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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5 주요일간지 추천도서
출판사 리뷰
고양이의 모험 속에 담아낸 인간을 향한 메시지 『문명』은 독립적으로 읽어도 지장이 없는 작품이지만 본래 『고양이』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고양이』와 『문명』을 아우르는 이 이야기는 총 3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다. 베르베르는 개미나 고양이 같은 동물, 신이나 천사 같은 초월적 존재를 내세워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 세상을 그려 왔다. 인간은 조연에 불과하고 주연은 모두 동물이 차지한 이 3부작에서 작가는 <이 세상은 인간의 것만이 아니다>라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우선 고양이 피타고라스, 쥐 티무르 등 이 작품의 주요 등장동물 다수가 케이지에 갇혀 있던 실험동물이다. 또 돼지들이 벌이는 <인간 재판>에서는 인간의 미식이나 여흥을 위해 고통받는 동물들이 차례로 증언대에 선다. 작가는 동물들의 입을 통해 단순히 동물권 보호의 차원을 넘어 인간 중심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다. 책 속에 수록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도 주목! 베르베르의 팬이라면 이번 작품의 등장인물 중 로망 웰즈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만든 에드몽 웰즈의 후손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과학자다. 웰즈라는 성을 가진 인물들은 『개미』의 에드몽 웰즈에서부터 시작해 『죽음』의 가브리엘 웰즈 등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해 왔다. 로망 웰즈는 작중에서 기존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위키백과 등의 데이터를 추가해 <확장판>을 만든 것으로 나온다. 베르베르 작품 세계와 수십 년 동안 함께 해온 웰즈 가문의 활약과, 백과사전의 <확장판>에 주목하며 소설을 읽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옮긴이의 한마디]
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실은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인 이 한 편의 우화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가가 울리는 경종이다.
첫 문장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 바랄 게 없을 거야. 종이에 촘촘히 박혀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는 해바라기 씨만 한 글자들의 뜻을 알 수 있다면. 줄줄이 이어지는 글자들에 담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면 살맛이 나겠지.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머릿속에 얼굴이 나타나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심지어는 목소리와 음악이 들리는 마법을 경험한 인간들이 있대. 상상만 해도 온몸이 짜릿짜릿하지 않아?
완벽하게 글을 읽게 되면, 그다음에는…… 글을 써볼 거야! 모름지기 꿈은 크게 꿔야 하는 법이니까.
허황된 꿈이라고? 두고 봐, 그런 날이 꼭 올 테니까. 당장은 이 두 가지 목표가 요원하다는 거 알아. 일단은 소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현재 주어진 재능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물론 인정해, 내 능력이 아직 대단치 않다는 걸. 그래서 지금 내 앞에 있는 너희들, 독자가 아닌 청중들에게 한 야옹 한 야옹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잖아. 아직은 내 모험담을 글로 써서 너희에게 보여 줄 수 없으니까.
- 1권 13~14면
「이 섬에서 우리 새로운 세계를 다시 건설하자. 미래는 우리들의 것이야.」 내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쥐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몰라.」
「하지만 그들은 세상의 진화를 위한 건설적인 계획을 구상하기보다 자신들의 생존과 정복에만 몰두할 뿐이야.」
- 1권 64면
나는 암울한 세상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 아들 앞에서 내가 물질적 안락과 평화를 두루 누린 운 좋은 세대였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 없다.
「쥐들을 몽땅 죽여 버릴 거죠?」 또 철없는 소리.
「아니, 그러기엔 숫자가 너무 많아. 그냥 싸워서는 도저히 우리가 이길 방법이 없어.」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캣권도로 몇백 마리는 간단히 죽일 수 있으니까.」
「저들 군대는 몇백이 아니라 몇만이란다. 너 혼자 다 상대할 수 없어.」
「부탁이에요, 엄마. 나가서 싸우게 허락해 줘요!」
「가서 잠이나 자렴.」
- 1권 112면
「칭찬해 줘서 고맙다고 전해 줘.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도 해줘. 인간 문명은 붕괴했지만 우리 고양이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구를 지배할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네 집사가 〈너희 고양이들〉이 인간 문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개념이 필요하대.」
첫째, 사랑.
둘째, 유머.
셋째, 예술.
- 1권 150~151면
「미쳐 버렸다는 거야?」
「실험동물이라는 조건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된 거야. 점차 공격적으로 변해 가더니 급기야 몇 마리가 탈출을 감행했대. 과학자들은 실험실의 보안을 강화할 필요를 느껴 더 굵은 창살에 단단한 잠금장치가 부착된 케이지에 동물들을 넣어 놨대.」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동물들이 흥분해 날뛰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울부짖고 포효하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우리 대화를 이해하는 걸까.
「티무르도 여기서 탈출했대?」
피타고라스가 내 질문을 전하자 과학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여기가 모든 것의 진원지였어. 인간이 실험을 위해 동물을 가둬 놓는 바로 이곳이.
- 1권 324면
제1막 지상 낙원
제2막 제3의 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