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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404678 / 184쪽 110 x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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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과잉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다
그것은 경계를 잃고 비대해진 자아의 종말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과잉주체_우리는 왜 과잉하는가>에서는 과잉의 개념을 정리한다. 조울증, ADHD, 공황장애 등의 신경학적 질환 및 아동학대, 묻지마 범죄 등 현대판 이상범죄의 급증에 과잉(자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힌다. 과잉존재는 어떻게 탄생하며 그 가운데 사회와 자본, 기술 발전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 장에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과잉이 노동자와 주권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짚고 넘어간다.
2장
과잉은 수량이나 수치가 아니다. 과잉은 경계의 철폐다. 그것은 세계의 일부를 양적으로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 모든 기준을 철폐함으로써 세계 전체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대증상이자 집단충동이다.(12쪽)
알프리드 화이트헤드는 근대를 살았던 인간을 의미하는 ’주체(subject)’에 대비시켜서, 우주론적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자기초월체(superject)’라고 불렀다. 우리는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주체를 ‘과잉주체(hyperject)’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과잉주체는 주체가 아니다. 주체는 지난 세기 경계의 패러다임을 살아가던 근대적 인간이다. 그가 경계를 통해 누리던 행동과 생각의 조절방식 자체가 과잉주체에게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과잉주체는 주체처럼 행동하고 반응하지 않는다. 그는 과잉행동하고 과민반응한다. 과잉주체는 사유하지 않는다. 그는 과몰입한다. 과잉주체는 상상하지 않는다. 그는 과대망상한다. 과잉주체는 말하지 않는다. 그는 과장한다. (...) 과잉주체는 일하지 않는다. 그는 과로한다.(19-20쪽)
모든 과잉주체는 나르시시스트다. 편집증자이기 때문이다.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철폐되었는데도 과잉하지 않을 수 있는 겸손한 과잉주체란 없다. 아무리 겸손하고 수줍은 행동도 ”투사의 남용“이라서 이미 과잉이다. 심한 경우 그는 ”자신의 피부를 경계(skin-boundary)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상실한다. 대출이자도, 월세의 압박도, 엄마의 잔소리도, 어떤 현실의 윤리도 이 결론을 막을 수 없다. 과잉주체는 자신의 자아를 이미 현실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과잉주체는 하이퍼리얼리스트다.(25쪽)
과잉은 무한에의 매혹이다. 모든 과잉주체가 병리학적으로 과대망상증자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과잉주체는 자신의 존재가 결핍 없이 영원히 충만한 거라는 존재론적 과대망상증의 피해자다. 그는 죽음에 대해서도 주의력 결핍증 환자다. 동시에 활력과 무력을 판별할 수 없는 양극성 장애 환자이기도 하다. 과잉주체는 과잉충동의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다.(32쪽)
순간을 권장하는 사회는 ADHD 사회다. 오늘날 시간이 순삭되고 있다. 순간은 지난 세기 패러다임이 그럭저럭 지켜왔던 시간의 경계들을 철폐함으로써 시간 자체를 삭제한다. 이제 인스턴트는 시대정신이다. ‘순간’은 내면화되었다.(...) 순간은 인간에게서 되돌아보는 능력, 시간의 앞뒤를 가리는 능력을 박탈한다.. 순간은 반성, 휴식, 기억 같은 행동을 싫어한다. 되돌아보고 판별하여 경계를 확정하는 행동으로서 과잉을 멈춰 세우기 때문이다. 순간은 저항을 경멸한다.(44쪽)
지난 세기의 대미를 장식했던 ‘중2병’과 이번 세기 대유행 중인 ‘관심병’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중2병은 멜랑콜리 병이다. “난 지금 미쳐가고 있다. 이 헤드폰에 내 모든 몸과 영혼을 맡겼다. 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니까. 이게 바로 지금의 나다” 중2는 제정신은 상실했어도 ‘나라’라는 국경을 가지고 ‘지금의 나’도 가진다. 반면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서 자라난 관종은 정반대의 패러다임이다. 중2가 멜랑콜리 환자라면, 관종은 조증 환자다. 그는 허세를 어그로로 대체하며, ‘좋아요’와 조회 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과잉한다. (...) 더 많은 관심, 더 많은 댓글, 더 많은 ‘좋아요’만이 관종의 존재를 증명한다.(65-66쪽)
우울증 환자가 느끼는 무력감은 단지 무감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처럼 경계 짓지 못한 채로 남겨지는 의미와 혼돈 상태, 좋음과 나쁨, 친구와 타인을 더는 가를 수 없고, 나아가 세계가 나의 편인지 적의 편인지, 자신조차 자기의 편인지 남의 편인지, 자신은 경멸의 대상인지 사랑의 대상인지, 자신과 세계가 주고받는 것이 사랑인지 상처인지 판별할 수 없는 감정의 총체적 분열 상태를 의미한다. 거기를 자책 없이 들여다보긴 어렵다. 하나가 아닌 여럿으로 분해된 얼굴, 경계를 잃고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 얼굴만이 비친다.(81쪽)
현대범죄의 가슴 깊숙이 극단의 나르시시즘이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충동범죄자들은 나르시시스트다. 충동범죄에서 동기가 자꾸 논란이 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소거충동이 자아의 한계까지 소거한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은 충동범죄가 “단순히 어려운 경계사회적 환경, 그로 인한 외부적인 어려움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마 범죄자 자신도 동기를 모를 것이다. 폭발하는 순간에는 식별, 판단, 기억 같은 모든 억압기제가 소거된다. 그도 그럴 게 억압이야말로 “자아기능에 대한 경계 긋기”다. 나르시시즘이 가장 먼저 살해해야 할 것이다.
서문
1 과잉주체
: 우리는 왜 과잉하는가
2 ADHD의 시간
: 집단 ‘주의력결핍장애’에 걸린 한국사회
3 공황장애의 무게
: 과잉자아의 또 다른 신체반응
4 SNS 조울증
: ‘좋아요’ 이면의 우울함
5 연쇄살인과 묻지마 범죄
: 어떤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는 ‘전능함’
6 폭식증 자본주의
: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돈의 힘
7 경계선 주권장애
: ‘과잉주체’들이 모여 만든 민주주의
8 과잉에 저항하기
: 타인을 만나는 훈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