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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나폴리스

조선수 저 | 솔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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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0201499 / 240쪽 128 x 188 (㎜) /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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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리뷰

간결하고 정밀한 정경 속, 마침내 당도한 미니멀한 세계 조선수 첫 소설집 출간! 2016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조선수의 첫 번째 소설집. 다양한 소재에 대한 관심과 다채로운 스타일로 자신만의 글쓰기를 지속해온 작가 조선수의 소설들은 독자에게 이 시대의 파편화된 일상을 확대하고 축소해 또 다른 '나'를 바라보게 한다. 2016년 『한국일보』 등단작 「제레나폴리스」를 비롯해 장기간에 걸쳐 발표한 6편의 작품과 최신 미발표작 「아는 사람은 언제나 보이잖아요」까지 총 일곱 편의 소설을 모아 엮었다. 이번 소설집은 작가의 예민한 감각과 집요한 시선으로 포착한 삶의 ‘숨겨진’ 조각을 하나하나 집어내 우리 앞에 내놓는다. 조선수는 살아 숨쉬는 평범한 이들의 일상에 갑작스레 찾아온 균열과 여백을 통해, “트릭처럼 숨겨놓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타자”들을 발굴해 나간다. 조선수의 예민한 감각이 트릭처럼 숨겨둔 이들 조선수의 소설은 우리 삶의 구석을 응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 이야기의 구심점이 된다. 미국 교도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아시아인 사형수, 주상복합아파트로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출근하는 가사도우미, 구직 시기를 놓친 출판사 계약직 직원, 어린아이와 반려동물이 휘말린 사고에서 진실을 잃어버린 남자,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여행가이드, 리히텐슈타인의 구두장이 등 다소 무기력하거나 수다스럽거나 활기차거나 침울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마주한다. 이들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각자의 체념적 태도다. 그들이 체념하기까지, 무기력해지기까지,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고통을 토로하기까지, 삶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그러나 이에 사력으로 매달리지는 않는 이들은 모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다. 작가는 일정한 틀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모호한 긴장감”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소설에 배치된 국적을 가늠할 수 없는 배경과 간결한 문장으로 제조해낸 인물들의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 무감한 마음 아래 인물들의 숨은 욕망과 희미한 분노, 체념과 의혹을 넘나드는 줄타기는 일상에 갑작스러운 균열을 내기도 한다. 이로써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긴장꽈 불안 속에서 탈현실의 통로를 만들기도 한다. 정은경 문학평론가는 조선수의 인물들에 대해 “그들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타자들이다. (…) 그들은 어느 순간 상식과 통념을 흔들면서 위협적 형상으로 우리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그들의 손아귀에 붙들리고 마는 우리는, 끝내 그것이 타자가 아니라 우리의 얼굴임을 확인하게 된다.”라고 평하고 있다. 상식과 통념을 흔들며 위장된 세계를 긁는 인물들 조선수의 소설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삶에 포함된 우리의 조각들 때문이다. 표제작인 「제레나폴리스」는 주상복합아파트 ‘제레나폴리스’에 출근하는 가사도우미 ‘메이’의 생일 파티에서 시작한다. 이 호화로운 아파트의 꼭대기층에서 일하는 메이는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친구들을 초대해 주인 행세를 하며 파티를 즐긴다. 그 집에는 주인의 고양이만 남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메이는 아파트나 부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기보다, 그 집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의 행방을 계속해서 떠올린다. 고양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조선수는 주인공의 비정규직 신분에서 발생하는 열등감을 전폭적으로 폭발시키기보다 고요하고 서늘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좀처럼 감정의 진폭을 드러내지 않는 건조하고 냉정한 문장\"과 \"모호한 긴장감\"이(『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이어지는 내내 이들의 삶은 구석에 몰려 있던 이들의 존재를 강력하게 증명하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 더불어 조선수는 공중을 부유하는 삶을 당겨 일상이 펼쳐지는 지면을 인식하게 한다. 오랜 시간 게임을 하며 인생을 흘려보내다, 계약직으로 입사한 출판사에서 낙선작을 읽으며 ‘호랑이’라는 단어를 찾는 김(「종이 호랑이」)과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종이를 갈기갈기 찢는 수용(「마저럼」)의 이야기에서 인물들은 소외와 압박 속에서 손톱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긁어대고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인물들을 ‘힘 센 호랑이’와 ‘냄새를 만드는 냄새감별사’라는, 상상력으로 만든 세계로 이끌어가 이들을 더 넓은 지평으로 인도한다. 안온함에 균열을 내는 은밀한 인물들의 불길한 정념을 만나다 열다섯 명의 여행객이 참여한 북유럽 패키지 여행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 이야기’로 위장한 채 한 남자를 쫓는 여자(「손톱」)와 수박을 먹으며 살고 싶다는 열두 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캄보디아에 일하러 간 주인공이 화장실에서 전해들은 리히텐슈타인의 무궁화 거리를 찾는 이야기(「파두츠의 구두장이」) 등 마치 잘 짜인 구도의 연극처럼 매끄럽게 펼쳐지는 조선수의 소설에는 풀, 주상복합아파트, 향신료, 영정사진, 종이, 마저럼, 손톱, 구두와 같은 평범한 사물들이 각자의 무게를 지니고 놓여 있다. 좀처럼 요동치지 않는 건조한 문장 속에서 폐부를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오는 조선수의 예민한 시선은 우리가 삶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존재들을 수면 위로 올려 드러낸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현실의 문제는 정은경 문학평론가의 평처럼 “우리들의 익숙함과 평범함을 비웃듯 오점으로 치부된 그들의 실존을 명백하게 증언”하며, “현실의 문제적 장면을 포착하여 감각적으로 형상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일상의 이면’으로 향하게 하는” 문학의 존재적 의의를 완성하는 것이다.

저자 소개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201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제레나폴리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책 속에서

들판 한가운데 오도카니 있는 Z교도소는 마치 오아시스 같았다. 칠 년 전 교도관 빌이 Z교도소로 왔을 때 샘은 사형수 동에서 지내고 있었다. 샘의 왼쪽 목에는 아주 커다란 흑색 점이 있다. 점은 클 뿐 아니라 오톨도톨하게 튀어나와 있어 몇몇 사람들은 그를 블랙 샘이라고 놀렸다. 그는 그 별명으로 불리는 걸 싫어했다. (「Pull」, 9쪽)

방 네 개, 화장실 두 개, 다용도실과 베란다를 청소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가 일하는 시간에는 집에 사람이 없으니 일하기도 편했다. 하지만 항상 고양이를 의식해야 했다. 자신을 부른 이유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고양이를 돌보는 일인 것 같았다. (「제레나폴리스」, 54쪽)

그 당시 응모작은 총 구백칠십일 편이었다. 심사는 A, B, C, D, E, F에게 응모작들을 여섯 등분으로 나누어 배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일차 심사를 통과한 원고들이 속속 도착했는데 F에게 보낸 원고 뭉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냈으나 F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참다못한 편집장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수소문한 결과 F의 애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것이었다. F는 넋이 나가 몇 편의 원고를 읽었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그 와중에 핸드폰마저 잃어버렸다고 했다.
편집장은 김에게 빨리 F의 집으로 가서 원고 뭉치를 가져오라고 했다. 김이 가져온 원고는 무려 백육십이 편에 달했다. 평균 잡아 한 편당 열 장에서 스무 장 정도라고 해도 무려 이삼천 장에 달하는 매수였다.
종이 뭉치를 바라보는 편집장의 배가 갑자기 더 불러 보였다. 편집장은 열이 난다며 김에게 창고에 가서 선풍기를 꺼내오라고 했다. 원고를 살펴보던 편집장이 갑자기 선풍기 쪽으로 원고 뭉치를 던지듯 흩뿌렸다. 원고 두세 편이 부메랑처럼 편집장 앞쪽으로 다시 떨어졌다. 편집장은 그것들을 집어 들었다. 그걸로 무얼 어쩌겠다는 것인가, 김은 순간 눈길을 돌렸다. (「종이 호랑이」, 111~112쪽)

제가 댓글에 가해자처럼 등장하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막상 제가 악성댓글의 주인공이 되니까 동영상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되풀이해서 돌아가요. 아이는 의식이 없는 채 앰뷸런스에 실려 갔고, 운전자는 의식을 되찾은 채로 앰뷸런스에 실려 갔어요. 나는 하도 놀라서 목줄을 꽉 쥐고 비트를 안은 채 집까지 거의 뛰어갔죠. 딱 삼십 초만 늦었어도 비트는 죽었을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남의 이야기라고 함부로 떠든대요? (「아는 사람은 언제나 보이잖아요」, 141~142쪽)

십오 년쯤 가이드 일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력은 작용한다.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한 사람들끼리 자연스레 모여 앉는다. 특히나 뭔가를 먹을 때는 그 힘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일까. 먹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 식습관 하나는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손톱」, 170쪽)

 

목차

Pull
제레나폴리스
마저럼
종이 호랑이
아는 사람은 언제나 보이잖아요
손톱
파두츠의 구두장이

해설_정은경_틀린 그림 찾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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