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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67358778 / 224쪽 135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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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그날부터 내게서 악취가 났다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은 모두 입시 공부에 여념 없었지만, 저자(이후 ‘나’로 지칭)는 자격증을 따서 취업해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친구들은 대학이면 대학, 전공이면 전공을 목표 삼아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는데, 나는 ‘무슨 학과를 선택해야 돈이 덜 들고 빨리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돈이 없으면 반드시 불행해.”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 가서 두꺼운 직업백과사전을 빌렸다. 수많은 직업 리스트에서 눈에 띈 건 기술직이었다. 100만 원만 있으면 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취득한 후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돼 있었다. 학원비가 필요했는데 문제는 엄마 아빠가 이 직업에 반대한다는 것이었고, 그 시절 부모님의 수입이 변변찮았을 뿐 아니라 딸에게 아르바이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고깃집 아르바이트를 구했지만, 부모 동의서를 받지 못해 할 수 없었다). 몇 달 동안 나는 엄마 아빠에게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조용히 혼자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몰래 주말 저녁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서 해야겠다.’ 나는 구인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이력서를 염탐하며 들락거리는 남자들이 있었고, 그것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곳을 통해 나는 돈을 더 빨리 벌 수 있었지만, 내 몸과 마음도 더 빨리 폐허로 내팽개쳐지는 진창길로 빨려들어갔다. 첫 조건만남 상대였던 Z는 20대의 덩치 큰 남자였다. “안녕하세용 그루양 맞나요? 구인 사이트에서 이력서 보고 연락했어용**” 이것이 Z가 보내온 첫 번째 문자였다. 두려움에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문자가 계속 왔고, Z가 대학생 오빠들과 데이트만 해도 몇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나는 빨려 들어갔다. 어느 토요일 7시에 만나기로 하자 Z는 “그루양, 그날은 데이트니까 치마 입고 와요. 교복도 좋구요”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첫 만남에 그는 고급 승용차를 끌고 나왔고, 손에 들고 있는 지갑과 신고 있는 신발, 차키에 걸려 있는 키링과 운전석 아래 있는 클러치 모두 명품이었다. 누군가에겐 교복이 방패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교복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열여덟 겨울, 몹시 추웠던 날, 오랜 세월 악취를 풍길 그길로 빠져들었다. 첫날 받은 액수는 3만 원. 바나나우유를 사주길래 먹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째 만난 날, Z는 “오빠 손 따뜻해요. 어서 줘봐요” 하며 손만 잡았고 어른스럽게 진학 상담도 해줬다. 그런데 헤어지면서 한마디 했다. “그루양, 3만 원 너무 적지 않아요? 잠깐 애무만 하면 5만 원 받을 수 있는데 어때요? 학원비 모아야 하니까요.” 나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지만 그가 말하는 ‘애무’가 뭔지는 몰랐다. 나는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Z는 그냥 나를 만지고 싶다 했다. ‘그러니까 어딜, 어떻게?’ 이렇게 나는 만날 때마다 질문을 했고, 그는 행동으로 보여줬으며, 나는 돈을 받았고, 집에 돌아와 몸을 빡빡 문질러가며 씻었고, 다시 돈이 필요해서 만남을 이어갔다. 만남은 주로 공사장 쪽에서 이뤄졌다. 그러던 어느 날 Z는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힘껏 뒤로 밀고 힘겹게 내 앞으로 넘어왔다. 그런 Z의 모습은 기괴했다. 그 큰 몸을 잔뜩 구부려 건너오더니 이곳저곳을 더듬는 게 꼭 괴물 같았다. 자신의 손으로 자기 부위를 주무르고, 낮게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고, 휴지를 꺼내며 우윳빛 액체를 쏟아냈다. 이후 Z는 ‘나’라는 사람을 게임으로 생각했다. 하나하나 미션을 달성하듯이. 자기소개, 손 잡기, 애무, 삽입 시도, 섹스. 차, 집, 모텔. Z는 나만 만난 게 아니고 다른 여고생들도 만났다. 내가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자 그는 다른 여고생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이 되자 이런 일에 무감각해졌고, 나는 두 번째 대상인 W까지 만나면서 점점 더 비참하고, 외롭고, 죽고 싶었다. 내가 자란 환경은 도처가 위험했다 저자는 조건만남에서 빠져나오고 난 후에야 이것이 미성년자 성착취임을 인식했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했지만, 가해자는 분명 그 남성들이었다. 이런 인식의 전환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기로 결심했다. 더러운 과거로 돌아가서 똑바로 직면하면 빠져나올 출구도 찾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시곗바늘은 10년 전이 아닌 열두 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느 날 길을 걷던 나를 어떤 남자 중학생이 쫓아왔다. 당황한 나머지 집에 빨리 가려고 걸음을 서두르자 그 남학생의 걸음도 빨라졌다. 두려움에 휩싸였던 나는 아파트 입구에 도착해 재빨리 경비실 안쪽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경비실에 걸려 있는 것은 “순찰 중”이라는 팻말. 그 틈을 노려 그 중학생은 한 손으로 내 입을 막고 양팔을 이용해 나를 끌어안았다. 그다음 나머지 한 손으로 가슴을 쥐어짰고, 내 반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마구 쑤셨다. 첫 성추행 경험이다. 20대에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식당 손님들이 함부로 대하고 성희롱을 한 일, 잠깐 만났던 남자애가 술 취한 나를 길에 눕힌 일…… 이 책은 뉴스나 신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일이 한 사람의 인생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누구는 이 글을 보고 똑같이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거나 낙인을 찍을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용감하게 고백하고 비판한다. 겉으로 투명하게 내보일 수 있을 만큼 좋은 것들로 꽉 채워진 삶을 살고 싶어서.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나와 같은 아이들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신박진영 작가는 자신이 만나온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이 한 사람의 이야기에 집약돼 있을 뿐 아니라 저자에게서 강력한 힘을 느낀다며 응원과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나도 너처럼 약하고 무수한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만 악취는 결코 나의 탓도 너의 탓도 아니라고. 악취를 숨기지 않고 끝내 추적이 이 글을 완성해냄으로써 수많은 가해자가 바로 악취로 인해 괴로워해야 할 당사자임을 가리키면서.
Z가 차를 공사장 쪽에 주차를 한 뒤 시동을 껐다. 옷 위로 내 몸 여기저기를 만져댔다. 내 쪽으로 몸을 숙여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힘껏 뒤로 밀고 힘겹게 내 앞으로 넘어왔다. 내가 생각했던 건 이게 아니었다. 그냥 가슴 정도를 만지게 해준 다음 끝나는 줄 알았다._49쪽
Z에게서 연락이 없자 조용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잡생각도 많아졌다. 악취가 다시 “똑똑” 신호도 없이 불쑥 쳐들어왔고 “걸레년”이라는 단어도 함께 데리고 왔다._88쪽
내가 교복을 입고 있는데 어떻게 모텔에 가냐며 당황해서 웃자 Z는 다 방법이 있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도 가는 데가 있다고. Z는 항상 내가 난감해할 때마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을 들먹였다. 이름과 학교를 들먹이기도 했는데 모르겠다. 그 애들에게도 이렇게 내 이야기를 했는지. 그 애들이 존재하는 건 맞는 거 같다. Z는 항상 휴대전화를 두 개 들고 다녔으니까. 하나는 클러치 안에 꼭꼭, 다른 하나는 차 안에 툭. 낡은 2G폰. 하루는 그 2G폰이 울렸고 내게 말하듯이 “오빠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용”이라고 말하고 끊기도 했다._96쪽
그 남자들과 있으면 내 악취가 비교적 옅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매번 온 세상이 나만 잘못됐다고 말하는 걸 보니 내게서만 악취가 났나보다. 더러운 내가 감히 깨끗한 그들을 불쾌하게 했나보다._126쪽
10년 동안 악취 때문에 몸을 사리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꽤 많은 경험을 했지만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조건만남을 했던 그 반년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그 반년에 갇혀 있느라 순간순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듯해 억울했다. 그 둘은 나와 같은 감정을 가져본 적이 있기나 할까? 후회하고 자책을 하긴 했을까? 그들은 지금 무얼 할까? 마주하기 싫으면서도 상상을 했다. 그들을 잊기 위해 내가 발버둥치는 동안 그들은 어떻게 지냈을지._201쪽
이 글로 내가 정의될까봐 두렵다. 이 글로 누군가가 내게 손가락질할까봐 무섭다. 이 글로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까봐 겁난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쓴다. 묻고 덮고 외면했던 모든 게 와르르 무너져서. 혹시 이렇게 쓰다보면, 나와 같은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고, 그러면 나아질까 싶어서. 걷어내고 펼쳐내고 마주하면서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나는 왜 그랬는지 알아야 하니까. 그래야 이제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이렇게 나는 내 모든 과거를 들춰내고 있다. 나를 탓하기도 하고 나를 원망하기도 하고 나를 증오하기도 하면서. 누군가를 탓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증오하기도 하면서._203쪽
추천 서문 악취를 기억하고 봉인하는 이유·신박진영‘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책팀장
프롤로그
1장 은밀한 삶
2장 악몽
3장 난도질
4장 추락과 구원
에필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