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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채광석 저 | 사무사책방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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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30634524 / 384쪽 125 x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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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반디앤루니스 리뷰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바로 그 冊, 40년 만에 다시 출간되다.

독재의 어둔 하늘 위로, 감옥 속에서 쏘아올린 청춘의 화양연화
어두운 시대에서 길어낸 우리 시대 최고의 연애 서간문.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의 원형의 담긴 고뇌와 사색의 기록.

 

출판사 리뷰

저자 소개

  • 저자 : 채광석
저자 : 채광석
1948년 충남 태안군 안면도 안면읍에서 출생하였으며, 대전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하였다. 1983년 문학평론 「부끄러움과 힘의 부재」, 시 「빈대가 전한 기쁜 소식」을 발표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민중적 민족문학론을 제기하면서 백낙청, 김사인 등과 더불어 1980년대 문학논쟁에 참가했다. 창작 주체의 계급론적 차별성 문제, 수기의 문학 장르 가능성의 문제, 집단 창작의 문제, 문학 조직의 문제 등을 문단에 던지는 등 1970년대에서 1980년대 문단 평론계의 한 맥을 형성했다. 1975년 오둘둘 사건으로 체포되어 2년 1개월간 복역, 1980년 서울의 봄 이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체포되어 40여 일간 모진 고문을 당했고 「애국가」, 「검은 장갑」 등의 시를 쓰기도 했다. 1984년 3월, 민족문화운동협의회의 실행위원,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의 초대 총무간사, 1985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집행위원 등을 역임하며, 대표적인 진보적 문학 이론가로 활동했다. 19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 평론집 『민족문학의 흐름』, 시집 『밧줄을 타며』, 옥중서간집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사회문화평론집 『물길처럼 불길처럼』 등을 남겼고, 사후에 유고집 『민족문학의 흐름』이 1주기를 맞아 출판되었으며, 채광석 전집 제1권(시) 『산자여 따르라』, 제2권(산문) 『유형일기』, 제3권(편지) 『그대에게 못다한 사랑』, 제4권(평론1) 『민중적 민족문학론』, 제5권(평론2) 『찢김의 문화 만남의 문화』 등 5권이 완간되었다.

책 속에서

“남자는 대학 4년생이었고 여자는 신입생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조금씩 시간을 보내는 만남이 계속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날 무렵, 남자는 중뿔나게도 무슨 거창한 신념의 깃대를 흔들어 대더니만 훌쩍 벽돌담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1975년 5월 말의 일이었습니다. 남자로서는 시대가 낭만을 누릴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듯 싶습니다. 그러나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 낭만은 야금야금 담 안의 세계와 담 밖의 세계를 관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는 드러내놓고, 마침내는 삶의 중심을 차지할 만큼 그 벽돌담을 사이에 둔 기이한 사랑은 서로의 것이 돼버렸습니다.”(4~5쪽)

“당신이 다녀간 오전의 가을 하늘은 유난히도 높푸러 보입니다. 가만히 창살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 손을 대어 봅니다. 부실 듯 화안한 햇살 속에 당신의 웃음이, 부모 형제 친지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스쳐갑니다. 그러나 아직은 감상과 눈물을 예비하고 저축할 때입니다. 지난 3년간 최전방 방책선상에서 조국의 일각을 지키면서 가을과 별과 햇살의 서정 속에서 내 의지와 사랑의 내재적 힘을 기르며 슬픔과 외로움을 극복했던 그 똑같은 반복을 세월은 내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15쪽)
“정숙 씨의 어머님이 넣어주신 담요. 그것이 갖는 의미를 나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오거든 우리 딸을 위해 보다 열심히 살아라’ 하는 당부의 말씀으로 말입니다. 실로, 조그마한 선물이라 했지만 내가 이제까지 받아본 어떤 선물보다도 가슴 깊이 파고드는 은혜로움을 느끼게 해준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 때가 오면 그 은혜로움에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리라고 믿으면서 우선 이 정도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불만이 하나 있습니다. ‘못난이’니 ‘Unlovely Friend’니 하는 칭호는 언제부터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견해로는 그것은 분명히 좋지 못한 어투입니다. 자학은, 때때로 자기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숙 씨의 경우에는 공생(共生)의 입장에선 또 하나의 분신에 대한 실례입니다.”(92쪽)

“빛 속에서 어둠을 경계하고 어둠 속에서 빛의 씨앗을 보는 안목을 가질 때, 어떠한 어둠도 결코 어둡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고 어떠한 빛도 밝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이 빛과 희망에 안주할 때 우리는 쾌락주의에 빠지기 쉽고, 우리들이 어둠과 절망 속에 잠겨들 때 우리는 패배주의에로 타락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희망과 절망의 중층적인 구조를 우리들의 인식의 영역 안에 확보할 때, 나는 삶 속의 희망, 삶 속의 빛, 삶 속의 은혜를 봅니다.”(100쪽)

“엊저녁에는 만기출소하여 만나는 꿈을 꿨습니다. 어떤 때는 매일같이 만나는 꿈을 꿀 때가 있는데, 생활의 단조로움 속에 우리 둘이 닿는 그 끈이 가장 크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참고, 다시 기다리는 삶에 익숙해진 탓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이 봄에 만날 것을 믿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자기를 책하지 마시고 항시 넉넉한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아주시길 빕니다. 부모, 형제와 친구, 제자와 더불어 모든 이웃 속에서 예수는 우리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월 초에 다시 쓰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273쪽)


“이승에서 그대를 만나 남다른 기쁨을 맛본
그 이유만으로 저승길에서 고통받는다 하더라도
나는 기죽지 않는다
천년왕국이니 영생의 낙원이니
내세는 휘황한 행복뿐이라지만
그대에게 못다한 사랑이 허물이 되어
무간지옥에 떨어진다 한들
그게 어찌 나를 미혹할 수가 있단 말이냐
삶은 언제나 구비쳐 휘도는 물길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
삶은 구비치며 그대의 심장에 나의 심장을 잇대어
출렁거리는 물길로 이어왔느니
살지라!”(378~379쪽)

 

목차

제1부 영등포 구치소 시절
당신이 다녀간 오전의 가을 하늘

제2부 공주교도소, 여름 그리고 가을
이 바람결에 우리의 지난겨울이 불어오고

제3부 공주교도소, 겨울
둘이라는 따스한 마음을 조금씩 지피면서
우리는 왜 정든 땅을 버렸는가?

제4부 공주교도소, 봄에서 출감까지
사랑은 우리가 지상에 남길 유일한 발자취
삶은 언제나 구비쳐 휘도는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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