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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89932961 / 512쪽 138 x 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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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토니 모리슨이 문학적 상상력으로 구축하고자 한 것
그리고 미래의 독자에게 남긴 당부
“보이지 않는 잉크에 민감한 사람이 되길”
“보이지 않는 잉크는 이를 알아보는 독자가 발견하기 전까지 행간에 그리고 행의 안팎에 숨어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잉크〉, 20-21쪽
《보이지 않는 잉크》에서 토니 모리슨은 자신의 문학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매우 자세한 ‘창작 노트’를 공개한다. 토니 모리슨 문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그가 작가로서 가닿고자 했던 세계에 대한 이해를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데 매우 기쁠 것이다. 푸른 눈을 갖길 원하는 검은 피부의 소녀를 그린 데뷔작 《가장 푸른 눈》, 흑인 여성들의 우정을 다룬 《술라》, 흑인 정체성을 찾아가는 남성을 그린 《솔로몬의 노래》, 어린 딸이 노예로 살지 않기를 바라며 그 딸을 스스로 죽인 실제 노예 여성 마거릿 가너를 모티프로 삼은 《빌러비드》, 1920년대 재즈를 재해석하고 재개념화한 《재즈》에 이르기까지, 그가 들려주는 소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글을 쓰려는 그의 모든 시도가 결국 ‘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자기 존중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가 끊임없이 개인의 기억과 역사적 기억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이어붙여 공통의 흑인 기억을 만들고자 했던 지난한 노력은 묵직한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토니 모리슨의 연설은 청중을 압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우화에 가까운 문장으로 말문을 열었다. “아주 오랜 옛날 나이 든 한 여인이 살았습니다. 앞은 보지 못했지만 지혜로웠습니다.” 지혜롭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나이 든 여인, 그리고 이 노파의 통찰력을 시험하기 위해 손안에 새 한 마리를 들고 찾아온 젊은이들. 그들 중 하나가 새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노파에게 맞혀보라고 하자 노파가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들고 있는 새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새가 너희 손안에 있다는 것이란다. 너희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란다.” 우리 ‘손안의 새’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지혜롭긴 하지만 앞 못 보는 노파가 아닌, 아직 경험과 힘이 부족하더라도 다가올 미래에 더 많은 지분이 있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잉크’ 또한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모리슨이 ‘손안의 새’(24쪽)에 빗대어 이야기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토니 모리슨은 “독자는 텍스트를 해석할 뿐만 아니라 [작가의] 쓰기를 돕는다”고(19쪽) 말했다. 그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잉크에 민감한 사람은 작가가 쓴 것, 그리고 쓰지 않은 것을 모두 알아볼 수 있다. 모리슨은 독자들이 작가의 텍스트, 세상이라는 텍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보이지 않는 잉크’는 착취와 혐오의 인류 역사 속에서 가려진 진실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 그리고 미래의 시간을 살아갈 젊은 세대에게 토니 모리슨이 남긴 진중한 충고이자 당부이다. 크나큰 문학적 유산이다.
“당신이 읽고 싶은 글이 있는데
아직 쓰인 게 없다면 당신이 써야 한다”
‘늘 인종이 먼저 거론되는 작가’ 토니 모리슨의 비상한 투쟁
“제가 인종이라는 가옥에 살아야 한다면 다시 짓는 게 중요했습니다. (……) 가능하다면 이 가옥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인종의 의미〉, 143쪽
“당신이 읽고 싶은 글이 있는데 아직 쓰인 게 없다면 당신이 써야 한다”는 아마도 토니 모리슨이 한 말 중 대중에게 가장 인상적으로 각인된 말일 것이다. 이 말은 ‘늘 인종이 먼저 거론되는 작가’ 토니 모리슨이 미국 백인 남성 문학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새긴 주문이자 각오에 가까웠다. 모리슨에게 ‘읽고 싶은 글’ ‘아직 쓰이지 않은 글’이란 흑인의 역사와 문화가 왜곡 없이 표현되고, 백인 남성 작가들이 400년간 그들의 정전(正典) 문학을 만들기 위해 악용하고 날조한 흑인의 의미를 바로 세우는 글이다. 토니 모리슨은 작가로서의 사명을 미국 백인 남성이 흑인에게 씌운 날조된 가면을 벗기고, 흑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재구축하는 데 두었다.
《보이지 않는 잉크》에는 비상한 투쟁에 가까운 토니 모리슨의 문학적 추적이 담겨 있다. 그는 영문학자로서 2006년 프린스턴 대학교수를 퇴임하기까지 강단에 꾸준히 섰고, 문학평론가의 면모가 도드라지는 연구에 매진했다. 〈인종의 의미〉 〈흑인의 의미〉 〈입에 담지 않은 차마 못할 말〉 등의 글에서 미국에서 인종의 의미, 백인 남성이 흑인을 타자로 삼아 구축한 ‘미국성’에 대한 모리슨의 중요한 탐구를 살펴볼 수 있다. 모리슨은 미국 백인 남성 중심 문학계의 맹점이 무엇인지, 그들이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정전을 목록화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왜 거기에 흑인 문학이 누락됐는지 예리하게 파헤친다. 모리슨은 ‘미국식 아프리카니즘’이라고 이름 붙인 이 연구를 통해 백인 남성이 아프리카적 존재의 착취를 어떻게 합리화했고, 그들을 타자화했는지 그 욕망의 기저를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또한 모리슨은 소설 창작과 문학비평 외에도 1983년 랜덤하우스 출판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20년간 편집자로 일하면서 6, 70년대에 소개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아프리카 작가들의 문학을 발굴하고 알리는 데 힘썼다. 그가 들려주는 제임스 볼드윈, 치누아 아체베, 마틴 루서 킹 등 당대 흑인 작가들과 나눈 지적 교류와 우정 이야기는 무엇보다 그가 사람과 세상에 기울인 온정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고, 그런 만큼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 잉크》는 토니 모리슨의 문학적 상상력을 뒷받침한 번뜩이는 직관과 지적인 노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 깊이와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과 같은 책이다. 토니 모리슨이 작가의 책임을 다해 현대 지성사의 야만과 오만을 지적하고, 흑인과 여성의 역사를 재구축한 사유의 지층이 실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루어졌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잉크는 이를 알아보는 독자가 발견하기 전까지 행간에 그리고 행의 안팎에 숨어 있는 것이다. ‘알아보는’ 독자라고 하는 이유는 책에 따라서 모든 독자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책을 최선의 방식으로 혹은 알맞은 방식으로 사랑하지 못할 수 있다. 그 책에 ‘딱 들어맞는’ 사람은 바로 보이지 않는 잉크에 민감한 사람이다.
―〈보이지 않는 잉크〉, 19-20쪽
내가 누구이고 나의 작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아는 능력이 부족 내에서, 혹은 가족, 국가, 인종, 성별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밀접하게 엮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명확성은 자아의 평가를 위해 필수적이고, 다른 부족이나 문화와의 어떤 생산적 교류를 위해 필수적이다. 자신의 문화에 대한 명료한 이해야말로 다른 문화 안에서, 곁에서, 혹은 다른 문화와 나란히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게 없다면 작가는 어떤 정점에 오르든 고독하게 살게 되고, 어떤 길을 걷든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보살피고 돌보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핵심이다.
―〈단단하고 진실되고 영원한 것〉, 45쪽
《빌러비드》를 쓸 때는 노예 여성의 자기 존중에 무엇이 가장 크게 기여하는지 관심이 있었습니다. 노예 여성의 자존감은 어땠을지, 노예 여성이 자신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머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법과 제도가 허락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취하고 또 유지하는 데서 나왔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노예 여성이 중요하게 여긴 것이었습니다.
―〈자기 존중의 근원〉, 80-81쪽
작가가 하는 일은 기억하는 것이다. 이 세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창조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책임은 (시대가 어떻든) 세상을 바꾸는 일, 자신의 시대를 더 낫게 만드는 일이다. 그게 너무 야심에 차 보인다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해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한 일이다.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종이 앞에 앉은 작가〉, 96쪽
나는 때 지난 관념이 되어버린 진보의 징후를 찾는 데는 관심이 없다. 진보는 단일한 공산주의 국가의 파괴된 미래와 함께 사라졌다. 자유롭고 무제한적이며 진보적인 자본주의의 벗겨진 가면과 함께 사라졌다.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고의적인 빈민화와 함께 사라졌다. 음경 중심적인 ‘국가주의’에 대한 믿음과 함께 사라졌다. 실상 독일이 첫 처형실을 가동했을 때 이미 사라진 뒤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를 합법화하고 피를 흡수하기에는 너무 엷은 먼지 속에서 아이들에게 총을 난사했을 때 이미 사라진 뒤였다. 이웃 나라의 공동묘지 위로 국경을 그린 수많은 나라들의 역사 속에서 이미 사라진 뒤였다. 시민들의 뼈에서 흘러나온 영양분으로 정원과 초원을 비옥하게 했을 때, 여성들과 아이들의 등골 위로 건축물을 올렸을 때. 정말 나는 진보에는 아무 흥미도 없다. 나는 시간의 미래에 관심이 있다.
―〈시간에는 미래가 있다〉, 114-115쪽
아프리카니즘이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 무엇이 되었고, 어떻게 기능했는지는 아주 중요한 관심사다. 문학적 ‘흑인성’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문학적 ‘백인성’의 본질과 심지어 기원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백인성의 용도가 무엇인지? 백인성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미국적’이라고 칭해지는 특성의 구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여기에 대한 탐구가 혹여 완성된다면, 미국 문학의 일관된 해석에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른다.
―〈흑인의 의미〉, 157쪽
나는 미국 흑인 문학의 존재, 그리고 미국 흑인 문화에 대한 각성이 미국 내 문학 연구를 소생시키고 그 연구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길에 대해 말하고 싶다. 먼저 정전에 관한 논의가 서구 문학비평에서 진전되어온 맥락을 살펴보는 게 이 글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다.
―〈입에 담지 않은 차마 못할 말〉, 247쪽
남성 우월주의 내의 인종주의적 요소가 성차별보다 부차적인 듯 가장하는 것은, 다시 말해 성차별을 완전히 없앨 기회를 회피하는 것이다. 19세기 노예폐지론자들이 회피했듯이 20세기 페미니즘도 이를 무시했다. (……) 남성이 규정하고 남성이 축복한 계층 위계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운동의 숨통을 막고, 우리를 열매 없는 전쟁에 갇혀 있게 하며, 우리는 그 속에서 각각 방해 공작 여성이 된다.
―〈여성, 인종 그리고 기억〉, 353-354쪽
우리가 아는 한 인간만이 이 은하계의 도덕적 주민입니다. 그 장엄한 임무를 맡기 위해 자궁 속에서 그토록 애를 써놓고 왜 이제 와서 내버리려고 합니까? 여러분은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다른 이들의 삶의 성격과 질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신뢰를 받는 자리 혹은 권력을 가진 자리에 섰을 때, 생각하기 전에 조금은 꿈을 꾸길 바랍니다. 그래서 누가 살고 누가 그러지 못하는지, 누가 번영하고 누가 그러지 못하는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과 해법, 방향, 선택이 여러분이 선택한 신성한 목숨만큼의 가치가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에게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인정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는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타자를 상상해야 합니다〉, 402-403쪽
1부 보이지 않는 잉크
위험 ? 13
보이지 않는 잉크 ? 17
손안의 새 ? 24
재기억, 기억의 본질 ? 37
단단하고 진실되고 영원한 것 ? 42
문학과 공적 생활 ? 52
자기 존중의 근원 ? 61
종이 앞에 앉은 작가 ? 86
《빌러비드》에 대하여 ? 98
시간에는 미래가 있다 ? 105
2부 입에 담지 않은 차마 못할 말
제임스 볼드윈이 남긴 세 가지 선물 ? 129
치누아 아체베에게 진 최고의 빚 ? 135
킹 목사는 내게 실망했을까 ? 138
인종의 의미 ? 141
흑인의 의미 ? 155
노예 집단과 흑인 집단 ? 184
할렘 온 마이 마인드 ? 191
포크너의 시선 ? 201
거트루드 스타인의 차별화 전략 ? 211
학계의 속삭임 ? 232
입에 담지 않은 차마 못할 말 ? 242
3부 이방인의 고향
9월의 망자여 ? 299
이방인의 고향 ? 301
인종을 드러내기 전에 ? 314
도덕적 주민 ? 326
누가 이방인인가 ? 337
여성, 인종 그리고 기억 ? 343
인종주의와 파시즘 ? 358
부의 대가, 돌봄의 비용 ? 362
오류와의 전쟁 ? 370
힘이 다한 전사의 말 ? 381
신데렐라와 의붓언니들 ? 388
우리는 최선을 다해 타자를 상상해야 합니다 ? 392
4부 기억의 자리
기억의 자리 ? 407
낙원을 어떻게 불러올 수 있을까 ? 423
그렌델, 악에 대한 물음 ? 436
예술가의 일 ? 448
예술가를 지원하는 문제 ? 456
예술의 습관 ? 460
피터 셀러스라는 희귀한 존재 ? 466
로메어 비어든의 유산 ? 470
고독한 상상력과 함께하는 경험 ? 480
그 모든 것에 작별을 ? 491
옮긴이의 말 ? 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