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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개정판 정보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저 | 녹수 | 2025년 10월
평점 - · 리뷰 0
ISBN : 9791186602645 / 264쪽 132 x 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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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책속에서>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졌다. ‘살아 있는데, 이 살아 있다는 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슨 말을 나눠야 할까?’ 그 질문을 중심으로 여러 생각들이 잔물결처럼 퍼져나갔다. 그때 칼비노의 이야기도 생각나곤 했다. 흔하디흔한 시장 한구석이 특별해지는 것은 우
리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이고,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나는 언어가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말,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곳에서 새로운 사람이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인간 삶은 그렇게 변해왔다. 그러니 나에게서 어떤 새로운 말도,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 내가 가장 슬퍼해야 할 일이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p. 7)
살아 있는 자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미래다. 진정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좋은 미래다. 언어 공동체에 속하는 우리가 이 좋은 미래를 만나는 방법은 좋은 미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 새로운 세계의 창조 앞에는 언제나 언어와 이야기가 있어왔다. 그러니 살아 있는 자의 심장에서 나온 살아 있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살아 있게 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 사람의 좋은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좋은 이야기는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부드럽게’ 각인되고 남아서 우리의 자아를 바꾼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드러움 중 가장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것은 인간의 변화다. (pp. 15-16).
나는 공부를 많이 못 하고 부산으로 갔어. 거기서 일을 하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줄도 몰랐어. 고향에 돌아와서야 돌아가신 걸 알았지. 그 후론 쭉 고향서 살았어. 뱃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좀 있어서 뱃일을 배웠고 그 뒤로 바다와 고기 잡는 것에 푹 빠져 살았어. 밤에는 배에 누워서 라디오를 듣곤 했어. 그리고 커피를 많이 마셨어. 이상하게 배에서는 커피를 많이 마시게 돼. 그렇게 누워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이래 생각하고 살았지. 그래도 나 스스로 한 약속만은 친구처럼 어디든 같이 다녔어. (p. 35)
내가 이런 말을 들으면 천국의 모습이 바뀔지도 궁금해. 내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한 2~3년 남았을까? 내가 지금 듣는 것은 다시는 못 듣겠지. 다시는 이야기도 못 나누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 아주 열성적으로 듣게 돼. 귀가 배지근해지지. (p. 57)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준 찻잔을 손에 들고 그렇게 몇 그루 나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자연 속에 있으면 이상한 존재감이 생겨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었던 나, 그런 게 조금씩 보여요. 우울증이란 게 사실은 자신의 존재감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을 좋아하기 힘들어서 생겨난 일이라고 하잖아요. 제가 멘토라고 하니까 이상하지만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된 이야기는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p. 122)
형이 누구인지 말하려면 우리의 마지막 날, 9월 10일 밤을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형은 죽기전날 늦게까지 히스토리 채널에서 세계대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형은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형은 직장이 멀어서 일찍 자야 했어요. 제때 출근하려면 5시에는 일어나야 했거든요. 그래서 형은 저에게 20분 뒤에 논쟁적인 인물이 나오니까 꼭 녹화해달라고 했어요. 그게 형과 나눈 마지막 대화예요. 우리 형은 합기도 같은 동양무술을 배우고 바닷가를 달리고 자전거를 타기 좋아했던, 활기차게 자기 삶을 즐겼던 사람이에요. 우리 형, 그리고 그날 생을 떠난 2,977명은 모두 하나의 숫자가 아니에요. 모두 자기 인생 이야기가 있던 사람들이에요. 역사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형은 이제 역사의 일부가 되고 있어요. (p. 191)
세상은 우릴 잊고 변하는데 우리는 그 일에 갇혀 있어요. 우리는 계속 악몽을 꾸고 계속 소리 지르고 울어요.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잘 안 돼요. 그런데 우리가 겪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우리는 외롭지 않았어요. 우리가 서로 이해받는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렇게 각자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트라우마는 우리의 일부분이에요. 우리가 받은 충격은 백 퍼센트 사라지지 않아요. 그냥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 뿐이에요. 사실 지금도 힘들지만 더 이상 몇 년 전처럼 끔찍한 상태로 머물러 있지는 않아요. (p. 222)
우리가 곧잘 그 사실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지만 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언제나 가장 좋은 이야기로 힘을 내고, 가장 좋은 이야기와 함께 여러 가지 압력에 맞서 싸우면서 따뜻하면서도 깊게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살 수 있게 된다면 기쁠 것이다. 현실을 살되 마음의 한쪽에 뭔가를 품고 현실의 일부분을 바꿀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 저마다 이 문제 많은 현실의 ‘해결자의 목소리’가 된다면 기쁠 것이다. 우리가 가진 여러 모습 중 가장 좋은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된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p. 263)
프롤로그 자기 자신을 말하기
나의 단어, 이야기
자유, 약속, 품위
배지근해지다
눈맛, 무게 제로
하쿠나마타타
일기, 동화책, 컵
꽃이 폈어
달, B95
유리창
목소리, 이름, 우리, 인생의 전문가
나의 단어, 시와 운명
돌고래, 아더 사이드, 스틸 뷰티풀
에필로그 우리의 좋은 결말을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