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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8343508 / 320쪽 120 x 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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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앤루니스 리뷰
이탈리아에서 이방인의 감각으로 살고 있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 작가 김민주는 2006년 이탈리아 로마에 정착해 8년 동안 여행 가이드로 일하다가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고 있다. 눈앞에서 목격한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듯 떠나온 이탈리아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온 16년이란 시간, 결혼과 출산 이후 일을 그만두고 스스로에게 작가라는 이름을 부여하기까지의 과정,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춰버린 이탈리아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 여행 가이드인 남편의 직업이 사라지는 바람에 졸지에 생계형 유튜버가 된 사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나는 허공에 살짝 떠 있는 것 같은 무중력의 나날을 보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마다 평생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긋지긋한 가난이 내 뒤를 따라왔다. 만화 속 그 흔한 해피엔딩조차 꿈꿀 수 없었다. 나는 앤도 아니고 캔디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퇴근길 내내 길고 길게 울었다. 그래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엄마를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잃었다.
_「평범하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꿈을 꾸었다」
이탈리아에 와서 반년 가까이, 엄마의 부재를 떠올리더라도 울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다. 장례를 치르고 100일도 지나지 않아 떠나온 탓에 엄마의 부재는 여전히 거짓말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투어를 마치고 혼자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섰다가 한 조각상 앞에서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_「전율의 공유」 접기
가정법을 배우던 날, 각자 자신이 만든 문장을 돌아가며 발표했다. 쿠바에서 온 호세 아저씨의 차례였다.
“내가 만약 국적을 받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거예요.”
이 간단한 문장을 듣는 순간,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호세 아저씨의 목소리는 아주 경쾌했고, 반 분위기도 밝았다. 그 상황에서 눈시울을 붉히면 왠지 실례가 될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_「아빠의 이탈리아 말이 이상하다고 한 적 없잖아」
나고 자란 곳을 옮겨 새로운 곳에 삶을 펼친 내게 이방인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인 의미보다 조금 더 묘한 구석이 있다. 문득문득 내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그럭저럭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면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 된다. 아니다. 그 복잡한 심정을 정의할 수 있는데 애써 정의를 미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곳에서 살아야 하니까. _「내 고향은 모든 곳, 나는 어디에서든 이방인」
여태껏 우리는 외모로 차별당하면 정당한 분노로 맞서 싸웠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만큼은 분노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공포를 줄 수 있다는 것이, 그로 인해 우리가 신체적인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바이러스의 공포보다 더욱 강하게 우릴 압도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차별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 삶의 터전이 나쁜 방향으로 바뀌고 있었다. _「우리를 존중해주세요」
우리가 매년 여름을 보내던 지중해 절벽의 작은 마을들, 이런 곳에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중세 때 지어진 도시들, 작은 병원 하나 없는 유럽의 많은 소도시와 그보다도 열악한 수많은 나라들은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공격당할 것이다. 페루 아주머니 가족은 그 큰 단지의 이웃들과 겨우 슈퍼 하나를 공유하며 이 상황을 버텨내고 있는 걸까? _「신이시여, 우리를 폭풍우 속에 내버려두지 마세요」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하루를 즐기고 있다. 내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차피 알 수 없는데 뭐. 우린 오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안이 멋진 그림을 그렸고 이도가 이상한 말을 했다고, 날이 너무 좋고 마음을 울리는 글을 읽었노라고. 거리는 한산하지만 적막하지는 않다. 간간이 들려오는 소음이 도리어 마음을 감싸 안는다. 세상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구나. _「외출금지령」
3월부터 여행업은 마비됐다.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 우리 가족의 수입원이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든 소비를 줄여야 했다. 그러나 커피 한 잔만큼은 포기하지 않아도 됐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15년 전 처음 로마에 도착해서 마신 에스프레소와 오늘 마신 에스프레소의 값이 똑같다. 80센트에서 1유로. 한국 돈으로 900원에서 1,300원 사이다. 1,000원 남짓의 돈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같이 있자’는 마음도 채울 수 있다. 이렇게 저렴한 커피 가격은 그 누구도 커피를 금지당하지 않을 권리를 위함이기도 하다. _「코로나 시대의 에스프레소」
매일, 같은 싸움이 반복됐다. 우리의 일상을 돈이 지배해가고 있었다. 돈이 삶을 지배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다. 지난 반년 동안 남편의 경제활동은 완전히 멈추었고, 언제 재개될지도 미지수다. 모아둔 돈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아껴야 할까. 그렇게 불안은 차곡차곡 쌓이다가 결국 9월이 오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개학과 함께 두 아이의 학비로 목돈이 필요했다. 그사이 부쩍 자란 아이들의 교복과 원복도 새로 사야 했다. _「우리는 함께 내일로 갈 거야」
언젠가 이안이 아빠와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던 날이었다. 욕심이 앞선 이안의 손목에는 자꾸 힘이 들어갔고, 종이비행기는 번번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다른 아이들의 비행기가 저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보던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남편이 말했다.
“이안, 멀리, 빨리 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아름답게 나는 거야.” _「중요한 건 아름답게 나는 것」
1부 - 내 고향은 모든 곳, 나는 어디에서든 이방인
평범하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꿈을 꾸었다|전율의 공유|로마에서 운전을 시작합니다|난 왜 분홍색 얼굴이 아니야?|육아휴직 혹은 경력 단절|아빠의 이탈리아 말이 이상하다고 한 적 없잖아|내 고향은 모든 곳, 나는 어디에서든 이방인
2부 ? 신이시여, 우리를 폭풍우 속에 내버려두지 마세요
우리를 존중해주세요|혐오의 봉인 해제|신이시여, 우리를 폭풍우 속에 내버려두지 마세요|외출금지령|인생의 본질은 아름다움|전세기가 왜 공짜라고 생각해?|괴로움이 다른 역경으로 잊혀지네|사랑 말고 고생을 나눠요|이탈리아의 새로운 인사법|코로나 시대의 에스프레소|관광객이 사라진 로마에 로마인이 등장했다|우리는 함께 내일로 갈 거야|중요한 건 아름답게 나는 것|무모한 도전을 시작합니다|불확실한 시대의 확실한 세상|인생 역경 10년 주기설
3부 ? 우리가 우리에게 닿기를
화의 전염|화해를 위한 싸움|세상에서 직업이 사라진 기분|가상공간 속 비대면 연대|우리가 우리에게 닿기를|유튜브에서 월급이 도착했다|부부 싸움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당연하지 않은 일|떠난 자와 남은 자
에필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