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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2038209 / 212쪽 152 x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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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권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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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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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끝과 시작』으로 우리에게 첫인사를 건넨 시인 그 제목처럼, 가장 마지막에 찾아온 쉼보르스카의 ‘시작’이 된 시들…… 2007년『끝과 시작』을 번역하여 우리에게 쉼보르스카를 다시금 발견하게 해준 한국외대 폴란드어과의 최성은 교수가 2016년 쉼보르스카 유고 시집 『충분하다』에 이어서 이번에도 번역을 맡았다.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에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는 최성은 교수는 특유의 정곡을 찌르는 명징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냉철한 듯 뜨거운 사유,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과 유머를 담은 쉼보르스카의 시를 다시 한 번 우리말로 온전히, 생생하게 옮겼다. 이번 시집의 해설에서 그는 번역자이기 전에 폴란드 문학 연구자로서 늘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검은 노래』에서 해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궁금증이란 ‘전쟁 세대’임이 분명한 쉼보르스카에게선 왜 동시대 여느 작가들과 달리 2차 대전의 체험을 노래한 시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원고 뭉치에 바로 그 해답이 있었다. 시인이 쓴 전쟁에 관한 시들이 거기, 방치되고 버려져 있던 것이다. 『검은 노래』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제2차 세계대전과 대학살,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개인이 겪어야 했던 상처와 아픔이다. 시인의 사후에 동의 없이 출간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한 시인의 생의 궤적에서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빈칸으로 남아 있었던 수년간의 공백이 이 시집의 출간으로 인해 비로소 메꿔졌다고 최성은 교수는 말한다. 또한 등단 후 첫 시집을 내기까지 7년이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 시집 안에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검은 노래』는 쉼보르스카의 작품 세계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요긴한 단서이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파한다. 최성은 교수는 또한 쉼보르스카의 시를 즐겨 읽는 독자라면, 『검은 노래』의 수록작과 이전에 출간된 후기작의 연결 지점을 발견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흥미로운 독서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후기 시들은 거의 『끝과 시작』에 수록되어 있는데, 특정한 모티브나 소재를 확장 또는 발전시킨 사례는 물론이고, 유사한 시구가 한결 완성도 높은 형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까마득히 높은 공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아득한 초월감을 표현한 1946년작 「정상」의 시구는 1957년 출간된 『예티를 향한 부름』에 수록된 「성공하지 못한 히말라야 원정에 대학 기록」에서 더욱 아름답고 독창적인 구절로 탈바꿈하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들을 태운 열차를 소재로 한 1947년작 「유대인 수송」은 1957년작 「아직은」과 긴밀하게 이어진다. 죽은 이에게 바치는 묘비명을 떠올리게 하는 1945년작 「음악가 야넥」이나 「위령의 날」은 1962년에 출간된 『소금』의 수록작 「꿈」과 함께 읽으면 그 의미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고, 1847년작 「전쟁의 아이들」은 1986년작 「시대의 아이들」과 함게 읽으면 행간에 담긴 시인의 의도를 헤아리고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1947년작 「돌아온 회한」에서 “먼지보다 하찮은 순간들로/나는 너보다 오래 살아남았다”는 남겨진 자의 슬픔과 회한은 쉼보르스카의 연인이자 소울메이트였던 소설가 코르넬 필립포비츠가 세상을 떠난 뒤에 쓴 1993년작 「풍경과의 이별」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다시 씌어졌다. 최성은 교수는 끝으로, 1948년작 「현대의 발라드」를 1957년작 「어릿광대」, 1962년작 「그림자」및 「발라드」와 비교해볼 것을 권한다. 응축된 뜨거운 감정의 응어리를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키면서도 대상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절제된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검은 노래』에는 앞서 이야기한 쉼보르스카의 미발간 초기 원고 외에도 시인의 생전에 출간된 정규 시집에 수록된 시들 가운데 지금껏 국내에 번역·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연대별로 실려 있다. 이렇게 『끝과 시작』에서 시작된 쉼보르스카와의 만남은 유고 시집 『충분하다』를 거쳐 『검은 노래』에 이르기까지 세 권의 시선집을 통해 마침내 전집으로 완결되었다. 그 마지막에 놓인 시집에, 이제 막 시의 세계로 들어서려는 젊은 쉼보르스카의 첫걸음 같은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익히 알려진 시인의 대표작들과는 사뭇 다르게 읽히고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풋풋함과 미완의 순수함은 독자에게 더욱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시인이 단숨에 빛나는 재능을 인정받은 천재 작가도, 눈부시게 등장한 문단의 신성도 아닌, 그저 시와 문학을 뜨겁게 사랑한 한 인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세상의 거대함에, 그리고 우리 자신의 무력함에 공포를 느끼며 그 안에서 사람과 동·식물이 겪는 개별적인 고통에 무관심한 세상에 대해 쓰라린 분노를 품고 살아간다고 역설한 시인은 시어의 세계에서는 그 어떤 존재도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하여 시인은 언제나 할 일이 많다고 했던 쉼보르스카가 그 작은 상처 안에 몸을 누이고 전하는 이야기의 처음이 『검은 노래』로 찾아왔다. 이 전집의 처음에 놓인 『끝과 시작』이라는 제목처럼, 가장 마지막에 찾아온 쉼보르스카의 ‘시작’이 된 시들. 이렇게 쉼보르스카의 시 읽기는 그 끝에 이르러서 다시 ‘시작’된다. 우리는 세상을 떠올릴 때마다, 늘 그 거대함 때문에, 그리고 우리 자신의 무력함 때문에 공포를 느끼곤 합니다. 또한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이 겪는 개별적인 고통에 세상이 너무나도 무관심한 데 대해 쓰라린 분노를 품기도 합니다. (……)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갖는 시어의 세계에서는 그 어느 것 하나도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습니다. 그 어떤 바위도,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그 어떤 구름도, 그 어떤 날도,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그 어떤 밤도, 무엇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존재도. 이것이야말로 시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할 일이 많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는지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연설문」에서
그렇게 총알이 몸을 관통하고 나니
인간의 모든 것이 내게는 낯설기만 하다,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뜨거운 돌풍과도 같은 그 시간을
나는 지나고 있다. 투쟁의 희열은 나를 배제했다.
희열을 위한 투쟁, 산산이 부서진 문(門)에 관한 꿈이
당신들과 마주하고 있으니. 동지들이여, 차렷!
시골길, 백발(白髮)의 그리움,
흐느끼는 버드나무가 무성하다.
어머니는 편지 두 통을 연거푸 부치고,
세 통, 그리고 또 네 통째 편지를 보내리라.
공중을 떠돌다 지쳐버린 연처럼
저 높은 곳과의 간격이 줄어들기 전에
나는 작은 상처 안에 내 몸을 누일 것이다,
세상은 크니까, 너무도 거대하니까.
시인들이여, 주인공의 죽음에 통곡하는
이 묘비명은 잘못되었다.
그 병사는 당신들의 시가 될 수 있었다,
낯선 이의 죽음에 우울해하는 모습으로.
하지만 그는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가씨들은 화석처럼 굳어버렸다,
어제의 손길이 여인들에게
믿음직한 농담처럼 키스를 보낸 그 순간에.
―「이름 없는 병사의 키스Pocałnek nieznanego żołnierza」, 32~33쪽
회한을 맛보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그보다는
나뭇잎에 묻은 축축한 얼룩을 털어내기 위해서다,
그래야 잎새가 훨씬 아름답고 가벼워지니까.
싸우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그저 미약한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하기 위해,
바람으로부터 그 흔들림을 막아주기 위해서다.
공간은 더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전나무와 과꽃 장식으로
보기 싫은 무덤을 덮어버릴 테니까.
그 순간 더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 위로 공포가 아니라 적막이 내려앉을 테니.
그것은 수많은 시도가 깃든 적막일 테니.
여기서 시(詩)를 기다린 건 아니다;
내가 온 건
찾아내고, 낚아채고, 움켜쥐기 위해서다.
살기 위해서다.
―「위령의 날Zaduszki」, 40~41쪽
질질 끌며 연주하는 색소포니스트, 어릿광대 색소포니스트에겐
아무 말도 필요치 않다,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했기에.
미래 — 누군가가 예언하겠지. 과거에 누군가가 그랬듯이.
눈을 껌뻑이며 생각을 떨쳐버리고, 검은 노래를 연주한다.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춤을 춘다. 춤을 춘다. 갑자기 누군가가 쓰러진다.
장단에 맞춰 머리로 바닥을 치면서. 모두가 리듬 속에서 그를 지나친다.
그의 눈엔 춤추는 사람들의 새하얀 무릎이 보이지 않는다.
요란한 인파를 뚫고, 기묘한 빛깔의 어둠 속에서, 여명이 창백하게 눈꺼풀을 뜬다.
우리 법석 떨지 말자. 그는 살아 있으니. 그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이거나
관자놀이에 묻은 피는 립스틱 자국일 수도 있잖은가? 이곳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가 바닥에 쓰러졌을 뿐. 혼자 넘어졌으니, 혼자 일어서리라,
하물며 저 끔찍한 전쟁통에서도 살아남았거늘. 사람들이 밀폐된 달콤함 속에서 춤을 춘다.
환풍기 바람에 뒤섞여버린 온기와 냉기,
색소폰 선율이 분홍빛 등불을 향해 강아지처럼 울부짖는다.
―「검은 노래Czarna piosenka」, 58~59쪽
2014 \t미발간 원고_검은 노래 Czarna Piosenka
\t
\t좀더 많은 걸 위해
\t어린이 십자군
\t단어를 찾아서
\t평화
\t음악가 야넥
\t9월에 관한 기억
\t1월에 관한 기억
\t이름 없는 병사의 키스
\t서방으로 보내는 편지
\t시에게 보내는 헌사
\t인생의 줄
\t위령의 날
\t정상(頂上)
\t방랑
\t미소에 대하여
\t쫓는 자들과 쫓기는 자들에 관해
\t돌아온 회한
\t유대인 수송
\t전쟁의 아이들
\t익살스러운 에로 시
\t검은 노래
\t현대의 발라드
1954 \t나에게 던진 질문 Pytanie zadawane sobie
\t사랑에 빠진 이들
1957 \t예티를 향한 부름 Wołanie do Yeti
\t하니아
\t기념
\t장례식 1
\t브뤼겔의 두 마리 원숭이
\t한여름 밤의 꿈
\t세상을 고찰하다
1962 \t소금 Sol
\t가르침
\t나머지
\t콜로라투라
\t시 낭송의 밤
\t묘비명
\t코미디의 서막
\t몽타주
1967 \t애물단지 Sto pociech
\t
\t기억이 마침내
\t카산드라를 위한 독백
\t비잔틴의 모자이크
\t토마스 만
\t움직임
1972 만일의 경우 Wszelki wypadek
\t고인들의 편지
\t양로원에서
\t부활한 자의 산책
\t군중의 사진
\t어린이와의 인터뷰
\t확신
\t고전(古典)
1976 \t거대한 숫자 Wielka liczba
\t늙은 거북의 꿈
\t늙은 성악가
\t은신처
\t사과나무
1986 \t다리 위의 사람들 Ludzie na mo?cie
\t옷
\t위대한 사람의 집
\t백주 대낮에
1993 \t끝과 시작 Koniec i pocz?tek
\t비운의 계산서
2002 \t순간 Chwila
\t플라톤, 그러니까 왜
\t공원에서
\t어떤 사람들
\t무도회
\t메모
2005 \t콜론 Dwukropek
\t교통사고
\t사건
\t위안
\t아트로포스와의 인터뷰
\t미로
\t부주의
옮긴이 해설 어느 위대한 시인의 수줍은 첫걸음
작가 연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