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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시리즈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8]

가즈오 이시구로 저 | 송은경 역 | 민음사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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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7463884 / 348쪽 132 x 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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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 1930년대 영국의 장원을 배경으로 그려 낸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 ―직업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오랜 세월 달링턴 홀에서 그분을 모시면서 세상이라는 바퀴의 중심축에 내가 꿈꾼 만큼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달링턴 경에게 삼십오 년을 바쳤다.” 때는 1956년 여름, 달링턴 홀의 집사로서 평생을 보낸 스티븐스는 생애 첫 여행을 떠나고,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지난날을 회고한다. 그가 무려 삼십오 년간 모셨던 신사 달링턴 경은 밀실에서 비공식 회담을 주재하고 외교 정책을 좌우하던 사교계의 중심인물로, 스티븐스는 그림자처럼 그를 돕는 집사의 직무를 통해 세상의 중심축에 닿아 있다는 내밀한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세간의 존경을 받던 달링턴 경이 나치 지지자라는 오명을 쓴 채 사회적으로 추락하면서 스티븐스의 경력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미 주인에 대한 존경을 넘어 맹목적인 헌신을 자처하던 스티븐스는 달링턴 경이 완벽한 도덕관을 가졌다는 믿음을 놓지 못한다. 평생 집사의 업무에만 매달린 탓에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마저 떠나보내야 했던 그에게 달링턴 홀이 상징하는 세계는 단지 ‘일’이 아닌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스티븐스는 ‘위대한 집사’란 결국 얼마나 ‘위대한 주인’을 만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자신의 신념을 역설하며 끊임없이 지난날을 정당화하려 든다. 이 작품은 달링턴 홀이라는 극히 한정된 공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이 공간을 지키는 스티븐스의 관점과 이곳을 찾아오는 숱한 정치가들의 관점을 교차하며 양차 세계 대전 사이 격동기의 세계정세를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다. 또한 대영제국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미국의 현실주의적인 기반으로 넘어가는 상황, 그 변화의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가치관에 얽매이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가를 여실히 드러낸다. 스티븐스가 고집스레 지키고자 했던 자기희생적인 직업관과 장인 정신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꽉 막힌 ‘시대의 잔여’로 상징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티븐스의 인생은 어쩌면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매우 유쾌하면서도,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슬픈 책.”(도리스 레싱), “아름다움과 신랄함을 함께 그려 낸 수작.”(살만 루슈디) “스토리, 문체, 작품성, 모든 점에서 놀라운 작품.”(맥신 홍 킹스턴) 등 우리 시대의 여러 작가들 역시 이 작품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인생의 황혼 녘에 깨달은 사랑, 그 허무함에 대하여 “말해 보세요, 스티븐스 씨. 당신은 왜, 왜, 왜 항상 그렇게 ‘시치미를 떼고’ 살아야 하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 「남아 있는 나날」(1993)의 원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영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엠마 톰프슨이 스티븐스와 켄턴 양으로 호흡을 맞춰, 황혼 녘에 깨닫는 사랑 이야기로 또 한 번 화제가 된 바 있다. 스티븐스가 여행을 떠난 계기는 새 주인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목적도 있다. 오래전, 달링턴 홀의 전성기에 총무로 같이 일했던 켄턴 양을 만나는 것이다. 여전히 그에게는 ‘미스’ 켄턴인 그녀의 갑작스러운 편지를 받고, 그는 그녀가 다시 달링턴 홀로 돌아오고 싶어 하며 그가 그녀에게 그러한 제안을 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믿게 된다. 육 일간의 여행 내내 스티븐스는 자신에게 각별했던 그녀에게서 받은 편지를 한 줄 한 줄 읊으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켄턴 양은 적극적으로 스티븐스에게 다가섰고 스티븐스 또한 그녀에게 사사로운 감정이 있었으나, 그는 집사라는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애써 자신의 마음을 외면해 왔다. 결국 그녀는 그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그로부터 이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같이 일할 것을 제안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다는 것은 결국 또다시 자신의 감정은 감춘 채 공적인 업무를 전면에 내세우는, 그의 살아온 방식일 뿐이다. 그런데 황혼을 맞이한 지금에야, 달링턴 홀의 전성기에 함께 일한 짧은 시간 동안 실은 그녀를 진실로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는 그녀와 재회했을 때조차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가슴에 묻어 둔 채, 그녀를 또 한 번 떠나보낸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사랑마저 외면하며 견고하게 자신만의 성을 쌓고, 황혼기에 이를 깨달아 가슴 아파하지만 흘러간 시간만큼 변해 버린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스티븐스를 통해 독자는 지나간 사랑의 미열을 앓게 될지 모른다.

저자 소개

  • 저자 : 가즈오 이시구로
저자 : 가즈오 이시구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1986년 일본인 예술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 『남아 있는 나날』을 발표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1995년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튼햄 상을 받았다. 2000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우리가 고아였을 때』를 발표해 맨 부커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5년 복제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나를 보내지 마』를 발표해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2009)까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으며, 2010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 역자 : 송은경 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교직 생활을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했다. 이 책의 출간을 준비하는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옮긴 책으로 조안 해리스의 『블랙베리 와인』,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과 『인간과 그 밖의 것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노암 촘스키의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카렌 레빈의 『한나의 가방』, 피터 메일의 『프로방스에서의 1년』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1956년 7월 달링턴 홀 9 첫날 저녁 솔즈베리 33 둘째 날 아침 솔즈베리 64 둘째 날 오후 도싯주, 모티머 연못 153 셋째 날 아침 서머싯주, 톤턴 172 셋째 날 저녁 데번주, 타비스톡 근처 모스콤 189 넷째 날 오후 콘월주, 리틀컴프턴 269 여섯째 날 저녁 웨이머스 302 작품 해설 323 작가 연보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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