회에서만 약간의 관련 법안이 법제화되어 성 평등이 완료된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지만, 머리만 진보고 현실은 심각하게 불평등한 지체 현상을 빚고 있어요. 노년에도 여성 빈곤은 남성보다 훨씬 심각하고요. 기초 생활 보장 제도와 기초 연금 수급자가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나 많다는 통계가 있어요. 남성 생계 부양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여성 빈곤이 구조적으로 굳어지는 거죠. 얼마 전 신문 기사를 보니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도 코로나 기간에 성별 임금 격차가 더 커졌다고 하더라고요. 사회적 위기가 닥치면 여성들이 먼저 잘려 나가고, 가사나 돌봄 노동 때문에 일을 관둘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요. 여성의 일, 여성의 돌봄에 사회가 비용을 지불해야 해요.
7. 독신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그야말로 지긋지긋하게 연애하고 결혼하라는 압박에 시달리셨을 텐데, 어떻게 대처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 마흔까지 하도 시달려서 여성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농담 아니에요. 그러다가 마흔 이후 무섭게 살이 쪘지요. 여성학에는 <위대한 거부로서의 비만>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비만해지자 괴롭힘을 덜 받았어요. 건강한 아름다움이 재앙이 되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향해 갔으면 해요.
8. 『안젤라』를 읽으면서 일상이 역사가 되는 글쓰기의 힘을 실감합니다. 작가님처럼 삶 쓰기를 시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 솔직히 모든 것에 직면해 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글쓰기는 거울을 보는 일 같아요. 자기 자신과 관계, 욕망과 사회 그리고 모든 주입된 가치관을 내려놓고요, 그래도 쓰고 싶은 알맹이가 남는다면 써보라고 하고 싶어요.
9. 여성 혼자서 꾸려 가는 노년의 생활은 어떤가요?
―『안젤라』에서 돈 못 버는 문제하고 건강 나쁜 문제 외에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말했는데…….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에요. 돈이란 게 일시에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몸이 쇠약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문제고요. 그보다는 마지막까지 강인한 자긍심을 지킬 수 있어야 해요. 제 남은 목표는 인간적 한계를 받아들여서 자신의 무가치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터득하는 거예요. 혼자인 삶은 여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요.
10. 끝으로 누구보다 힘든 젊음을 지나온 선배로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을 해주신다면요?
― 인생은 게임이 아니에요. 모 아니면 도도 아니고요. 끝까지 완주해 냈을 때 지구 별에 왔던 의미를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든 포기하지 말고 트랙을 끝까지 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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