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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손홍규 저 | 문학사상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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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70125244 / 396쪽 13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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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책 속에서> 그는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해 낼 필요도 없었다. 그에게 떠오른 건 소멸이 아닌 불멸의 이미지였을 테니까. 죽음이란 영원한 사유의 세계로 거처 를 옮겨 가는 것, 영원히 생각에 잠긴 상태로 건너가는 것과 비슷했다. (41쪽) 그에게 신념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게 아니었다. 심장이나 허파와 같은 몸의 기관처럼 물질적인 것이었다. 필요하다면 꺼내어 손에 쥘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잃어버릴 수도 있는 거였다. (45쪽) 감방은 여전히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는 깊은 어둠 속이었고 그를 찾아오는 소년은 여전히 괴로워하는 얼굴이었으나 그 얼굴에 서린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소년의 형체가 희미해졌다. 희미한 유령이 더욱 희미해지고 있으니 소년이 더는 그를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인 듯했다. (60쪽) 농사꾼의 피는 붉은색이 아니었다. 도랑을 흐르는 물과 무논을 채운 물처럼 흙빛을 띠었고 알맞게 탁한 그 물속에서는 온갖 생명이 헤엄치며 살았다. 농사꾼은 대지를 경작하듯이 자신이 경작되도록 내놓아 이 세상에 스며드는 동시에 세상이 자신에게 스며들도록 했다. 바람은 그의 몸을 통과해 불었고 물은 그의 몸에 난 길을 따라 흘렀다. 농사꾼이란 결국 사람이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본래 흙으로 빚어져서임을 아는 자였다. (137쪽) 그의 꿈은 그만의 것도 아니었고 혼자서 꿀 수 있는 꿈도 아니었다. 그건 서로의 꿈속에 서로가 나타나는 것과 비슷했다. 잠든 채로도 깨어 있는 것이었고 깨어 있는 채로도 잠든 것이었다. 마침내 이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꿈이 사라진 자리에 그가 오랫동안 꾸지 않았던 다른 꿈이 들어섰다. (139쪽) 버스가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는 열이 올라 식은땀을 흘리는 아이의 이마에 그러기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창을 짚었어요. 그의 손바닥 아래서 무언가가 부드럽게 일렁거렸지요. (207쪽) 너는 엄마의 일부이고 분신이었으며 또한 엄마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이기도 했다. 엄마에게 너는 낯익고도 낯선 존재였고 엄마의 전부인 동시에 엄마와 완벽하게 무관한 존재였다. 엄마는 너의 엄마이지만 너 자신일 수는 없었다. 엄마가 슬픔을 느꼈다면 바로 그것뿐이었다. (231쪽) 아빠가 꿈꾸는 네 삶의 형태는 다양했지만 그게 무엇이든 마지막 장면은 항상 죽어 가는 아빠 곁을 지키는 너에게 “네가 있어서 아빠는 행복했어” 하고 속삭이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234쪽) 잠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은 어두컴컴한 구멍 속으로 떨어지는 것과 비슷했다. 너는 거기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잡으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주먹을 꼭 쥔 채 울었다. 그때의 울음은 엄마가 듣기에 참 서글펐다. 서러워하는 것 같았다. 왜 나를 재우려 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자고 싶지 않다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244쪽) 어른이 되는 걸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너는 알았다. 그러니까 너도 몰랐던 거다. 어른이 될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네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걸. (245쪽) 꿈은 눈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마음으로 보는 것도 아니었다. 꿈은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정체를 드러내는 거였다. 눈이거나 마음이거나 상관없이 간절히 바라는 사람에게만 기적처럼 주어지는 거였다. (291쪽) 침묵이란 입을 다문 상태이며 필사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지요. 죽은 이들이 한결같이 입을 벌리고 있는 건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어떤 노력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이며 그것이야말로 죽음과 같은 상태, 죽음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입을 다문다는 건 죽음이 아닌 삶의 형식이며 생명이 있는 자와 살아 있는 자 그리고 숨이 있는 자와 사유하는 자의 형식이지요. 입을 다문다는 건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침묵을 지킨다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사람이 말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지요. 침묵하기 위해 입을 다물려면 신음이나 비명조차 삼가야 하고, 외치고 싶고 항변하고 싶고 거부하고 싶은 욕망까지 억눌러야 하지요. 하지만…… 죽은 자의 벌려진 입이란 또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를 가로막았어요. (343쪽) 그 순간 그는 죽은 자의 벌려진 입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해야 할 말을 남김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어요. (358쪽) 이따금 너는 의문이 들었다. 어두컴컴한 하늘보다 왜 화창한 하늘이 우울해 보이는 경우가 많은지. (……) 너의 생각은 한군데에 머무르지 않았다. 산란하는 빛처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달려갔다. (367쪽) 너는 나를 알지 못하고 나도 너를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다. (383쪽) 침몰하는 배에서 너는 엄마와 아빠가 했던 이 말을 떠올릴 거였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해.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이 필요해. 그래서 사랑이란 말의 어원은 사람일 수밖에 없는 거야. 사랑은 사람에서 나온 말이야.” 책을 들었는데 어느 갈피에서 오래된 단풍잎 하나가 툭 떨어지듯 기억이 날 거였다. (389쪽) 너는 아무도 펼쳐 볼 수 없는 책이 되어 세월이라는 서가에 꽂혔다. (389쪽)

저자 소개

  • 저자 : 손홍규
저자 : 손홍규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당신은 지나갈 수 없다》,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서울》 《파르티잔 극장》 등을 펴냈다. 노근리 평화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목차

Ⅰ
1. 1895년 4월 24일 ? 07
2. 1956년 7월 19일 ? 38
3. 2009년 5월 23일 ? 70
4. 2014년 4월 16일 ? 99

Ⅱ
5. 1895년 4월 24일 ? 135
6. 1956년 7월 19일 ? 168
7. 2009년 5월 23일 ? 200
8. 2014년 4월 16일 ? 230

Ⅲ
9. 1895년 4월 24일 ? 263
10. 1956년 7월 19일 ? 295
11. 2009년 5월 23일 ? 329
12. 2014년 4월 16일 ? 361

작가의 말 ?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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